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천지불인(天地不仁)과 다언삭궁(多言數窮)은 후대에 첨가됐다
죽간이란 대나무를 쪽 내어 그 위에 쓴 것이다. 그러므로 그 대나무 한 쪽에는 몇 글자 밖에는 쓰지를 못한다. 이 대나무 쪽을 발처럼 이어 책을 만드는데 그것이 곧 ‘편(篇, 대나무 竹변이 글자 위에 있다)’이다. 그래서 대나무로 만든 책자의 경우는 그 이은 끈이 끊어지게 되거나 죽간이 미끄러져 빠지거나 하면, 문장의 앞뒤가 뒤섞일 가능성이 높다. 이런 현상을 우리가 착간(錯簡)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그런데 백서(帛書)는 비단에 붓으로 쓴 것이다. 그 비단을 두루루 말거나, 어느 정도 넓이로, 포목장사들이 피목을 접는 형태로 착착 접어 포갠다. 그래서 비단으로 된 책은 그 양수(量數)를 권(卷)으로 세는 것이다. 이 백서의 경우는 비단 한 면에 요즈음의 책처럼 엄청나게 많은 글자를 쓸 수가 있고, 또 그 순서가 뒤바뀔 가능성이 전혀 없다. 그러니까 백서의 발견은 당시의 텍스트의 온전한 모습을 알게 해주는 것이다. 지금 내가 ‘多言數窮, 不如守中’이 왕본(王本)의 모습대로 백서(帛書)에 나타난다고 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비단책의 특성을 가지고 하는 말이다.
그리고 백서(帛書)가 『도덕경』의 순서가 아니라 『덕도경」의 순서로 되어 있다고 하는 것도, 「덕경」 부분이 「도경」 부분보다 앞쪽에 비단폭에 쓰여져 있는 사실을 가지고 하는 말인 것이다.
그러니까 백서(帛書)에까지만 해도 나타나는 천지불인(天地不仁) 구문과 다언삭궁(多言數窮) 구문이 곽점죽간에 나타나지 않는다는 사실은 5장의 성격에 관한 새로운 논증을 가능케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이 5장 중에서 천지불인(天地不仁) 구문과 다언삭궁(多言數窮) 구문은, 탁약(橐籥) 운운한 구문보다 후대에 첨가된 부분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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