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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김시습 - 서민(敍悶) 본문

한시놀이터/조선

김시습 - 서민(敍悶)

건방진방랑자 2021. 4. 5.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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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심을 풀어내며

서민(敍悶)

 

김시습(金時習)

 

 

心與事相反 除詩無以娛

심여사상반 제시무이오

醉鄕如瞬息 睡味只須臾

취향여순식 수미지수유

切齒爭錐賈 寒心牧馬胡

절치쟁추가 한심목마호

無因獻明薦 抆淚永嗚呼

무인헌명천 문루영오호

 

少小趨金殿 英陵賜錦袍

소소추금전 영릉사금포

知申呼上膝 中使勸揮毫

지신호상슬 중사권휘호

競道眞英物 爭瞻出鳳毛

경도진영물 쟁첨출봉모

焉知家事替 零落老蓬蒿

언지가사체 영락로봉호

 

八朔解他語 三朞能綴文

팔삭해타어 삼기능철문

雨花吟得句 聲淚手摩分

우화음득구 성루수마분

上相臨庭宇 諸宗貺典墳

상상림정우 제종황전분

期余就仕日 經術佐明君

기여취사일 경술좌명군

 

失母十三歲 提携鞠外婆

실모십삼세 제휴국외파

未幾歸窀穸 生業轉懡㦬

미기귀둔석 생업전마라

簪笏纓情少 雲林着意多

잠홀영정소 운림착의다

唯思忘世事 恣意臥山阿

유사망세사 자의와산아

 

壯入遠公社 非求幻化談

장입원공사 비구환화담

榮華曾不齒 失得已無堪

영화증불치 실득이무감

知己唯明月 寒盟有碧潭

지기유명월 한맹유벽담

多慙譽我者 遺贈長吾貧

다참예아자 유증장오빈

 

可恨顚宗祀 關心負素期

가한전종사 관심부소기

河淸俟望久 鶴詔下來遲

하청사망구 학조하래지

身世乖違甚 年光荏苒移

신세괴위심 년광임염이

天公如憫我 必有否傾時

천공여민아 필유부경시 梅月堂詩集卷之十四

 

 

 

 

해석

心與事相反 除詩無以娛 마음과 일이 서로 상반되어 시를 제외하면 즐길 게 없네.
醉鄕如瞬息 睡味只須臾 취한 기분은 순식간인 듯하고 잠의 맛은 다만 잠깐이지.
切齒爭錐賈 寒心牧馬胡 송곳을 다투는 장사치는 이를 갈고 말을 기르는 오랑캐는 한심하네.
無因獻明薦 抆淚永嗚呼 현명한 천거에 드릴 인연 없으니 눈물 닦으며 길게 탄식하네.

 

少小趨金殿 英陵賜錦袍 어릴 때 궁궐에 조금 나아가니 영릉께서 비단 옷자루 하사하셨네.
知申呼上膝 中使勸揮毫 지신사(承旨)는 불러 무릎에 앉혔고 중사(환관)은 붓 휘두르라고 권유했네.
競道眞英物 爭瞻出鳳毛 참 영물이라 다투어 말하고 봉황의 털이 나왔다고 다투어 보았지만
焉知家事替 零落老蓬蒿 어찌 알았으랴? 집안의 사정이 바뀌어 스러져 시골에서 늙어갈 줄.

 

八朔解他語 三朞能綴文 8개월에 다른 말 이해했고 3살에 문장 엮을 수 있었네.
雨花吟得句 聲淚手摩分 비와 꽃을 읊조려 얻어 글짓고 소리와 눈물을 손으로 문질러 구분했지.
上相臨庭宇 諸宗貺典墳 높은 재상이 우리 집에 왔고 여러 종친들이 고서전분(典墳): 오제의 서인 오전과 삼황의 서인 삼분을 이르던 말로 고서1’를 달리 이르는 말를 주었네.
期余就仕日 經術佐明君 내가 벼슬살이 나아가는 날에 경술로 현명한 임금 보좌하길 기약했지.

 

失母十三歲 提携鞠外婆 어머니 13살에 잃고 끌려가 안겨져 외조모에게 길러졌네.
未幾歸窀穸 生業轉懡㦬 얼마 안 되어 외조모도 광중[窀穸]으로 돌아가시고 생업이 부끄러움에 전락되었네.
簪笏纓情少 雲林着意多 벼슬살이에 정을 감은 건 적고 구름과 수풀에 뜻을 붙임이 많았지.
唯思忘世事 恣意臥山阿 오직 생각은 세상사 잃는 것이고 방자한 뜻으로 산굽이에 누우리.

 

壯入遠公社 非求幻化談 장성해선 원공의 백련사원공사(永投遠公社): 동진(東晉) 때의 고승(高僧) 혜원(慧遠)이 여산(廬山)에 동림사(東林寺)를 세우고, 명승(名僧)ㆍ명유(名儒) 등과 함께 백련사(白蓮社)에 들어가 환상과 같은 변화하는 말을 구하지 않았네.
榮華曾不齒 失得已無堪 영화로움은 일찍이 고르지 못하고 득실은 이미 감내치 못하네.
知己唯明月 寒盟有碧潭 나를 아는 건 오직 밝은 달이고 세한의 맹세론 푸른 연못이 있지.
多慙譽我者 遺贈長吾貧 나를 칭찬해도 많이 부끄럽고 유산 주었지만 나의 가난은 길기만 하네.

 

可恨顚宗祀 關心負素期 조상 제사 뒤집힘이 한할 만하고 평소의 기대 저버린 것이 마음에 걸리네.
河淸俟望久 鶴詔下來遲 황하가 말아지길 기다리고 바란 게 오래이고 학이 전하는 조칙(詔勅)이 내려 오기 더디다네.
身世乖違甚 年光荏苒移 신세 어긋남이 심하고 세월은 덧없이[荏苒] 옮겨가지.
天公如憫我 必有否傾時 하느님이 만약 나를 불쌍히 여긴다면 반드시 기울어버리지 않을까? 梅月堂詩集卷之十四

 

 

해설

이 시는 답답한 마음을 펼치며 지은 시로, 세계[]에 대하여 상반된 자아(自我)[]를 시()를 통해서 표출하고 있다.

 

김시습은 다른 글에서, “또 선비의 몸은 세상이 모순되면 물러나 살면서 스스로 즐거워하는 것이 대개 그의 본디 분수인데, 어찌 남의 비웃음과 비방을 받아 가며 억지로 인간 세상에 머물러 있을 수가 있겠습니까[且士之身世矛盾, 退居自樂, 蓋其素分耳, 安得受人嗤謗而強留人世乎? 上柳襄陽陳情書(自漢)?”라고 하여, 방외적 삶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었다. 조선조 사대부층(士大夫層)은 그 기본 성격이 중앙의 관료이면서 지방의 지주이므로 이 양면의 생활환경으로부터 관료로의 현달을 지향하는 관인형(官人型)’과 강호의 은둔을 지향하는 지사형(處士型)’, 이 두 가지 형태로 인간자세가 구분되었던 것이다. ‘방외형(方外型)’은 관인(官人)으로 나아가는 것도 탐탁지 않지만 처사적(處士的)인 권위와 규범을 지키는 생활도 바라지 않은 특이한 존재이다. 방외형은 부당한 사회현실에 굴종하거나 체념하지 아니하고 저항적인 자세를 취했던 것이다. 궁극적으로 중세기적 권위에 순종하기를 거부하고, 인간의 양심ㆍ자아를 지키려는 몸부림이었다고 할 수 있다.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김시습(金時習)은 이 세 가지 유형 가운데 방외형(方外型)에 속하는 인물로, 홍유손(洪裕孫)ㆍ정희량(鄭希良) 등이 이에 속한 인물들이다.

원주용, 조선시대 한시 읽기, 이담, 2010, 119~120

 

 

인용

작가 이력 및 작품

문학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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