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암 김정이 지팡이를 보내준 데에 감사하며
사충암증장(謝冲庵贈杖)
정희량(鄭希亮)
似嫌直先伐 故爲曲其根
사혐직선벌 고위곡기근
直性猶存內 那能免斧斤
직성유존내 나능면부근
해석
似嫌直先伐 故爲曲其根 | 곧아 먼저 베임을 싫어하는 듯 일부러 그 뿌리 굽혔지만 |
直性猶存內 那能免斧斤 | 곧은 본성은 오히려 내면에 있기에 어찌 도끼질 피할 수 있겠는가? |
해설
이 시는 충암 김정(金淨)이 지팡이를 보내 준 것에 감사하며 지은 시이다.
나무가 곧으면 먼저 베임을 당하므로 일부러 그 뿌리를 굽게 하였다. 그런데 나무의 성품이 본래 곧아 뿌리는 비록 구불구불하지만 줄기는 곧으니, 어찌 베임에서 벗어날 수 있겠는가?
이 시는 나무의 이러한 성질을 통해 자신의 성품을 우의적(寓意的)으로 드러내고 있다. 자신의 강직한 성품이 결국은 남들의 해를 입게 되고, 그러한 성품을 어찌할 수 없음을 드러낸 것이다. 정희량은 이러한 강직한 성품 때문에 의주나 김해 등지에서 유배생활을 보내다 결국 자결하고 만다.
홍만종(洪萬宗)의 『소화시평(小華詩評)』 권상 66번에는 다음과 같은 정희량(鄭希良)의 시(詩)에 대한 일화(逸話)가 실려 있다.
“허암 정희량은 연산군 시절에 화를 피해 중이 되어 산수를 떠돌아다녔다. 그가 어디에서 죽었는지도 알 수 없다. 허암이 일찍이 어떤 절에 이르러 벽에 다음 시를 써 놓았다. ‘중국에 사신 가는 학사는 새벽에 추워 떨고, 철마 탄 장군은 밤에 관문을 나서네. 산사에 해 높이 떴어도 스님은 안 일어나니, 세상 명리가 한가함보다 못하구나!’ 그 절에 사는 중이 이 시를 세상에 전하니, 식자들은 이 시가 허암이 지은 것임을 알아차렸다. 내가 볼 때 허암은 인품이 높을 뿐만 아니라 시의 경지 또한 높다[鄭虛庵希良燕山朝避禍爲緇 浮遊山水間 老不知所終 嘗到一寺 題詩壁間曰 朝天學士五更寒 鐵馬將軍夜出關 山寺日高僧未起 世間名利不如閑 居僧傳之 識者知爲其虛庵作也 以余觀之 不但人高 詩亦高矣].”
원주용, 『조선시대 한시 읽기』, 이담, 2010년, 170~171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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