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앞서 그는 「논시중미지약언(論詩中微旨略言)」에서보다 이론적으로 심화하는 여유를 보이고 있다.
시(詩)는 의경(意境)이 주가 되므로 의경(意境)을 설정하는 것이 가장 어렵고 말을 꾸미는 것은 그 다음이다. 의경(意境)은 또한 기(氣)를 위주로 하기 때문에 (氣)의 우열에 따라 의경(意境)의 심천(深淺)이 결정될 따름이다. 그러나 기(氣)는 천성(天性)에 근본한 것이어서 후천적으로 배워서는 얻을 수는 없다. 그러므로 기(氣)가 열(劣)한 사람은 글을 다듬는 것으로 능사(能事)를 삼고 의경(意境)을 앞세우지 않는다. 대체로 글을 꾸미고 다듬어 그 구를 아롱지게 하면 아름답게 되는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그 속에 함축되어 있는 심후(深厚)한 의경(意境)이 없으면 처음에는 볼 만하나 다시 씹게 되면 맛이 없어지고 만다.
夫詩以意爲主, 設意尤難, 綴辭次之. 意亦以氣爲主, 由氣之優劣, 乃有深淺耳. 然氣本乎天, 不可學得, 故氣之劣者, 以雕文爲工, 未嘗以意爲先也. 蓋雕鏤其文, 丹靑其句, 信麗矣, 然中無含蓄深厚之意, 則初若可翫, 至再嚼則味已窮矣.
그는 또 시(詩)로써 시(詩)를 논한 「논시(論詩)」(五古)에서도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作詩尤所難 語意得雙美 | 시 짓는 일보다 더 어려운 것 없나니 말과 뜻이 함께 아름다워야 하네. |
含蓄意苟深 咀嚼味愈粹 | 함축되어 의(意)가 진실로 깊어야 씹을 수록 더욱 맛이 순수하네. |
(중략) | (중략) |
就中所可後 彫刻華艶耳 | 그 중에서도 후차적인 것은 문장(文章)을 아름답게 꾸미는 것일세 |
(하략) | (하략) |
「답전리지눈문서(答全履之論文書)」와 「논시중미지약언(論詩中微旨略言)」에서와 마찬가지로 형식적인 기교를 철저하게 거부하고 기호의활(氣豪意豁)한 시를 추구하는 자신의 시관(詩觀)을 선명하게 제시했다. 이는, 중국 문학의 비평사(批評史)에서 보면 오히려 통합론에 가까운 소동파(蘇東坡)의 시세계를 수용함에 있어 우리나라 시인들이 극복해야 할 한국시의 과제를 이미 간파하고 있는 것이다. 형식미의 추구로써 도달 가능한 세계는 시원적(始源的)으로 제한되어 있음을 명백하게 말하고 있다.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