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5장에 대한 세 개의 판본 비교
보통 ‘천지불인(天地不仁)’으로 불리우는 이 장은 노자사상을 대변하는 아주 중요한 철학적 사색의 장으로 아주 잘 인용되고 널리 회자되어 왔던 장이다. 그런데 이 장이 곽점죽간에 있는가 없는가? 있다! 와아! 대단하다! 있구나!
그런데 여기 우리의 흥분은 자제를 요구한다. 우리가 천지불인(天地不仁)장에서 논란이 많이 되는 주요 부분이 모두 빠져있다는 사실이다. 5장에서 ‘天地不仁, 以萬物爲芻狗, 聖人不仁, 以百姓爲芻狗.’ 부분이 빠져 있고, 또 마지막의 ‘多言數窮, 不如守中.’이라는 구절도 빠져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중간의 ‘ 天地之間, 其猶橐籥乎? 虛而不屈, 動而愈出.’ 부분만 곽점죽간에 들어있는 것이다. 요 부분만 제25장의 ‘人法地, 地法天, 天法道, 道法自然’ 뒤에 따라 나오고 있다(죽간은 김밥 마는 발처럼 노끈으로 엮어져 있다. 그래서 그 순서를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백서(帛書)의 경우는 어떠한가? 백서(帛書)의 경우는 갑(甲)ㆍ을본(乙本)이 모두 명료하게 현행 왕본(王本)과 거의 동일한 모습의 5장 전체를 싣고 있는 것이다. 곽점죽간을 제외해놓고 볼 때, 백서(帛書)가 나왔을 때, 우리 전문가들은 현행 왕본(王本) 체제의 정밀성에 대해 찬탄을 금치 못했다. 예를 들면, 제일 끝 구절인 ‘多言數窮, 不如守中’과 같은 것은 왕본(王本)의 전체적 흐름에서 볼 때, 그 맥락이 너무 돌출하여 있고, 그 의미가 독립된 느낌이 들어, 고증을 좋아하는 많은 주석가들이 딴 곳에 있던 죽간의 파편이 우연하게 착간(錯簡)으로 편입된 것이라고 간주하는 것이 상례였다. 그런데 백서(帛書)에는 그 부분조차도 고스란히 왕본(王本)의 순서대로, 착간이라 말할 여지가 없이, 쓰여져 있었던 것이다. 여기 지금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인지 독자들에게는 설명이 좀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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