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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한글역주, 통서 인류문명전관 - 사피르가 말하는 언어 본문

고전/논어

논어한글역주, 통서 인류문명전관 - 사피르가 말하는 언어

건방진방랑자 2021. 5. 25. 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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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피르가 말하는 언어

 

 

먼저 그는 언어습득의 과정을 걸음마(walking)와 비교한다. 갓난 아기에게 아무것도 가르쳐주지 않아도, 예를 들면 정글에서 홀로 크는 아이라도 일정기간이 지나면 걷게 되어있다. 직립보행은 이미 인간의 DNA에 내장되어 있는 생리적 기능의 발현이다. 그러나 언어는 어떠한 경우에도 저절로, 즉 생리적 과정에 의하여 자동적으로 습득되지 않는다. 언어습득은 완벽히 사회적 행위이며, 비본능적인 후천적 문화기능 (cultural function)이다.

 

그런데 인간에 있어서 언어발생을 기술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많은 사람이 인간의 언어가 감탄사에서부터 유래되었을 것이라고 말하지만, 감탄이라는 감정의 본능적 표현은 언어의 자격을 구비하지 않는다. 우리는 개의 으르렁거리는 소리만 들어도 개의 감정상태를 추측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언어가 아니다. 언어는 발신과 수신 사이에 고도의 상징체계가 개입되는 것이다. 그것은 감정의 수단이기에 앞서 이성적 관념의 소통인 것이다. 아무리 감탄사가 축적되어도 그러한 축적에서 언어가 발생하지는 않는다. ‘꼬끼오같은 의성어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의성어유래설(the onomatopoetic theory of the origin of speech)도 마찬가지의 문제에 봉착한다. 인간의 언어는 비의도적 우발적 소통이 아닌, 의도된 상징체계를 수단으로 하여 욕망, 감정, 관념, 그 모든 것을 비본능적으로 소통시키는 것이다.

 

인간의 언어가 자연발생적 생리기능이 아니라는 것은 인간의 몸에 언어의 독립적 기관이 없다는 사실로써도 입증되는 것이다. 입은 일차적으로 먹기 위한 것이며, 혀는 맛보기 위한 것이며, 이빨은 씹기 위한 것이며, 코는 숨쉬기 위한 것이며, 폐는 가스를 교환하기 위한 것이다. 언어는 우발적으로 이러한 기관들을 부차적으로 빌려서 그 기능들을 조립한 산물일 뿐이다. 언어가 두뇌중추에 일정한 부위를 가지고 있다는 생리적 반응기전 때문에 언어 현상을 그러한 두뇌의 로칼리티에 한정시켜 생각하는 것도 넌센스에 속하는 일이다. 언어는 인간의 영혼, 그러니까 정신적 기능 전반에 걸친 유기적 장일 뿐이다. 그것은 심리-물리적 개념 속의 한 실체(an entity)가 아닌 것이다.

 

그렇다면 언어란 무엇인가? 언어는 어떠한 특정한 사태를 즉물적으로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한 즉물적 지사(指事)는 말의 요소가 될 수 없다. 말의 요소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것’ ‘저것이라는 시공의 즉물적 사태로부터 추상되어 그 카테고리안에 들어오는 모든 사태를 보편적으로 지시하는 개념(concept)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은 이미 이 집, 저 집의 특수 사태가 아닌 모든 집을 지칭하는 추상적 개념이다. 따라서 감탄사와 같은 본능적 발성과는 근원적으로 차원을 달리하는 것이다. 개념은 심볼이며, 심볼은 ‘1:1’의 대응관계를 가지는 싸인이 아닌 ‘1: 무한의 상징체계인 것이다. 그러나 이라는 개념이 기적적으로, 고립적으로 하나 발생했다고 해서 언어가 생겨나는 것은 아니다. ‘이라는 개념이 성립하기 위해서, 나무, , 정원, , 안방, 아버지, 엄마 등등 하이데가(Martin Heidegger: 1889~1976)가 말하는 바 세계내존재(世界內存在, In-der-Welt-sein)의 도구연관구조 그 전체가 동시에 성립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언어는 부분이 아닌 전체이다. 점진이 아닌 도약이다.

 

그리고 많은 사람이, 언어가 없이 인간이 사유할 수 있느냐고 물으면 매우 쉽게 언어가 없이도 나는 사고할 수 있으며 언어는 나의 사고의 의복일 뿐이라고 말할지 모르지만, 언어에 대한 사고의 선재(先在)라고 하는 것은 실제로 별 의미가 없는 것이다. 인간의 사유는 궁극적으로 언어를 따라서, 언어를 매개로 하여서만 일어나는 것이다. 언어는 사유에 선행한다. 사유(thought)는 이미지 연상(imagery)과는 다른 것이다. 그리고 언어는 일차적으로 상징의 청각체계(an auditory system of symbols)이다. 언어의 순환계는 소리에서 시작하여 소리에서 끝난다.

 

다시 말해서 인류의 역사에 있어서 선사(先史)와 역사(歷史)의 구분을 문자의 유무로 말하기 때문에 우리는 암암리 인간의 문명을 생각할 때 문자의 중요성을 극대화시킨다. 그러나 문자의 성립과 인간의 언어의 성립이 동시적이라는 터무니 없는 착각을 해서는 아니 된다. 문자라는 시각체계의 도입은 언어라는 청각체계에서 매우 부차적인 것이다. 일례를 들면, 요즈음 농아에게 언어를 습득시키는 방법으로 입술의 모양만을 보고 말의 의미를 터득케 하는 훈련이 있는데, 이때 입술의 모양은 문자와 완벽히 동일한 것이다. 그러니까 갑골문의 성립과 동시에 중국말이 시작했다는 터무니없는 생각을 해서는 아니 된다. 갑골문성립 훨씬 이전의 태고적으로부터 황하문명지역의 사람들은 완벽하게 청각체계의 언어를 보지(保持)하고 있었다는 엄연한 사실을 우리는 정확히 인지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러한 사실을 인지하지 않으면 설문해자(說文解字)에서 말하고 있는 육서(六書)라는 것도 이해될 길이 없다. 다시 말해서 육서는 언어의 생성방법이 아닌 것이다. 이미 완벽하게 존재하고 있는 소리체계의 언어를 어떻게 시각화하느냐에 관한 6가지 방법일 뿐이다. 우리가 고문명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가장 거대한 편견은 문자의 수준의 정도에 따라 문명수준의 고하를 운운하는데, 실상 그것은 부차적인 방법상의 문제일 뿐이다. 그 문명의 인식체계의 핵심적 정황을 그것으로 다 판단할 수는 없는 것이다. 우리가 문자의 부재로 인하여, 실증할 수 있는 자료가 없다고 하여 그들을 미개하다고만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인간의 문명과 언어와 사유에 관한 우리의 상식적 편견을 타파해야할 너무도 중요한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언어의 생성과정을 정확히 기술할 길이 없다는 사실 그 자체가 언어의 도약적 성격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즉 어느 인종집단에게 있어서 이미 습득되어지고 소통되어지는 체계로서 인간의 출생의 순간부터 그에게 던져지고 있는 청각체계의 언어가 엄존한다는 사실은 그 언어자체가 이미 보편적인 인간의 언어의 모든 자격을 구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웅변하고 있으며, 그 이전에 이미 기나긴 진화의 과정을 거친 고도의 산물이라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언어를 사용하는 인간은 이미 그들이 살고 있는 우주를 인식할 수 있는 모든 사유의 개념적 지도를 완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결론에 관한 사피르의 기술은 참으로 우리에게 대오(大悟)의 체험을 안겨준다.

 

 

인간의 언어에 관한 일반적 사실의 최종적 사태는 모든 언어의 보편성이다. 학자들은 어떤 특정한 부족의 형태가 종교나 예술이라는 이름에 합당한 어떤 수준을 과시하고 있는지에 관해 논란을 벌일 수 있을지는 몰라도, 인간의 언어에 관한 한 그러한 논란은 무의미하다. 완벽하게 진화되지 않은 언어를 가지고 있지 않은 종족은 이 지구상에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다. 아주 저등하다고 생각되는 남아프리카의 부쉬맨도 아주 풍요로운 상징체계의 모든 양식을 동원하여 언어를 구사하고 있으며, 그것은 아주 교양있는 불란서 사람의 언어와 그 본질에 있어서 완벽하게 대등한 것이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반문할 것이다. 고도의 추상적인 개념들이 야만인의 언어에 있어서는 그렇게 풍요롭게는 표상되지 않고 있으며, 또 고등한 문화수준을 반영하는 어휘의 풍성함과 미묘한 뉴앙스의 섬세한 규정들이 저등한 부족들의 언어에는 결여되어있지 않은가 하고, 그러나 문명의 역사적 성장과 병행하는 이런 종류의 언어학적 발전이나 우리가 문학이라고 규정하는 후대의 성취와 관련된 그러한 발전은 언어학적으로 볼 때는 매우 피상적인 것이다. 언어를 성립시키는 아주 근원적인 토대, 명료한 음성학적 체계의 발전, 발성의 요소와 정신적 개념을 일치시키는 연상체계, 그리고 요소들간의 관계를 결정짓는 방법의 형식적 표현에 관한 섬세한 규정들, 이 모든 것들이 우리에게 알려진 모든 언어에 공통된 엄격하게 완성되고 체계화된 수준에 완벽하게 부합되고 있는 것이다. 생각보다는 많은 원시언어들이 형식적ㆍ양식적 풍요로움과 잠재하는 표현력의 화려한 광택에 있어서 근대문명의 언어로서 우리에게 알려진 어떤 것보다도 더 뛰어날 때가 많다. 단순한 어휘목록의 수준에 있어서조차도 상식인들은 경탄의 충격을 받을 각오를 해야한다. 원시언어들(primitive languages)은 필연적으로 표현력에 있어서 심히 빈곤하다고 하는 검토되지 않은 대중적 이론은 신화에 불과한 것이다(Language,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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