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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죽은 시인의 사회 - 13. 나만의 속도, 나만의 걸음걸이로 가다 본문

연재/시네필

죽은 시인의 사회 - 13. 나만의 속도, 나만의 걸음걸이로 가다

건방진방랑자 2019. 10. 21.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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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나만의 속도, 나만의 걸음걸이로 가다

 

키팅의 수업은 각 시간들이 나름의 의미 속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번 수업 시간엔 학생들을 밖에 모이게 하여 일렬로 세우고 원을 그리며 돌게 했다. 처음에 걷기 시작했을 땐 각자의 템포에 맞춰 걸으니, 속도도 맞지 않아 뒤죽박죽이 됐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조금 시간이 지나자 누가 뭐라 하지도 않았는데도 속도가 맞고 심지어 발까지 맞춰졌다. 이런 상황을 보면 누군가는 학생들이 교육을 제대로 받은 결과라며 흡족한 표정을 지을지도 모르겠다. 지금처럼 개인주의가 판을 치고 공동체 마인드를 볼 수조차 없는 시대엔 제식훈련을 하듯 딱딱 맞아떨어지는 것이 좋아 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누구도 뭐라 하지 않았는데, 속도가 맞고 발이 맞기 시작했다.

 

 

 

공동체를 지향하되, 획일화를 거부하라

 

이걸 보고 키팅은 처음에는 각자 제멋대로 걷기 시작했다. 핏츠군은 시간이 좀 걸렸지만 결국 발을 맞췄다. 카메론은 마음속으로 내가 맞는 것일까? 아마 맞겠지..’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오버스트릿트군은 어떤 힘에 의해 이끌렸다. 그래. 우린 그걸 안다. 난 누굴 조롱하려고 여기 온 게 아니다. 일체감의 중요성을 보여주려고 온 거다. , 타인과의 관계에서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는 어렵다. 여러분 중, 나라면 다르게 걸었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스스로에게 대답하라. 왜 나도 손뼉을 쳤지? 타인의 인정을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신념의 독특함을 믿어야 한다. 다른 사람이 이상하다고 보든, 나쁘다고 생각하든. 로버트 프로스트는 말하길 숲속의 두 갈래 길에서 난 왕래가 작은 길을 택했고 그게 날 다르게 만들었다고 했다. 이제부터 여러분도 나름대로 걷도록 해라. 방향과 방법은 여러분이 마음대로 선택해라. 그것이 자랑스럽던, 바보 같던. , 걸어 보아라.”라고 말한다.

 

 

그래서 자신의 보폭에 맞춰, 걸음걸이에 맞춰 걸어보라고 한다.

 

 

학교라는 곳은 언제나 공동체 의식을 강조했다. 나 혼자만 사는 곳이 아니니, 타인을 생각하며 나의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고 가르쳤다.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하고, 국가를 위해 개인은 목숨을 바칠 수도 있어야 한다. 그래서 한 사람만 잘못해도 연대 책임을 물어 전체가 벌을 받는 게 당연했고, 나의 신념보단 다수의 이익을 견지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배워왔다. 그렇게 세뇌 당하듯 배워온 것들이 오늘 같이 길을 걷는 순간에도 맞춰 걷도록 만든 것이다. 이건 타인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보면서 나의 행동을 맞추려 애쓴 결과라 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나의 걸음걸이, 걸음 속도, 보폭 등은 모두 잊어버리고 다른 사람의 것에 맞추게 되었던 것이다. 물론 이타심을 지니는 공동체 의식은 필요하다. 하지만 이처럼 동작이 맞아 떨어져야 하고, 생각의 독특함까지 거세하면서 맞추는 것을 공동체 의식이라며 칭송할 수는 없는 것이다. 자칫 잘못하면 공동체란 미명의 획일화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키팅은 바로 이번 수업을 통해 공동체 의식획일화는 닮은 듯 다르다는 것을, 그럴 때 어떻게 자신의 가치를 보존하고 지켜갈 것인지에 대해 알려줬다고 할 수 있다.

 

 

지금 획일화의 최전선은 성형이라 할 수 있다. 더욱더 자신다움을 고집하고 찾기는 힘든 시대가 되어 가고 있다.

 

 

 

키팅, 살아 있는 수업을 하다

 

키팅의 수업이 모두 완벽하다곤 할 수 없다. 단지 우리도 알게 모르게 당연시 해왔던 것들을 전복할 수 있는 힘이 있으며, ‘저런 걸 수업이라 할 수 있나?’라는 판단에 균열을 낼 수 있는 힘이 있기 때문에 주의 깊게 보는 것이다.

야외 수업을 하며 걸음걸이에도 획일화가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던 바로 그 때 교장 선생은 키팅의 수업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키팅의 수업은 어찌 보면 기존의 수업과는 전혀 상관도 없는 독특하면서도 전혀 공부답지 않은 수업이었기에 교장의 눈에는 안 좋게 보일 수밖에 없었다. 키팅의 교육방법과 학교의 교육방법의 차이는 갈등을 낳고 결국 그건 어떤 사건이 일어났을 때 좋은 빌미가 된다. 갈등이 어떻게 커지며, 그게 어떤 상황으로 펼쳐질까?

지금까진 키팅의 수업방법에 대해 알아봤으니, 다음 후기에선 그런 키팅의 수업으로 학생들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키팅의 수업을 못마땅한 얼굴로 지켜보고 있는 교장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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