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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임금에 희망을 건 필자와 불신하는 할머니
이 시는 남부럽지 않게 살던 한 가정의 파탄의 현장을 포착한 것이다. 요족(饒足)하던 살림이 가렴주구(苛斂誅求) 때문에 파산을 당하고 급기야 남편ㆍ자식까지 감옥으로 보낸 안노인의 이야기로 내용이 엮인다. 이 이야기를 현장에서 직접 듣고 기록하는 것이 시인의 입장이다.
작중 주인공은 남편과 자식이 매를 맞고 살이 썩어가는 지경에서, “하늘을 바라보고 부르짖으며 울 밑에서 진종일 울어도 / 하늘조차 대답이 없으시니 다시 어느 누구를 믿으리오[呼天終日哭籬下 天猶不應更誰怙]”라고 울부짖는다. 시의 현재인데, 주인공 여자는 마지막 남은 하늘에 대해서까지 회의하는 것이다.
시인은 백성의 이런 민망한 사정을 국왕에게 보고해서 해결하고자 한다. 시인은 문제의 소재가 백성을 맡아 다스리는 관인들의 자질에 있다고 보았으며, 궁극의 관건은 왕의 총명에 걸린 것으로 의식한 셈이다. 그런데 주인공 여자는 “이웃의 어르신네 무슨 말씀을, 시방 저를 놀리시나요[隣家丈人還余侮]”라고 완강히 머리를 저으며 비웃고 있다. 또한 시는 이 말로 끝맺어지는데, 하늘에 대한 회의가 곧바로 통치체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진 것이다. 어쨌건 그 발언은 너무도 충격적이어서 주인공 여자의 인상이 강렬하게 남는다.
-임형택, 『이조시대 서사시』 1권, 창비, 2020년, 97쪽
1 | 해질녘 들려온 곡소리 |
2 | 사또에 따른 흥망성쇠 |
3 | 임금께 아뢰기만 하면 다 고쳐질 텐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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