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귀족벼슬아치들의 기회주의적 행태를 비판하다
「한구편」은 한씨네 개의 사적을 읊은 노래라는 의미에서 붙여진 제목이다. 작자 이건창의 아우가 그 사적을 기록한 글을 지었던바, 거기에 근거해서 이 「한구편」을 쓴 것이다. 서장에서 “사가(史家)는 기술을 중시하는데 / 새기고 기리는 일(원문은 명승銘頌) 시인에게 달렸[史家重紀述 銘頌在詩人]”다고 하였듯, 시양식이 갖는 특성을 인식하고 이 서사시를 지었다.
이 시는 이색적으로 개가 주인공이 되어 한 짐승의 형상화에 초점이 모아진 셈이다. 대략 네 단락으로 나누어지는데 시를 짓게 된 배경 설명이 1부 서장이다. 2, 3부에서는 개의 이러저러한 면모와 개를 중심으로 일어난 사건을 서술하여 그 형상을 부각시키며, 4부에서는 그를 인간 현실과 결부해서 끝맺는다.
그러므로 서사적 중심은 2, 3부에 있거니와, 그중에도 사회 모순에 의해 갈등이 심화되는 대목은 3부다. 도저히 갚을 길 없는 부채 때문에 주인은 사랑하는 자기 개를 채권자에게 넘겨주지 않을 수 없는 처지고, 개는 정든 옛 주인의 곁을 떠나기 싫어도 떠나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다. 이런 갈등이 발전하여 급기야 개의 죽음이란 비극적 사태에 이른다. 사람의 이야기보다 더욱 감명을 주는 이 개의 비극에 사회 모순이 얽혀 있다.
시인은 ‘한구’의 형상에서 의기와 충직을 중시한다. 19세기 후반의 민족 위기를 눈앞에 두고 왕조에 대대로 은혜를 입은 귀족 벼슬아치들이 기회주의적으로 놀고 국가 민족을 배반하는 작태를 자행하기도 하였다. 「한구편」의 주제는 이런 무리들에 대한 야유와 견책의 뜻이 담겨 있는 것이다.
-임형택, 『이조시대 서사시』 2권, 창비, 2020년, 534쪽
1 | 역사가와는 다른 시인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이 시를 쓰다 |
2 | 사람만큼 영리하면서도 불의에 맞설 줄 알던 한씨네 개 |
3 | 옛 주인에 대한 의리를 지킨 한씨네 개 |
4 | 한씨네 개처럼 충성스런 신하가 그리운 이때 |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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