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산대희 보고서
우리 민족의 전래적인 놀이 내지 연극의 형태로 산대희(山臺戱)가 있었다. 유래가 오래된 것으로 이조시대에는 특히 중국의 외교사절을 위해 이 놀이가 성대하게 공연되었는데 영조 이후 끊어졌다 한다. 대신 시정의 유흥으로 전환되었던 모양이다. 이는 우리 예술사 내지 풍속사에서 중요한 사실이지만 관련 자료가 워낙 빈약하여 제반 자세한 내용은 충분히 파악되지 못하고 있다. 지금 이 시는 시정에서 벌이던 산대놀이의 연희 내용을 비교적 상세히 보고하고 있는 것이다.
작품 서두에서 서술자는 10세 소년으로 밤낮 책상머리에 앉아 머리를 썩이는 처지임을 밝힌다. 이런 소년에게 “무대를 가설하고 한판 논다[設棚爲戱具]”라는 소식은 그야말로 환희요 해방으로 들릴 터이지만 감정 변화가 자제된 상태에서 드러난다. 다음 본장에서 구경한 내용, 즉 가설무대 위에 나타나선 한바탕 뛰고 춤추고 소리치다 사라지고, 또다시 등장했다 퇴장하고 줄곧 이어지는 기기묘묘한 놀음놀이를 보여준다. 꼭두각시에 속하는 놀이로부터 탈춤에 속하는 놀이로 연속되는데 그 안에 만석중놀이ㆍ철괴무 같은 종류로 보이는 것도 있다. 역시 소년적 감수성에서 일일마다 재미나고 신비롭게 비쳐진 점이 특색이다. 따라서 구체적으로 이해하기는 다소 불충분한 것이다.
이 시는 10세 작으로 기록되어 있다. 작중에서도 서술주체가 10세 소년이므로 10세 때 작이라는 기록은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10세 소년이 지은 것으로 보기에는 어려운 곳들이 눈에 띈다. 아무래도 문장 수사는 다른 어른에 의해서나 아니면 본인이 성장한 다음에 전반적으로 손질이 가해진 것 같다. 하지만 서술 내용 및 시상 자체는 소년의 천재적 두뇌와 예민한 감수성에서 산출된 것이다. 결말 부분에서 놀이의 의미를 완전히 부정하고 엄금해야 할 것으로 규탄한 대목은 어떤 경위로 들어갔건 어울리지 않게 첨가된 것으로 생각된다. 그야말로 사족이기에 이 대목은 번역하지 않았다.
-임형택, 『이조시대 서사시』 2권, 창비, 2020년, 481~482쪽
1 | 변화무쌍한 산대희를 구경하다 |
2 | 사회의 금기를 마꾸 깨는 내용들 |
3 | 산대희로 세속이 졸렬해졌다 |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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