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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시네필 다이어리, 시간을 달리는 소녀와 질 들뢰즈[시간을 잴 수 없는 시간의 무한 탈주] - 1. 시간의 단위는 무엇일까 본문

책/철학(哲學)

시네필 다이어리, 시간을 달리는 소녀와 질 들뢰즈[시간을 잴 수 없는 시간의 무한 탈주] - 1. 시간의 단위는 무엇일까

건방진방랑자 2021. 7. 27.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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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달리는 소녀와 질 들뢰즈

시간을 잴 수 없는 시간의 무한 탈주

 

 

1. 시간의 단위는 무엇일까

 

 

우리가 우주로 나갈 때 가져가는 것은 바로 우리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변하지 않으면 우주도 우리를 변하게 할 수 없습니다.

-조셉 캠벨, 이윤기 역, 신화의 힘, 이끌리오, 2002, 336.

 

 

쏜살같이 달리는 시간의 뒷덜미를 슬쩍 낚아채어, ‘헤이, 그만 좀 달리고 웬만하면 쉬어 가지 그래?’라고 속삭일 것 같은 소녀. 등교시간의 압박과 알람시계의 난리법석만 없다면, 골목길에서 마주치는 모든 사람과 도란도란 수다를 떨고, 눈길을 끄는 모든 장소마다 기꺼이 멈춰 요리조리 두리번거릴 것만 같은, 지구를 몇 바퀴 돌고도 남을 오지랖을 펄럭이는 명랑 소녀 마코토.

 

차라리 지각을 하는 게 낫겠다!’라는 친구의 핀잔을 들으면서도 다음 날에도 그 다음 날에도 어김없이 달콤한 늦잠을 자고 턱까지 차오르는 숨을 누르며 빛의 속도로 자전거 페달을 밟아대는 소녀. 시간을 달리는 소녀시간을 달린다라는 표현보다는 시간을 깜빡 잊고 띄엄띄엄 건너뛰는 소녀’, 걸핏하면 시간을 망각하기에 그 어떤 시간의 광풍에도 휘둘리지 않는 소녀의 이야기다.

 

영화가 시작되는 즈음 마코토가 시간의 흐름에 짓눌리지 않는 이유는 그녀가 시간의 교환가치에 무관심하기 때문이다. 소녀 마코토는 타임 리프라는 엄청난 능력을 갖게 되고 나서도 그 능력을 좀처럼 유용한곳에 쓰지 않는다. 약삭빠른 어른들이라면 주식투자나 로또 당첨이나 경매나 도박 같은 환금성 높은일에 타임 리프 능력을 썼을지도 모른다. 이런 엄청난 초능력이 생긴다면 아마 사람들은 자신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뭔가 대단한 일을 할 수 있기를 바랄 것이다.

 

타임 리프 능력이 생긴다면 무엇을 하고 싶은가라는 설문조사는 당신이 투명인간이 된다면 무엇을 하고 싶은가라는 설문조사와 비슷한 결과를 낳지 않을까. ‘한정된 시간한정된 육체야 말로 인간 스스로 느끼는 자신의 명백한 한계이니까. 천하의 보들레르도 시간의 인식앞에서는 맥을 못 추었다. 황홀한 망상에 빠짐으로써 시, , 초로 환원되는 기계적 시간의 압박에서 벗어났던 보들레르. 그는 시간을 떠올리는 순간, 조금 전까지만 해도 아름다운 몽상에 물들어 향기와 빛으로 가득했던 자신의 방이 악몽의 방으로 바뀌어버리는 환상을 체험한다. 기계적 시간, 진보적 시간, 직선적 시간이야말로 시인의 소중한 뮤즈를 앗아가는 폭군의 무기였던 것이다.

 

 

! 그렇군! 시간이 다시 나타났다. 시간은 이제 폭군으로 등장했다. 이 무서운 늙은이, 시간과 함께 추억, 회한, 공포, 고통, 악몽, 분노, 신경증 등 모든 시간의 악마적 행렬이 돌아온 것이다.

() 한 초 한 초가 시계추에서 솟아나면서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나는 삶이다. 견디기 힘든, 요지부동의 삶!

() 그렇다! 시간이 지배한다. 시간이 그의 난폭한 독재권을 다시 찾은 것이다. 그리고 시간은 마치 황소를 부리듯 그의 두 개의 바늘로 나를 채찍질하며 , 바보야 소리를 질러! 노예놈아, 땀을 흘려! 저주받은 자야, 살아라!’하고 나를 재촉한다.

-보들레르, 윤영애 역, 파리의 우울, 민음사, 1995,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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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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