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해설. 보릿고개와 가렴주구로 시름 깊은 농민
이 시에서 제목이 의미하는 그대로 농가의 원성을 듣게 된다. 시는 세 단락으로 구성되어 있다.
작중의 시간대는 춘궁기의 어느 날, 첫 단락에서 ‘보릿고개’란 말처럼 넘기기 힘겨운 때에, “아이들 배고파 보채는 거야 참는다지만 /늙으신 부모님 어찌하리오[兒啼猶可忍 親老復何爲]”라고 궁핍의 괴로움과 함께 주인공의 충후한 성격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작중인물에게는 그 곤경을 벗어날 길이 보이지 않는다. 그런 사정을 첫 단락의 끝에서 “어디로 갈지 막막하구나[茫茫無所之]”로 대변하고 있다.
가운데 단락은 그런 형편임에도 불구하고 아전이 나와서 빼앗아갈 물건이라곤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으므로 대신 인신을 폭력적으로 잡아가는 내용이다.
끝 단락은 그날의 저녁이다. 아전들이 분탕을 치고 사람까지 끌어간 다음 이제 남은 것은 처량뿐이다. “하늘에 ‘죽여줍시사’ 부르짖어도/들어줄 자 그 누구란 말이냐[呼天皆乞死 聽者其又誰]”라는 대목에서 절망과 분노의 정서가 심각하게 노출되어 있다.
시인은 농민의 절박한 현실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양심적 자세로 통탄하는 한편 체제적 위기감까지 느끼게 되는 것이다.
-임형택, 『이조시대 서사시』 1권, 창비, 2020년, 85쪽
인용
728x90
반응형
그리드형
'한시놀이터 > 서사한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문개가(聞丐歌) - 2. 부잣집도 갑자사화로 풍비박산이 나다 (0) | 2021.08.08 |
---|---|
문개가(聞丐歌) - 1. 새벽에 밥 빌러 찾아온 늙은 거지 (0) | 2021.08.08 |
송순 - 전가원(田家怨) (0) | 2021.08.08 |
동우탄(冬雨歎) - 해설. 겨울비와 관리의 횡포를 풍자적으로 그리다 (0) | 2021.08.08 |
이희보 - 동우탄(冬雨歎) (0) | 2021.08.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