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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시인의 사회 - 12. 표현의 수업 본문

연재/시네필

죽은 시인의 사회 - 12. 표현의 수업

건방진방랑자 2019. 10. 21.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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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표현의 수업

 

키팅의 네 번째 수업 시간은 야외에서 진행되었다. 키팅은 공을 가득 담은 그물망을 한 손에 쥐고, 다른 손엔 시구가 적힌 쪽지를 쥐고 학생들과 운동장을 걸어간다. 한 가운데에 도착하자 키팅은 학생들에게 시구 하나씩을 나눠주고 그들을 일렬로 서게 한다. 학생들은 자신이 받은 시구를 크게 읽은 후에 그 감정을 담아 공을 발로 차는 것이다.

 

 

공을 찬다는 건, 나에게 달라 붙어 있는 불안, 공포, 후회의 온갖 감정을 날려 버린다는 의미가 있다

 

 

 

나를 표현하라

 

학생들이 시구를 읽고 공을 찰 때 키팅은 휴대용 턴테이블로 음악을 튼다. 음악을 튼 이유는 리듬에 맞춰 시를 좀 더 리드미컬하게 낭독하기 위해서이며, 작게 웅얼거리는 학생의 경우 음악 소리에 낭독 소리가 묻히기에 크게 낭독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다. 학생들이 낭독하는 시구를 살펴보면 승산 없는 싸움에 도전, 겁 없는 적을 상대하기 위해”, “세계의 모든 항구를 구경할 선원이 되기 위하여”, “, 난 인생의 노예가 아닌 지배자가 되기 위해 산다”, “춤추고 손뼉 치며, 기쁘고 뛰고 소리치고 떠다니기 위하여라는 내용으로 도전의식을 고취하고 자신의 삶을 긍정하는 것이다.

 

 

휴대용 턴테이블로 음악을 틀었다.

 

 

이 수업 자체가 학생들의 자신감을 키우기 위한 것이다. 시구의 내용이 이미 학생들에겐 자신의 가치에 대해 생각할 수 있도록 해주고, 공을 차는 행위는 떼쳐 버리고 싶은 부모의 잔소리, 금기와 같은 것들을 차버린다는 시원함을 느끼도록 해준다. 그래서 바로 이 수업 장면 뒤엔 닐이 그토록 하고 싶던 연극의 주연에 발탁되어 기쁨을 만끽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닐이야말로 키팅 수업의 가장 큰 수혜자이자, 키팅의 교육관에 적극적으로 공명하는 학생임을 알 수 있다.

 

 

닐은 아버지가 연극하는 걸 반대할 걸 알면서도 주연을 맡고 말았다. 카르페디엠을 최전선에서 실천하다.

 

 

 

나에겐 보이지 않는 벽이 있다

 

닐과 룸메이트인 토드는 소위 잘 나가는 형의 후광에 가려져 존재감이 거의 없는 학생이다. 그러다 보니 말수도 적고 숫기도 없다. 그래서 닐이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비밀 동아리에 참여할 것을 제안했을 때, 처음엔 거부부터 했던 것이다. 그 모임에선 시를 낭송해야 하는데, 토드는 남들 앞에서 시를 낭송할 자신이 없었기에 참여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그러자 닐은 그런 토드의 상황을 알게 됐고 낭송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하며 토드가 참석할 수 있도록 배려해줬다.

 

 

입학식 때의 도드. 한껏 주눅 들어 있고, 그로 인해 말수도 적다. 닐과 룸메이트가 되면서 표정이 살아나기 시작한다.

 

 

다섯 번째 수업은 바로 학생들의 자작시를 교단 앞에 서서 읽도록 하는 것이다. 이런 수업에서 학생들은 자신의 시작 실력이 형편없다는 게 들통날까봐 전전긍긍하게 마련인데, 토드는 그것보다 앞에서 발표를 해야 한다는 게 문제였던 거다. 그래서 최대한 이런 수업에는 끼고 싶지 않았고 도망가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런 토드의 사정을 키팅은 전혀 봐줄 생각이 없다. 토드를 지명했지만, 토드는 시를 써오지 않았다며 한 걸음 물러선다. 아마도 토드의 입장에선 키팅이 자신을 괴롭히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고, 그로 인해 짜증이 났을 것이다. 그러자 키팅은 나는 야성을 지르노라, 이 세상의 지붕에서라는 휘트먼의 시를 인용하며 토드에게 야성을 지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소심한 학생에게, 발표 울렁증이 있는 학생에게 이런 식의 수업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자칫 잘못하면 영영 발표를 혐오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니 이럴 때일수록 신중해야만 한다. 과연 키팅은 어떤 방법을 쓸까? 꽉 억눌려 있는 토드는 이걸 어떻게 해낼까?

 

 

토드 안에 잠재된 야성을 깨우려 맘 먹은 키팅. 과연 어떻게 할까?

 

 

 

보이지 않는 벽을 넘어서면 대로가 된다

 

키팅은 야성을 지르도록 하지만, 토드는 이 순간이 매우 낯설고 불편하기만 하다. 그러니 거의 죽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Yawp’이라 외칠 뿐이다. 잘 들리지도 않고 그 소리를 한 당사자도 어색해서 죽을 지경이다. 그런 토드에게 키팅은 더 크게 외치도록 세 번이나 기회를 주고, 토드는 반복되는 테스트에 화가 나서 결국 화난 투로 ‘Yawp’을 외치고 만다.

 

 

얍을 외치지만, 스스로도 자신이 없고 어색하기만 하다.

 

 

그러나 키팅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칠판 위에 걸려 있는 휘트먼의 사진을 보게 한 후 소감을 날 것 그대로 말하게 한다. 그러자 토드는 정신 나간 미친 사람”, “땀에 젖어 이를 드러낸 사람이라 거침없이 말한다. 평소 같았으면 토드에게 절대로 들을 수 없는 말이었을 테지만, 이 순간 토드는 평상시와는 다르다. 그 순간을 놓칠세라 키팅은 토드의 눈을 감게 하고 떠오르는 생각들을 가감 없이 풀어내도록 독려한다. 눈을 감으면 세상은 사라지고 나를 가로막고 있던 장벽들은 무너져 내린다. 그때 무언지 모르는 홀가분한 기분을 느낄 수 있고 무엇이든 말하고 싶어지는 것이다. 그러니 토드는 언제 그랬냐 싶게 그 순간만은 아무 제약도, 아무 염치도 없이 그저 말이 흘러나오는 대로 뱉을 수 있었다. 나를 가로막고 있던 벽이 무너지면, 그건 대로가 되어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토드에게 이 시간은 정말 힘든 시간이었을 거다. 하지만 키팅에 대한 믿음 때문인지 잘 참고 해나가고 있다. 박수가 절로 난다.

 

 

말이란 대화 상대에 따라 시간 가는 줄도 모르게 하게 되기도, 한 마디도 뱉기 어렵게 되기도 한다. 특히나 수업 시간에 하는 말들은 친구들에게 무시를 당할 수도 있고, 무언가 그럴 듯하게 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더욱 더 말하기가 쉽지 않다. 이럴 때 평가의 잣대가 아닌, 이야기한다는 생각으로 말을 하게 한다면, 일정 부분 말을 해야 한다는 부담에서 벗어나 자신의 생각을 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키팅은 수업시간이란 한계가 토드를 짓누르지 않도록 눈을 감고 떠오르는 생각을 편안하게 말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러면서 이 수업을 잘 기억해라고 말했는데, 그건 말을 한다는 게 너가 여태껏 느껴왔듯 그렇게 부담스럽거나 힘든 일은 아니란 걸 기억해라는 말처럼 들렸다.

 

 

벽을 넘으며 한껏 밝아진 표정이 보인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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