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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컴 겨울수련회 참가기 - 3. 세월호 사건과 인성교육 본문

연재/배움과 삶

교컴 겨울수련회 참가기 - 3. 세월호 사건과 인성교육

건방진방랑자 2019. 10. 22.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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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세월호 사건과 인성교육

 

 

우여곡절 끝에 향교문화관에 자리 잡고 앉을 수 있었다. 자세를 곧추세우고 나눠준 자료집을 본 후 한 바퀴 둘러본다. 60명 정도가 앉을 수 있는 강의실인데 아직도 많은 자리가 비어 있더라.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모일까?

2시가 지나 드디어 然在쌤의 사회로 첫 번째 강의가 시작되었다. 그때 휙 둘러보니, 아까와는 달리 많은 자리가 빼곡하게 차 있더라. 늘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이 순간만은 함께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이 위안처럼 느껴졌다. 보통 이런 프로그램의 경우 직무연수로 인정되어 점수도 받고 연수시간도 인정되지만, 교컴 연수는 직무연수가 아니니, 순수하게 배우고자 하는 마음, 함께 나누고자 하는 마음으로 참여한 것이다. 그런 면에서 여기 모인 쌤들이 대단해 보였다.

 

 

강의실은 넓고도 넓었다. 사람들이 이곳을 다 채울까 걱정했는데, 기우였다.

 

 

 

앎의 유쾌한 여정을 선사해주다

 

권재원쌤이 단상에 올라서 섰다. 강의를 하는 사람이라면 시작하기 전이 가장 힘든 순간일 것이다. 열심히 준비는 해왔지만, 단상에 서서 많은 사람들이 나를 보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 머리가 새하얘지기 때문이다. 더욱이 오늘의 강의는 지금 교육계의 뜨거운 화두인 인성교육이지 않은가. ‘인성교육의 필요성과 의의에 대해 전달해주는 것이라면 오히려 쉬울 것이다. 교육부에서 강조하고 있는 내용이니만치, 이미 나와 있는 자료집에 내 목소리만 얹으면 되니 말이다. 하지만 주제는 인성교육이란 인성교육은 없다, ‘인성교육자체를 비판하고 있기에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미 여러 책을 펴내고 강의도 여러 번 해본 실력자답게 2시간을 종횡무진 사실과 상황, 그리고 지식을 엮어내며 앎이 주는 유쾌함을 맘껏 선물해줬다. 권재원쌤은 다방면의 지식을 꿰고 있어, 그걸 인성이라 명시된 카테고리 안에 적재적소에서 풀어내며 논지를 전개했다. 그러니 들으면 아하!’하고 알게 되는 부분과 너무도 당연하여 더 이상 비판거리조차 되지 않는 일상적인 것(‘교과교육&인성교육의 대립구도 / ‘마을이 학교다는 말)을 비틀어보며 그렇게도 생각할 수 있구나!’하고 깨닫게 되는 부분이 있었다. 그래서 짧지만 강인한 인상을 남긴 강의였다.

 

 

권재원 쌤이 강단에 섰다. 경험자의 여유가 보인다.

 

 

 

세월호 사건은 인성의 결여 때문에 발생한 것인가?

 

인성교육법이 제정되고 인성교육이 교육계의 뜨거운 이슈가 되었다. 이와 같은 흐름을 알기 위해선 세월호 사건에 대해 알아야 한다.

2014416일에 인천에서 제주로 향하던 세월호는 진도부근 해상에서 침몰됐다. 아침부터 모든 언론은 경쟁적으로 세월호가 서서히 기울어지며 침몰하는 상황, 구조대원들이 구조하지 못하고 완전히 침몰된 상황 등을 실시간으로 보여줬다. 그 장면을 보는 부모의 마음은 두 말할 나위 없고, 조금의 이해관계는 없지만 저 정도면 충분히 구할 수 있어라고 생각하며 지켜보던 일반인에게도 씻지 못할 트라우마를 남겼다. 기울기 시작할 때부터 거의 1시간 30분 정도 물 위에 떠있었음에도, ‘구조할 마음이 없었다고 느껴질 만큼 제대로 된 구조 활동은 없었기 때문이다.

세월호 사건은 어찌 보면 한국 사회가 그동안 좋은 게 좋은 거라며 묻어왔던 것들이 어떤 것인지를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선박회사는 경제적 이득을 위해 과적을 하며 평형수를 빼냈고, 국정원은 유독 세월호에 한해서 휴지 하나까지 철저하게 관리했으며, 침몰 중임에도 가만히 있으라는 안내방송을 하여 학생을 비롯한 승객들이 옴짝달싹 못하게 했고, 구조대원들이 현장에 도착하여 구조에 몰두하기보다 중요단서들을 먼저 빼내고 선원들부터 구조했으며, ‘다이빙벨로 한 목숨이라도 구하겠다고 현장에 온 사람을 사기꾼으로 몰았고, 조사과정에서 피의자 신분인 선장을 경찰의 집에 잘 수 있도록 배려해주기까지 했다. 이런 일들은 도무지 상식으론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었다. 어떤 꿍꿍이가 있어서 이렇게 비상식적으로 구조하지 않으려 했으며, 진상규명까지 가로막는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이 문제는 인성(인간성)의 문제와는 별개라는 것쯤은 알 수 있다.

하지만 세월호 사건 이후 교육계에서 이루어진 후속조치는 일반인의 생각과는 너무도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선원들이 배를 버리고 도망갔던 것이 인성이 부족해서 그랬다고 결말을 내리고, 그렇기 때문에 인성교육을 통해 다시는 세월호 사건과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해결책을 제시했으니 말이다. 이 말은 곧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학생의 과도한 게임중독으로 인해 현실과 이상을 구분하지 못하게 됐기 때문에 저지른 것이다라고 결론 내리고, 가정폭력이 발생하면 알콜중독이 폭력적인 성향을 낳았다고 판단하는 것과 같았다. 진상은 사라지고 껍데기만 남았으며, 본질은 사라지고 말단만 남았으니 말이다. 결과를 이미 정해놓고 과정을 껴 맞추니, 결과도 왜곡되고 본질은 완벽하게 사라지는 기현상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차와 먹을 것이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다. 역시 먹을 게 있다는 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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