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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구 - 과노봉구(過蘆峯口) 본문

한시놀이터/조선

이정구 - 과노봉구(過蘆峯口)

건방진방랑자 2021. 4. 12.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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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봉구를 지나며

과노봉구(過蘆峯口)

 

이정구(李廷龜)

 

 

最愛蘆峯口 風光似我鄕

최애로봉구 풍광사아향

牛羊阡陌淨 瓜芋圃畦香

우양천맥정 과우포휴향

綠樹莊村密 淸川遶砌長

녹수장촌밀 청천요체장

幽居如可卜 吾欲守東岡

유거여가복 오욕수동강 月沙先生集卷之四

 

 

 

 

해석

最愛蘆峯口 風光似我鄕 노봉구노봉구(蘆峯口): 십리대보(十里臺堡)에서 5리 되는 지점에 있다. 산이 끊어져 길이 되었는데, 남쪽과 북쪽은 다 높은 산봉우리여서, 길이 점점 돌이 많아진다. 이는 창려현(昌黎縣)을 빠져 나가는 산협이다[在十里臺堡五里地 山斷爲路 南北皆高峰 路漸磽确 蓋昌黎縣過峽也].를 가장 좋아하니 풍광이 내 고향 같아서지.
牛羊阡陌淨 瓜芋圃畦香 소와 양이 밭두둑에서 깨끗하고 오이와 토란이 채마밭에서 향기롭네.
綠樹莊村密 淸川遶砌長 푸른 나무는 마을에서 자라며 빽빽하고 맑은 천은 섬돌을 에워싸며 길지.
幽居如可卜 吾欲守東岡 그윽한 거처에 살 만한 것 같다면 나는 동쪽 언덕을 지키고 싶어라. 月沙先生集卷之四

 

 

해설

노봉구를 지나면서 지은 시로,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잘 드러난 시이다.

 

길을 가다가 노봉구를 지나가게 되었는데, 풍경이 나의 고향과 비슷하여 가장 사랑하게 되었다. 소와 말이 다니는 길은 분뇨로 더렵혀지지 않아 깨끗하고, 오이와 토란 심은 밭두둑은 오이와 토란의 향기가 배어 나온다. 푸른 나무는 마을에 무성하게 자라서 무성하고, 맑은 시내는 집을 돌아 길게 흘러간다. 만약 그윽한 거처에 살 수 있다면, 나는 동쪽 등성이에 집을 짓고 살고 싶다.

 

사대부는 때를 만나면 출사(出仕)하고, 때를 만나지 못하면 은거하여 심성을 수양하였다. 이정구(李廷龜)는 관료로의 생활에 전념하다 현실에서 잠시 벗어나고픈 심정에서 이러한 노래를 읊었다.

 

월사는 습재집서(習齋集序)에서 문장은 하나의 여기(餘技)이지만, 반드시 전념한 뒤에야 공교로워진다. 대개 부귀에 번화하고 명성이나 이익을 좇는 자가 전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예부터 시에 뛰어난 사람은 대부분 곤궁하여 수심에 잠기고 떠돌아다니며 곤액을 당했으니, 때를 만나지 못한 것이다. 공교로움이 사람을 곤궁하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지만, 곤궁하여야만 스스로 전념할 수 있고, 전념하여야만 스스로 공교로울 수 있다[文章一技也 而必專而後工 蓋非紛華富貴馳逐聲利者所能專也 故自古工於詩者 大率窮愁羈困 不遇於時 非工之能使窮 窮自能專而專自能工也 ].”라 하여, 문장은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마음을 오로지 하여야 된다고 하였다. 그리하여 스스로 문장 수련에 힘써 논어(論語)200번 읽고 소식의 만언서를 수천 번 읽은 연후에 문장이 정밀해졌다고 하고指敎撰文之方曰 吾讀論語二百遍後 讀東坡萬言書幾千餘遍 文章遂精 少時先君敎我以漢書韓詩 精誦不已 至今筆氣尙有所得 此亦可法云 崔有海遺事」】, 아들 이명한(李明漢)에게 한유(韓愈)南山詩를 백 번 읽게 했다李白洲少時 月沙使讀退之南山詩百遍 서포만필』】. 이러한 문장에 대한 인식을 지니고 있었고 문장은 불후(不朽)의 대업(大業)이라는 생각을 지니고 있었던 월사(月沙)에게도 때로는 복잡한 현실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던 것이다.

원주용, 조선시대 한시 읽기, 이담, 2010, 111~112

 

 

인용

작가 이력 및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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