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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종횡무진 한국사, 11부 불모의 세기 - 4장 되놈과 왜놈과 로스케 사이에서, 내전의 국제화②: 동학농민운동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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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횡무진 한국사, 11부 불모의 세기 - 4장 되놈과 왜놈과 로스케 사이에서, 내전의 국제화②: 동학농민운동

건방진방랑자 2021. 6. 22.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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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전의 국제화

 

 

이렇게 중국과 일본이 자국의 문제를 처리하는 데 부심하고 있는 동안 조선은 상대적으로 안정기를 가질 수 있었다. 만약 이 시기에 김옥균(金玉均)의 개혁ㆍ개화 정권이 있었더라면, 아니 최소한 정상적인 행정이나마 꾸릴 수 있는 정권이었더라면, 혹시 조선은 다가올 암울한 미래에 대비한 체력을 어느 정도 비축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논리도, 정강도, 일관성도 없는 민비(閔妃) 정권은 그 소중한 시기를 기회로조차 인식하지 못한다. 심지어 1885년에는 영국 함대가 거문도를 불법으로 점령하는 사건이 터졌는데도 주체적으로 문제를 처리하지 못하고 각국 공사관에 도움을 호소하면서 갈팡질팡할 뿐이다(그래서 거문도에는 1887년까지 무려 2년 동안이나 영국기가 게양되어 있었다). 그나마 한 가지 다행은 그 사건에서 국제관계를 다양화시켜야 한다는 교훈을 얻은 것이랄까? 이후 조선 정부는 러시아, 프랑스, 이탈리아 등과 차례로 통상조약을 맺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무원칙한 개방은 무질서의 확대를 낳을 뿐이다. 조선 정부로서는 국제관계 이전에 나라 안을 먼저 걱정해야 했다.

 

1893년 봄 충청도 보은에서 2만 명의 농민이 모여 척왜양(斥倭洋, 일본과 서양을 배척하라)의 요구를 내걸고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범상치 않은 규모요, 범상치 않은 시위인데, 더 범상치 않은 것은 시위대의 구성이다. 그들은 바로 동학교도들이었던 것이다. 전 해부터 교주인 최제우의 명예를 회복해주고 동학(東學)을 탄압하지 말라고 정부에 요구했던 그들은 뜻이 이루어지지 않자 종교의 울타리를 넘어 정치문제까지 들고 나오기에 이르렀다. 정부에서는 시위가 폭동화할 것에 대비해서 진압을 준비하는 한편 시위대를 회유하는 양면책을 구사하지만, 분위기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듯하다. 과연 그 해 내내 간헐적으로 일어나던 시위는 이듬해 1월 봉기로 터져나왔다.

 

30년 전의 민란에서도 그랬듯이 이번에도 역시 방아쇠를 당긴 것은 부패한 관리다. 전라도 고부의 군수인 조병갑(趙秉甲)은 저수지를 고치는 데 농민들을 동원했으면서도 농민들에게서 가혹한 물세를 받아먹는가 하면 자기 아버지의 공덕비를 세운다고 수선을 떨면서 그 기금을 농민들에게서 뜯어냈다. 참다 못한 고부의 동학 접주 전봉준(全奉準, 1855 ~ 95)은 농민과 동학교도로 이루어진 1천 명의 시위대를 이끌고 고부 관청을 습격해서 아전들을 옥에 가두고 곳간을 열어 농민들의 혈세를 돌려주니, 이것이 바로 동학농민운동의 시작이다(1894년이 갑오년이기에 갑오농민전쟁이라고도 부르는데, 명칭은 중요하지 않다)지금도 그렇지만 전라도는 조선시대에도 최대의 곡창지대였다. 지방관들의 탐학이 특히 심했던 이유도 그 때문인데, 여기에는 아마도 조선시대 내내 전라도 지역이 소외되었던 탓도 있을 것이다. 물론 전라도만이 그런 것은 아니고, 이른바 새외(塞外)라고 불렸던 서북 지역은 소외를 넘어 공식적인 차별을 겪어야 했다. 이렇게 지역차별이 심화된 이유는 중기로 접어들어 사대부(士大夫) 체제가 되면서 영남 출신들이 조선의 중앙 관직을 독점했기 때문이다(초기까지는 주로 중부 지방 출신이 중앙 관직에 포진했으나, 중종반정(中宗反正) 이후에는 거의 영남의 독무대였다).

 

 

 농민군의 연판장 동학 농민군이 거사를 앞두고 전국의 접주들에게 알린 비밀 통신문이다. 오른쪽에 둥글게 이름을 연명한 게 사발 모양이라서 흔히 사발통문이라고 부르는데, 그 의도는 혹시 적의 손에 들어가더라도 주모자가 누군지 알 수 없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사발의 아래쪽에 전봉준의 이름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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