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   2024/1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건빵이랑 놀자

종횡무진 한국사, 10부 왕정복고 - 2장 한반도 르네상스, 새로운 학풍②: 호락논쟁 본문

카테고리 없음

종횡무진 한국사, 10부 왕정복고 - 2장 한반도 르네상스, 새로운 학풍②: 호락논쟁

건방진방랑자 2021. 6. 21. 12:17
728x90
반응형

새로운 학풍

 

 

앞서 말했듯이 사단칠정 논쟁은 원래 정치 이데올로기로 출발한 성리학의 태생적 결함을 극복하기 위해 성리학에 철학적 옷을 입히는 과정이었다. 따라서 논쟁의 결론보다는(실은 결론이라 할 만한 것도 없었지만) 성리학자들 간에 그런 철학적 논쟁이 처음으로 전개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150년이 지나는 동안 성리학의 현실적 토대인 중화세계는 크게 변했다. 대륙의 주인이 바뀌었고 조선이 세계적으로 유일하게 남은 중화세계가 된 것이다. 이런 엄청난 변화를 수용하지 못한다면 성리학은 더 이상 발전하기는커녕 존립 자체가 불확실해질 수도 있다. 그래서 이번 논쟁은 사단칠정 논쟁과 같은 철학적 면모를 유지하면서도, 그것처럼 현실과 동떨어진 공허한 측면에 치우치지 않고 훨씬 현실적인 문제를 쟁점으로 채택하게 된다. 이것이 이른바 인물성동론(人物性同論)과 인물성이론(人物性異論) 간의 논쟁이다중화세계의 변화로부터 비롯되었다는 점에서 이 논쟁은 예송논쟁과 맥락을 같이 한다. 그런데 18세기 초반 영조(英祖)의 치세에 다시 철학 논쟁이 벌어진 이유는 그밖에도 한 가지가 더 있다. 오랜 당쟁이 영조의 탕평책(蕩平策)으로 어느 정도 마무리 된 탓에 이제 그들에게는 다툴 거리가 없어진 것이다. 조선의 사대부(士大夫)에게 본업인 당쟁 이외에 달리 할 일이 있었던가? 물론 심심해서 철학 논쟁을 벌였다고 말한다면 좀 심한 이야기겠지만, 어쨌든 권력으로부터 멀어진 사대부들이 뭔가 당쟁을 대신할 쟁점을 찾았던 것은 분명하다. 그래서 이번 논쟁은 당파 간이 아니라 노론 세력 내부에서 벌어진다.

 

원래 이 논쟁은 송시열(宋時烈)의 수제자인 권상하의 제자들이 시작했다. 그 가운데 한원진(韓元震, 1682 ~ 1751)은 호서(湖西), 즉 충청도 출신이었고, 이간(李柬, 1677 ~ 1727)은 낙하(洛下), 즉 서울 출신이었기에 출신지의 머릿글자를 따서 호락논쟁(湖洛論爭)이라고도 부른다. 물론 그 내용은 이름만큼 호락호락하지 않다. 인물성동론은 인과 물, 즉 사람과 사물의 본성이 서로 같다는 것이고 인물성이론은 그 반대다. 호론(湖論)은 인물성이론의 입장이고 낙론(洛論)은 인물성동론을 취한다. 그런데 사람과 사물의 본성이 왜 새삼스럽게 문제가 되는 걸까? 그 논쟁에서 말하는 사물이 단지 일반적인 사물만을 가리키는 게 아니라는 점을 이해하면 알기 쉽다. 그 사물에는 물론 동물도 포함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오랑캐도 포함된다는 점이다.

 

성리학에서 말하는 사람' 이란 예절을 알고 도덕을 실천하는 사람, 즉 중화세계에 사는 사람을 가리킨다. 중화세계의 바깥에 사는 무식하고 야만적인 종족들은 모두 ()’이 아닌 물()에 속한다. 따라서 인물성동론과 인물성이론의 쟁점은 현재 중국을 지배하고 있는 만주족 오랑캐를 어떻게 볼 것이냐는 것이 된다. 그들을 똑같은 사람으로 대우한다면 인물성동론의 입장이고, ‘한번 오랑캐면 영원한 오랑캐라고 본다면 인물성이론의 입장이다. 그렇다면 어느 쪽이 더 보수적인지, 즉 성리학적 전통에 충실한 입장인지 쉽게 알 수 있다. 바로 인물성이론이다.

 

호론은 600여 년 전 주희(朱熹)가 정립한 화이론(華夷論)에 입각해서 세상만물이 중화(中華)와 이적(夷狄)으로 구분되며, 중화만이 인간이고 나머지는 모두 이적이라는 논지를 전개한다. 따라서 이 입장에서는 오랑캐나 짐승이나 서로 다를 바 없다. 반면에 낙론은 사람이나 사물이나 똑같이 오상(五常, 인ㆍ의ㆍ예ㆍ지ㆍ신의 유교 도덕)을 지니고 있으므로 오랑캐라고 해서 본성이 다르다고 구분할 수는 없다면서 맞선다. 양측 모두 맹자(孟子)주희(朱熹) 등 옛 유학자들의 고전에서 나름대로 근거를 인용하고 있으나, 아마 낙론의 바탕에는 이제 세상이 달라졌다는 것을 현실적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믿음이 깔려 있었을 것이다.

 

 

호론(湖論) 낙론(洛論)
한원진(韓元震) 이간(李柬)
호서(湖西) 출신 낙하(洛下)
인물성이론(人物性異論) 인물성동론(人物性同論)
청나라를 오랑캐로 본다 청나라를 사람으로 본다
화이론(華夷論)에 따른 중화(中華)와 이적(夷狄) 엄격히 구분 사람이나 사물이나 오상(五常)을 지녔기에 모두 같다

 

 

 

 

인용

목차

연표

 
728x90
반응형
그리드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