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주론: 집권의 요청과 견제
『여씨춘추(呂氏春秋)』가 말하는 군주론은 새롭게 중국문명에 등장하는 훗날의 진시황 정(政)에 대한 인정과 견제의 양면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그 군주론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군주는 국정의 개별적 사안에 관여해서는 아니 된다. 정무의 만단(萬端)을 능력있는 신하들에게 맡겨야 한다.
2)
군도(君道)는 ‘정(靜)’, 신도(臣道)는 ‘동(動)’, 군도는 ‘인(因)’, 신도는 ‘위(爲)’. 군주된 자는 군ㆍ신의 구별을 확실하게 하고, 자신은 ‘무지무능(無知無能)’의 철학을 실천하면서 신하의 ‘유지유능(有知有能)’에 철저히 의거할 것.
3)
군주는 천박한 이목(耳目)의 시청(視聽)을 버리고, 번잡한 사려(思慮)를 중단하고(‘에포케epokhế’에 집어 넣는다), 성명(性命)의 정(情)을 따르고 오직 허정무위(虛靜無爲)의 양생(養生)만을 힘쓴다. 그렇게 함으로써 군주는 마음을 비울 수 있고, 마음을 비울 수 있기에 만기(萬機)를 총람(總覽)할 수 있으며, 또 신하들의 명(직분)과 실(실적)이 상부한가, 상부하지 아니 한가를 정확히 따져 그들을 통어(統御) 함으로써 실권을
유지한다.
이러한 군주의 무위론에서 상대적으로 부각하는 것은 유능한 사 계급의 부상이다. 그리고 정치는 얼마나 유능하고 정직한 사(士)를 확보하느냐에 달려있는 것이다.
결국 여불위(呂不韋)가 꿈꾼 새로운 제국의 질서는 편협한 법가의 좌파무리들에 의하여 망가져 갔다. 여불위(呂不韋)의 『여씨춘추(呂氏春秋)』가 성립하면서 진시황은 새로운 진제국의 탄생에 박차를 가하게 된다. 그러나 진시황은 여불위(呂不韋)의 품을 떠난다. 그리고 여불위(呂不韋)는 실각한다. 여불위는 『여씨춘추(呂氏春秋)』를 유언장으로 남기고, 권력의 암투 속에서 구구하게 생존할 생각을 하지 않고 깨끗하게 짐독(鴆毒)의 잔을 들이킨다. 결국 여불위(呂不韋)의 자결과 함께 진제국의 단명(短命)은 결정된 것이다.
그러나 『여씨춘추(呂氏春秋)』의 이상(理想)은 한제국의 원동력이 되었다. 그리고 그 무위(無爲)의 제왕과 능력있는 사(士)의 유위(有爲) 질서는 실상 송대에나 내려와 그 청사진이 제대로 그려진다. 그러나 송대에도 그러한 이상은 실현되지 않았다.
그 과제 상황은 오늘의 동아시아문명의 정치현실에까지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의회민주주의가 발달했다고 한들, 정치적 리더들이 만물을 사심 없이 휘덮는 하늘과도 같은, 만물을 사심 없이 품에 안는 대지와도 같은, 지공무사한 마음을 지녀야 한다는 여불위(呂不韋)의 외침은 결코 공허한 울림은 아닐 것이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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