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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위 - 수춘도중(壽春道中) 본문

한시놀이터/조선

강위 - 수춘도중(壽春道中)

건방진방랑자 2021. 4. 14.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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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춘(춘천의 고호)으로 가는 길에서

수춘도중(壽春道中)

 

강위(姜瑋)

 

 

襪底江光緣浸天 昭陽芳艸放筇眠

浮生不及長堤柳 過盡東風未脫綿 古歡堂收艸詩稿卷之二

 

 

 

 

해석

襪底江光緣浸天
말저강광연침천
양말 밑의 강 빛이 하늘에 이어져 침범하니
昭陽芳艸放筇眠
소양방초방공면
소양강 향긋한 풀에 지팡이 내려놓고 잠자네.
浮生不及長堤柳
부생불급장제유
뜬 삶은 긴 둑의 버들개지에 미치지 못해
過盡東風未脫綿
과진동풍미탈면
봄바람이 죄다 지나도록 솜옷 벗질 못하네. 古歡堂收艸詩稿卷之二

 

 

해설

이 시는 춘천 소양강의 버들 둑에서 길을 가던 도중 소회(所懷)를 읊은 것이다.

 

소양강 발밑 강 빛은 하늘에 잠겨 푸른데, 소양강 가에 피어 있는 방초에 지팡이를 던져두고 잠을 청한다. 부평초 같은 내 인생은 저 긴 둑에 자란 버들에도 미치지 못하여, 봄이 다 지나도록 겨울 웃인 솜옷을 벗지 못하고 있다(때를 만나지 못한 울분의 잠재의식을 느낄 수 있다).

 

강위(姜瑋)는 무인(武人) 집안에서 무인(武人)이 되기보다는 문인(文人)이기를 바랐지만, 신분적 한계 때문에 길이 막혔다. 하지만 북학파(北學派)인 홍대용(洪大容)박지원(朴趾源) 박제가(朴齊家) 제자 김정희(金正喜) 제자 강위(姜瑋), 박지원의 손자인 박규수(朴珪壽)에 이르러 개화파 형성의 주춧돌이 되었다.

 

그는 중국인 지기(知己)인 황옥(黃鈺)에게 자신의 심정을 솔직하게 털어놓은 상황효후시랑서(上黃孝侯侍郞[])에서 그의 심정을 읽을 수 있다.

“24세에 아버님의 가르침을 받기 시작한 뒤에 묵은 병이 조금 나은 듯하여 비로소 경서(經書)를 부지런히 공부하는 데 마음을 쏟았고 아울러 송() 사자서(四子書)를 수년간 익혔습니다. 그 뒤 민노행 선생을 뵙게 되어 경서(經書)의 바른 뜻을 듣기를 청하였으나, 선생께서는 책상을 어루만지시며 오랫동안 한숨만 쉬다가 말씀하시길, ‘내가 궁벽한 곳에 살면서 경전의 뜻만 연구한 지가 50년이 되었으나, 남에게는 한마디도 이야기할 수 없는 내용뿐인데, 너는 이를 배워서 무엇하겠느냐?’고 하셨습니다. 저는 그 말씀이 무언가 다른 점이 있으리라 생각되어서 굳이 청하여 스승으로 받들기 4년 만에 선생은 갑자기 돌아가시고 말았습니다. 임종 자리에서 선생님은 저를 김정희 선생께 위촉하여 끝까지 가르쳐 주기를 부탁하고 가셨습니다. 그때 김 선생님께서는 제주도에서 귀양살이를 하고 계셨는데 수륙 이천 리 길을 찾아가 뵈었더니, 역시 한숨만 쉬시고 한 말씀도 없기는 민 선생님과 조금도 다름이 없었습니다. 이윽고 말씀하시길, ‘너는 나를 보지 못하느냐? 경서를 열심히 공부한 결과가 이 같은데, 이것을 공부해서 무엇을 하겠다는 것이냐?’ 저는 더욱 남다른 무엇이 있으리라 생각되어 선생을 모시고 제주도에서 3년간 배웠습니다. 선생께서는 제주도의 귀양이 풀린 지 얼마 되지 않아 또 북쪽으로 귀양 가시게 되었는데, 저는 함께 모시고 가서 1년이 넘도록 계속 배웠습니다. 그러고 나서 스스로 헤아려 보니, 흉중에 전일과 달라진 점이 있음을 분명히 깨달았지만 과연 한마디로 남에게 말할 수 없었고, 설사 말한다 하더라도 아무런 유익한 점이 없을 것 같았습니다[二十四歲 始承親敎已之快 如貞痼頓愈 始得專意劬經 兼習宋四子書數年 遇閔杞園 先生 願聞經旨 先生撫案太息者久之 乃曰 吾窮居治經訓五十餘年 不能以一語告人 子欲學此何爲 某異其言 固請師之四年 先生歾 臨逝 囑阮堂金先生 正喜 終敎之 時金先生謫居瀛海中 水陸路二千旣謁 金先生又太息不語 一如閔先生爲者 曰 子不見我乎 治經之効如此 學此究何用 某尤異之 遂居海外三年 先生宥還 不幾何 又竄北塞 某又從往踰年 自査胷中 似有與前日異者 然果不可以一語告人 雖告之無益也].”

원주용, 조선시대 한시 읽기, 이담, 2010, 357~359

 

 

인용

목차

한시사

문학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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