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비장하고 숭엄하게 김응하 장군을 그리다
17세기 전반 동북아의 정세는 질서의 재편이 진행되고 있었다. 명(明)ㆍ청(淸)의 교체로 결산되는 역사의 과정에서 이 지역의 삼국은 갈등 쟁투를 치열하게 벌인 것이다.
1619년 심하전투는 혈맹관계로 맺어진 조선과 명의 연합군이 누루하치의 후금에 대패하여, 앞으로 다가올 대국을 예견하는 사건이었다. 김응하는 그 싸움에서 비록 패군의 장수였으나 군인으로서 최후가 장렬하였으므로, 적국사람들의 입에서까지 그를 ‘유하장(柳下將)’ 혹은 ‘호남아’라고 칭송했다 한다. 더욱이 후금의 급격한 팽창에 위기의식을 가진 데다 명에 대해 정신적 연대감이 끈끈했던 당시 조선의 처지로서 김장군의 죽음은 비상한 의미를 갖는 일이었다. 그래서 그가 죽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 그에게 충무(忠武)라는 시호가 내려졌고 의주에 사묘(祠廟)와 기념비를 세웠다. 또한 그를 애도 추모하는 시문들이 많은 사람들에 의해 씌어져서 『충열록」이란 책이 엮어졌던바, 지금 이 시도 그 가운데 실려 있다. 그런데 이 시는 장편으로 서사적인 내용 형식을 띤 점이 특이하다.
작품은 서두부터 후반부에 이르기까지 심하전투에서 김응하 장군이 최후의 순간에 이르는 경과를 서술하는데, 그의 비장하고 숭엄한 형상이 떠오르고 있다. 다만, 이 시는 사묘의 건립에 부친 것인 만큼 후반 이후는 거기에 맞추어졌다. 특히 이역의 낯선 땅에서 떠도는 영혼을 부르는 사연이 애절한 감명을 준다.
-임형택, 『이조시대 서사시』 2권, 창비, 2020년, 82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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