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요도장(廣要道章) 제십오(第十五)
윗사람이 먼저 경례할 때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인민들이 서로 친(親)하고 서로 사랑[愛]하도록 가르치는 데 있어서는 위에 있는 사람이 인민들에게 직접 효도(孝道)를 실천해 보이는 것처럼 좋은 방법은 없다. 인민들이 서로 예의를 지키고 질서에 순종하도록 가르치는 데 있어서는 위에 있는 사람이 인민들에게 직접 제도(弟道)를 실천해 보이는 것처럼 좋은 방법은 없다. 인민들의 신바람을 움직여서 그 풍속을 개변시키는 데 있어서는 음악[樂]처럼 좋은 것이 없다. 위에 있는 사람(상上: 지배자. 군주)을 안정시키고 인민들을 질서있게 다스리는 데는 예(禮)처럼 좋은 것이 없다. 예(禮)는 한마디로 경(敬)일 뿐이다. 子曰: “敎民親愛, 莫善于孝. 敎民禮順, 莫善于弟. 移風易俗, 莫善於樂. 安上治民, 莫善於禮. 禮者, 敬而已矣. 그러므로 위에 있는 자가 그 아비를 공경해주면 아들들이 기뻐 따르고, 그 형을 공경해주면 동생들이 기뻐 따르고, 그 군주를 공경해주면 신하들이 기뻐 따른다. 그러니까 아비ㆍ형ㆍ군주 한 사람을 공경해주면, 그 밑에 있는 아들들ㆍ동생들ㆍ신하들 천 명ㆍ만 명이 기뻐 따르게 되는 것이다. 공경해주어야 할 대상은 적은데, 파급되어 기뻐 따르는 자는 많다. 그러므로 이러한 것을 일컬어 천하를 다스리는 요령의 길(요도要道: 가장 효과적인 길道)이라고 하는 것이다.” 故敬其父, 則子悅; 敬其兄, 則弟悅; 敬其君, 則臣悅; 敬一人, 而千萬人悅. 所敬者寡, 而悅者衆, 此之謂要道也.” |
‘광요도(廣要道)’란 ‘요도(要道)’를 넓힌다’는 뜻인데, ‘요도(要道)’는 이미 수장(首章)인 「개종명의장」에서 ‘지덕요도(至德要道)’라는 개념으로 언급되었다. 주희는 본 장을 수장의 ‘지덕’ 다음의 ‘요도’의 해설로 보아 ‘전지이장(傳之二章)’으로 만들었다. 여기 해설에 따르면 ‘요도(要道)’란 결국 ‘천하를 다스리는 요령, 비결’인 셈이다. ‘요도’의 의미를 넓힌다는 것은 효도로써 천하를 다스릴 때, 얼마나 다스림의 효과가 좋은지를 상론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 ‘고경기부, 즉자열(故敬其父, 則子悅)’할 때 ‘경(敬)’의 주어가 누구이냐는 것이 확실하게 파악되어야만 문의가 명료해지는데, 수장에서 이미 ‘지덕요도(至德要道)’의 주체는 ‘선왕(先王)’으로 명시되었기 때문에 역시 ‘천자(天子)’ 즉 지상의 최고의 통치자 중심으로 말하고 있는 것이 확실하다. ‘경기부(敬其父)’, ‘경기형(敬其兄)’, ‘경기군(敬其君)’의 주어가 다 천자일 수밖에 없다. ‘군(君)’은 제후이므로, 제후보다 더 높은 존재는 천자밖에는 없다. 천자가 세상을 통치할 때, 제후 한 명을 존경해주면, 제후 밑에 있는 모든 사람, 천 명ㆍ만 명이 다 따르게 된다는 뜻이다. 「공전(孔傳)」부터 「형병소(邢昺疎)」까지 모두 그렇게 해설되어 있다.
그런데 이 장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핵심사상은 다음의 한마디이다.
예(禮)라는 것은 경(敬)일 뿐이다.
禮者, 敬而已矣.
예(禮)라는 것은 형식적 규범이 아니라,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공경일 뿐이라는 이 한마디는 근세철학에 이르기까지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정주학(程朱學)에서는 경(敬)은 ‘주일무적(主一無適, 정신이 하나의 대상에 집중하여 흐트러짐이 없음)’으로 해석되었다. 이 경(敬)을 실천하여야 할 주체는 다름아닌 최고의 통치자 본인이다. 공경하는마음에서 아랫사람을 예로 대할 때 그것이 곧 천하를 다스리는 요도(要道)가 된다는 것이다.
우리가 보통 인사하는 것을 ‘경넷!’이라고 말하는데 실상 그것은 본 장에서 유래된 ‘경례(敬禮)’를 일컫는 것이다. 그런데 경례는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하는 것이 아니라,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해야 참다운 요도(要道)로서의 경례인 것이다. 윗사람이 공경하는 마음으로 아랫사람을 예로써 대하면 천하의 질서는 놀랍게 잘 다스려진다는 것이다. 동방인들이 말하는 윤리(morality)는 하나님의 명령에 의한 윤리(sacred command)가 아니라, 모든 인간세의 조직의 장(長)의 솔선수범에 의한 경례(敬禮)의 윤리이다. 몸소 먼저 경례를 실천함으로써 교화를 넓혀가는 것이다. 솔선수범(Teaching by Example)이란 인간의 종적 관계를 횡적인 연대감으로 확대시키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예와 더불어 악을 같이 말했는데 전체적인 흐름으로 보면 다음과 같은 의미맥락이 숨어있는 것도 간과할 수 없다.
경(敬) | 애(愛) |
예(禮) | 악(樂) |
효(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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