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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시네필 다이어리, 시간을 달리는 소녀와 질 들뢰즈[시간을 잴 수 없는 시간의 무한 탈주] - 2. 내가 변하면 시간도 변할 수 있다 본문

책/철학(哲學)

시네필 다이어리, 시간을 달리는 소녀와 질 들뢰즈[시간을 잴 수 없는 시간의 무한 탈주] - 2. 내가 변하면 시간도 변할 수 있다

건방진방랑자 2021. 7. 27.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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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내가 변하면 시간도 변할 수 있다

 

 

타임 리퍼(time leaper)와 투명인간은 주체의 책임을 삭제함으로써 무엇이든 마음대로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신의 전지전능함을 떠올리게 한다. 타임 리프나 투명인간 되기는 신의 권능을 훔치는 일처럼 짜릿하면서도 은밀한 쾌감들을 상상하게 한다. 그러나 특별히 잘하는 것도 없고 엄청난 모범생도 아닌, 언뜻 보면 그저 평범한 소녀인 마코토는 이 눈부신 초능력을 다소 엉뚱한 곳에 사용한다. 노래방 시간을 연장하거나 동생이 푸딩을 꿀꺽 집어삼키기 이전으로 돌아가기 같은, ‘정말 시답잖은, 하등 중요하지 않은일에 말이다.

 

그러나 이 대단한 능력을 이토록 하찮은 일에 써먹는 소녀의 천진함이야말로 이 소녀에게 타임 리프라는 위대한 능력이 주어질 자격이 있음을 증명하는 요소가 아닐까. 그녀는 이토록 사소한 일에서 무한한 희열을 느낄 줄 아는 무구(無垢)한 영혼을 지닌 소녀다. 그녀는 시간을 쥐락펴락하여 시간을 지배하고, 시간에 쫓기는 인간을 지배할 수도 있는 절호의 기회가 주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그 기상천외한 능력을 엉뚱한 일에 사용함으로써 심각한 미션우스꽝스러운 놀이로 역전시킨다.

 

그녀에게 타임 리프는 시간을 권력으로 사용하는 지배의 기술이 아니라 시간을 찰흙처럼 주무르고 구부려 저글링을 하는 듯한 놀이의 기술이다. 이 모든 좌충우돌 속에서 그녀는 디지털시계처럼 순서대로 어김없이 정확하게 흘러가는 시간의 흐름을 뒤집어 권태의 시간사랑의 시간으로 탈바꿈시키는 기적의 연출자가 된다.

 

이제 치명적인 사이렌의 노래를 듣지 않기 위해 귀를 틀어막아버린 소심남 오디세우스가 아니라, 지상의 모든 소리에 귀 기울이느라 언제나 좌충우돌 사고를 치는, 너무도 불안하지만 지극히 사랑스러운 한 소녀의 신개념 오디세이가 시작된다. 그녀는 바뀌어버린 시간의 의미 때문에 수동적으로 변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변하면 시간도 변할 수 있다는 기적을 요리하는, 경이로운 시간의 탈주자가 된다. 이 멋진 시간 여행의 동반자는 바로 질 들뢰즈이다.

 

 

음악의 최종 목적으로서, 탈영토화 된 리토르넬로를 생산하고 그것을 우주 안에 풀어놓는 것, 그것은 새로운 체계를 만드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일이다. 우주적 힘을 향해 배치를 개방하라. 하나의 배치에서 다른 배치로, 소리의 배치에서 음향화 하는 기계로. 음악가의 어린이-되기에서 어린이의 우주적으로-되기.

-질 들뢰즈 · 펠릭스 가타리, 이진경 · 권혜원 외 역, 천의 고원2, 연구공간 수유+너머 자료실, 2000, 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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