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회한으로 풀기 어려운 것이 있어 말을 그치질 못하며
노회유난석연자 불이우언(老懷有難釋然者 不已于言)
강위(姜瑋)
聞道苦難早 求師走八紘
문도고난조 구사주팔굉
天姿誠暗劣 見處未分明
천자성암렬 견처미분명
猶願遵詩禮 粗知畏法程
유원준시례 조지외법정
甘心居汚下 難受異端名
감심거오하 난수이단명 『古歡堂收艸詩稿』 卷之十三
해석
聞道苦難早 求師走八紘 | 도를 들으러 고난이 일찍부터였고 스승 구하려 팔방으로 달렸지만 |
天姿誠暗劣 見處未分明 | 천부적 자질이 진실로 어둡고 못나 견해는 분명치 않은 데 처했지. |
猶願遵詩禮 粗知畏法程 | 오히려 『시경』과 『예기』 따르길 원했고 거칠게 법칙의 길 두렵다는 걸 알았지. |
甘心居汚下 難受異端名 | 단 마음으로 비루하게 살겠지만 이단이란 명명은 수용키 어렵네. 『古歡堂收艸詩稿』 卷之十三 |
해설
이 시는 두 번째 연행(燕行)길에 이단으로 몰리는 자신의 답답한 마음을 노래한 것이다.
추금(秋琴)은 스승 김정희가 주창한 성령론(性靈說)【청나라 원매(袁枚)를 종장(宗匠)으로 하는 성령설(性靈說)은 ‘시필성당(詩必盛唐)’을 주장한 의고문파(擬古文派)에 대해 반격을 가하고, 세련된 기교나 우아한 수식보다도 정감(情感)의 진실성을 중시하였음】을 계승하였고, 제자백가(諸子百家)에 심취했고 심지어 불교에도 정통했는데, 그의 자서(自序)인 「고환당수초시고자서(古歡堂收艸詩稿自序)」에, “또 내가 일찍이 3일 밤을 서승보 선생과 보낸 일이 있었는데, 때때로 옛 현인들을 꾸짖고 속학(俗學)을 뒤집어 놓은 의견을 말하기도 하였다. 이를테면 지(知)는 양자(楊子)가 끝까지 구명했고, 행(行)은 묵자(墨子)가 끝까지 구명했다. 사물의 본질은 고자(告子)가 확실히 파악하였고, 법(法)은 순자(荀子)에 의하여 완비되었다 - 원문 빠짐 - . 『주역』의 「십익」과 『예기』는 단연코 한 사람 손으로 지어진 것이고, 유가의 도를 전하는 책도 한 자도 빠짐없이 사마천(司馬遷)의 『사기(史記)』에 의하여 집대성되었다[又余甞三夜 與徐圭庭 承輔 先生言 往往憤罵古賢 呵斥俗學 力翻成案 必謂知極於楊子 行極於墨子 體的於告子 法備於荀子 此句缺 斷以易大傳禮記 出於一手 爲孔門傳道之書 無一字遺憾 而集成於史遷].”라고 하여, 그의 학문이 얼마나 박학했는지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박학이 그를 이단으로 만들기도 하였다.
원주용, 『조선시대 한시 읽기』 하, 이담, 2010년, 360~361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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