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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임란으로 도륙 당한 동래백성의 통곡소리
이 시는 임진왜란 당초에 동래성에서 왜적의 손에 백성들이 도륙당한 상황을 그린 것이다.
시의 작자 이안눌은 선조 40년(1607)에 동래부사로 부임하였다. 4월 15일은 동래성이 적군에 함락된 날이다. 이날 아침은 성안이 울음바다를 이루는데 그 곡성이 역사적 사실을 재현시킨 것이다. 시는 시인과 고을 아전이 대화하는 방식으로 구성되는바, 아전의 구술을 통해 현재의 울음에 연관해서 당시의 참혹한 죽음의 사연들이 낱낱이 폭로된다. 16년 전의 사건을 회고하는 셈이지만 생생한 화폭처럼 펼쳐지고 있다.
시인은 “이야기 끝까지 듣다 못해 /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리네[蹙額聽未終 涕泗忽交頤]”라고 중간에 한번 끼어드는 것으로 자기 정서를 간략히 표출할 뿐, 이내 “울어줄 사람 있으면 그래도 덜 슬프지요[有哭猶未悲]”라는 아전의 구술로 계속 이어진다. 그리하여 “온 가족 칼날 아래 쓰러져 / 울어줄 사람 하나 없이 된 집 얼마나 많다고요[幾多白刃下 擧族無哭者]”라고 끝맺는다.
지금 들리는 저 울음소리가 끔찍했던 과거의 일을 떠오르게 하는데 더욱 큰 비통은 울음조차 잠적해 있다는 뜻이다. 전편이 둘째 구절의 “아침에 집집마다 곡하는 소리[平明家家哭]”의 곡(哭)자로부터 풀려나와서 마지막은 ‘곡’의 바깥에 무한한 여운을 남긴다.
-임형택, 『이조시대 서사시』 2권, 창비, 2020년, 7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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