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사 김이규에게 보이다
시김혜사(示金蕙史)
강위(姜瑋)
嶔崎歷落是吾徒 妙入禪機墨守儒
五十三參知識善 終須歸去叩文殊
界宋分唐是也非 尋常笑罵摠天機
欲從滄海橫流地 獨溯江西一派歸
蕙史堅持唐以下無詩之論, 故云. 『古歡堂收艸詩稿』 卷之五
해석
嶔崎歷落是吾徒 금기력락시오도 |
고집 세고 노쇠한 우리 무리들이 |
妙入禪機墨守儒 묘입선기묵수유 |
오묘히 선기【선기(禪機): 선종(禪宗)의 조사(祖師)들이 후학의 속물 근성을 뿌리채 뽑아 버리고 대번에 깨달음의 계기를 마련해 주기 위하여 취하는 돌발적인 언행으로, 갑자기 큰 소리로 고함을 지르는 할(喝)이나 몽둥이를 들고 때리는 방(棒) 같은 것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에 들거나 묵묵히 유학만을 고수하네. |
五十三參知識善 오십삼참지식선 |
오십삼불【오십삼불: 본래 서역 사위국(舍衛國)에서 세존(世尊)을 보지 못한 삼만가(三萬家)가 문수사니(文殊師尼)의 말을 받들어 석가의 상을 주조한 뒤에 쇠북 속에 담아 바다에 띄워서 가는 대로 내맡겨 두었던 것이다】의 지식을 참고함이 좋다지만 |
終須歸去叩文殊 종수귀거고문수 |
끝내 반드시 돌아와 문수보살【문수(文殊): 불교에서 여래(如來)의 왼편에 있는, 지혜(智慧)를 맡은 보살로서 불성(佛性)을 명견(明見)하여 법신(法身)ㆍ반야(般若)ㆍ해탈(解脫)의 삼덕(三德)을 구족(具足)하고, 불가사의한 지혜를 가졌다 한다.】에게 물어보라. |
界宋分唐是也非 계송분당시야비 |
송이라 경계짓고 당이라 나누어 옳다 그르다 하지만 |
尋常笑罵摠天機 심상소매총천기 |
늘 웃고 욕하며 천기에 총괄해야 하지. |
欲從滄海橫流地 욕종창해횡류지 |
푸른 바다를 따라 땅이 비껴 흐르고자 한다면 |
獨溯江西一派歸 독소강서일파귀 |
홀로 강서일파로 거슬러 돌아가게 되리. 『古歡堂收艸詩稿』 卷之五 |
蕙史堅持唐以下無詩之論, 故云.
혜사가 당나라 이후로 시가 없다는 논의를 견지하였기 때문에 말한 것이다.
해설
이 시는 주(注)에, “혜사가 당나라 이후에는 시가 없다는 논의를 하므로 짓는다[蕙史堅持唐以下無詩之論 故云].”라는 표현으로 보아, 의고문파인 김이규에게 자신의 뜻을 보이기 위해 지은 것이다.
추금(秋琴)은 학당(學唐)이나 학송(學宋)에서 벗어나 시는 오직 천기(天機)【천기는 성령론자(性靈論者)들이 가장 즐겨 사용하는 용어 가운데 하나로, 꾸밈이 없는 개성이나 자연스럽게 우러나는 정감(情感)을 가리킴】를 전달하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의 지기(知己)인 황옥(黃鈺)은 「고환당수초시고서(古歡堂收艸詩稿序)」에서, “고환의 시는 비록 대기만성형이라고 말하지만, 그 이룬 것을 생각해 보면 장래 기필코 달부(唐대 高適의 자)에게 뒤지지 않을 것이며, 천하에서 고환의 시를 읽는 사람은 그를 이백(李白)과 두보(杜甫)의 사이에 위치시킬 것이다. 또한 어느 날 풍속을 채집하는 사람이 나타나서 조선의 시인을 열거한다면, 나는 반드시 고환이 첫 번째가 될 것을 알고 있다[古歡之詩 雖曰大器晩成乎 而考所造就將來 必不讓於達夫 行見海內外讀古歡詩者 且位置於李杜間 儻有採風者出 列上東土詩人 吾知其必以古歡爲冠].”라고 평하고 있다.
원주용, 『조선시대 한시 읽기』 하, 이담, 2010년, 362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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