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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시인의 사회 - 9. 틀을 깨고 나오라 본문

연재/시네필

죽은 시인의 사회 - 9. 틀을 깨고 나오라

건방진방랑자 2019. 10. 21.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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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틀을 깨고 나오라

 

존 키팅 선생과의 두 번의 수업은 학생들에게 충격을 줌과 동시에 깨달음도 함께 선사했다는 이상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여태껏 학생들은 수많은 교사들을 만났지만,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신선함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이걸 우린 파격이라 표현할 수 있다.

 

 

격은 어느 순간까진 필요하지만, 그 이후엔 과감하게 깰 수 있어야 한다.

 

 

 

틀이 필요한 순간 & 틀을 깨야할 순간

 

파격破格()을 깬다는 말이다. 틀은 무언가를 하기 위해 최적화된 것이라 할 수 있다. 3년 전에 수영을 배웠는데, 그 때 강사가 가장 중시하는 게 영법에 따라 몸을 움직여야 한다는 점이었다. 자유영을 할 때 최대한 팔을 큰 원을 그리듯 휘둘러 몸이 물과 수평이 되도록 해야 하고, 그럴 땐 숨을 크게 쉴 수 있어야 한다는 거였다. 당연히 그 동작에 맞춰 연습을 하지만, 오래 수영을 한 사람들을 보면 꼭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들은 오히려 너무도 자연스럽게 팔을 자신이 편한 방식으로 휘두르며 숨도 자신이 쉬고 싶을 때 쉬니 말이다.

이처럼 틀은 무언가를 처음 시작할 때 필요하다. 몸이 물이란 환경에 익숙하지 않고, 사용하지 않던 근육을 사용하며, 새로운 호흡법까지 하려니 물속에서 허우적거리며 물 먹기 십상이다. 그러니 이런 상황일수록 가르쳐 준 대로 최대한 똑같이 할 수 있도록 차근차근 기초부터 해나갈 수밖에 없다. 그렇게 몸은 물에 익숙해져 가고, 물속에서의 호흡이 자연스러워진다. 그게 바로 물이란 특수 환경에 익숙해져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어느 순간이 되면 더 이상 그 틀에 갇혀서는 안 된다. 지금까지는 물을 힘으로 거스르고 인위적인 힘으로 헤쳐 나가는 과정이었다면, 익숙해진 그 순간부턴 물의 흐름을 타고 부력의 힘을 이용하여 몸에서 힘을 빼야만 하기 때문이다. , 수영법이란 틀을 깨버릴 수 있을 때, 물과 완전히 일체(물아일체??)가 되는 경지에 이를 수 있는 것이다. 그 땐 여태껏 배운 틀을 벗어버리고 물속에서 자연스럽게 노닐면 된다. 물론 난 겨우 두 달만 다닌 것이기에, 기초도 제대로 익히지 못했다는 건 안 비밀이지만.

여기저기서 배운 틀이 나 자신을 한정 짓고, 틀 짓는다. 너무나 익숙해져 있기에 그게 왜 문제가 되는지 알 수 없게 된다. 하지만 틀은 깨어질 때에야 비로소 나 자신을 지탱하던 게 아니라, 나 자신의 가능성을 구속하고 한계 짓는 거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키팅의 수업들은 바로 틀에 갇혀 자신의 가능성을 점차 잃어가던 학생들에게, 틀을 깰 때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어떤 삶이 펼쳐지는지 여실히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다.

 

 

 

  초보일 땐 가르쳐 주는 대로 따라해야 하지만 자유로워지면 더 이상 틀에 얽매여선 안 된다.

 

 

 

익히는 가 아닌, 즐기는

 

키팅의 세 번째 수업은 한층 가벼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두 번의 수업을 통해 학생들에게 이 교사는 뭔가 남다르다는 인상을 심어주며 한결 편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닐은 키팅에 대해 더 알고 싶다는 생각으로 키팅의 졸업앨범을 찾게 된 것이다. 그 앨범엔 ‘Dead Poets Society’라는 설명이 쓰여 있었고, 그게 무슨 뜻인지 궁금한 아이들은 쉬는 시간에 키팅을 찾아가 설명을 들었다. 그건 학생들이 함께 모여 시 낭독을 하던 비공식 동아리였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학생들도 키팅처럼 밤마다 일탈의 짜릿함과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맘껏 내뱉을 수 있는 시의 상쾌함을 맛보며 키팅에 대해 친근감을 더욱 더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 세 번째 수업은 긴장보단 즐거운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었다.

 

 

존 키팅의 졸업 앨범 사진을 찾아 본 학생들. 그만큼 많이 궁금한 사람이 되었다.

 

 

키팅은 학생들과 시를 이야기한다. 나 또한 학교를 다닐 때 시는 어렵고 난해하며 도무지 이해할 수 없어서 끔찍이도 싫어하던 과목이었듯이, 이 학교의 학생들도 별반 다르지 않았나 보다. 하긴 시험을 보기 위해, 정답을 맞히기 위해 시를 배우고 있으니, 키팅이 오늘 우리는 세익스피어의 시를 배우도록 하겠다라고 했을 때, 끔찍한 표정을 짓는 건 당연했다. 이럴 때 우린 농담조로 ‘XXX만 태어나지 않았어도 이런 공부는 안 해도 됐을 텐데라고 말하듯, 그들 또한 이렇게 죽도록 공부하게 만든 원흉(?)인 세익스피어에 대해 미워하는 마음이 있었을 것이다.

키팅 또한 그런 학생 시절을 겪으며 이 자리에 섰기 때문에 그들의 마음을 잘 아는지, 위로를 해준다. 그러면서 세익스피어의 시를 곳곳에 섞으며 상황극을 해준다. 어찌 보면 시라고 규정지었기 때문에 어려운 것처럼 느껴질 뿐, 그게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말일 뿐이라는 사실을 안다면 그렇게까지 어려워할 필요는 없을지도 모른다. 이런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시란 무언가 특별한 것이 아닌, 일상의 말이란 것을 느끼게 됐다.

 

 

 

익혀야 할 것으로 시를 접하면 힘겹지만, 궁금한 것으로 시를 접하면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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