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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조시대 서사시를 끝내다 - 2. 무모한 용기 덕에 본문

건빵/일상의 삶

이조시대 서사시를 끝내다 - 2. 무모한 용기 덕에

건방진방랑자 2021. 8. 27.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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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무모한 용기 덕에

 

 

그런 생각으로 이 책의 내용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역시 처음에 시작할 땐 감조차 잡히지 않기 때문에 무모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막상 조금 정리하다 보니 불가능한 일임을 알게 되었다. 그 이유는 세 가지이다.

 

 

 

무모한 용기

 

첫째, 실려 있는 서사시의 양이 너무도 많다는 것이다. 다종다양한 내용의 서사시들을 골랐고 그것을 원문과 해석, 그리고 주까지도 충실하게 붙였다. 그뿐인가, 그에 대한 해설까지 덧붙여 있으니 한 편의 서사시를 제대로 이해하기에 이만한 책은 없다고 할 수 있고 그만큼 책값 이상의 값어치를 지닌 책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걸 정리하려니 처음엔 의욕적으로 달려 들었지만 곧 나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둘째, 해설이 짧은 글들도 있지만 아예 논문 같은 양을 자랑하는 글도 있다는 사실이다. 일일이 타이핑을 쳐야 하는데 한 쪽 정도에 있는 해설이라면 타이핑을 치며 정리할 만했지만 한 페이지를 넘어가는 글들은 타이핑을 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셋째, 고전번역원에 조차 원문이 실려 있지 않은 글들이 꽤 된다는 사실이다. 한문공부 할 때 원문이 있느냐 없느냐 하는 건 어마무시한 차이가 있다. 원문이 있으면 그만큼 나의 식대로 편집하며 공부를 정리하기도 쉽지만 아예 없는 경우엔 정리할 만한 꺼리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니 원문을 타이핑하고 있기엔 너무나 많은 시간이 걸리기에 진도 빠지고 그닥 효율적이지도 않다.

이런 세 가지 이유로 2020년 당시엔 스터디 계획에 잡힌 글 위주로 공부하며 정리할 수밖에 없었다.

 

 

▲ 무더위가 내린 전주. 저 멀리 보이는 모악산도 더워 보인다. 

 

 

 

찝찝함을 없애려

 

그런 실패의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올핸 서사한시를 정리하겠다는 생각을 감히 하고 있지 않았다. 그 대신에 올핸 시간이 꽤 남는 만큼 그간 정리하고 싶었던 책들을 정리해보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덕에 상반기엔 역사서와 전공서, 인문학서를 넘나들며 다양한 책을 정리하는 쾌거를 이룩할 수 있었다. 책을 이런 식으로 정리하는 것이 처음이기에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며 어느 정도 품이 들어가는지 몰라 초반엔 헤매긴 했지만 어느 시기가 지나며 감을 잡았고 노하우도 생겨 생각보다 훨씬 빨리 책 정리를 마칠 수 있었다.

이렇게 한 번 해보고 싶던 책 정리를 마치고 나니 나름 성취감도 들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들더라. 그때쯤 이조시대 서사시라는 책이 눈에 아른거리기 시작했다. ‘처절하게 실패했지만 지금쯤이면 한 번 정리해볼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과 함께 말이다. 마치 큰 일을 보고 닦지 않은 찝찝함이 내심 있었기 때문에 시원하게 털고 가자고 용기를 냈다. 그래서 87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올해 여름은 비도 오지 않고 연일 습도도 높고 열대야까지 기승을 부르는 통에 작업을 하다 보면 땀이 한가득 났지만 오히려 이게 진정한 여름이지라는 생각으로 선풍기 바람 쐬가며 작업을 계속 해나갔다. 5일 만에 1권을 마무리지었고, 8일 만에 2권을 마무리지었다. 13일 만에 1, 2권의 책을 나만의 방식으로 한 번 정리할 수 있었으니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한다.

 

 

▲ 7~8월이면 덕진공원엔 연꽃이 핀다. 

 

 

 

안 되는 걸 알면서

 

이조시대 서사시20218월의 무더위를 함께 보낸 책이라 감히 말할 수 있다. 더웠던 만큼 치열했던 책이고, 방주가를 마지막으로 이 책을 끝냈을 때 홀가분한 기분은 어디에도 비길 수 없었다. 이로써 하나는 분명히 알게 됐다. 뭐든 시작하고 조금씩 하다 보면 끝나는 순간도 분명히 온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막막할지라도, 될까 걱정될지라도 어쨌든 시작은 해보라고 말하고 싶은 거다. 실패할지라도 시작조차 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남지 않는 데 반해 막상 시작해보면 새로운 인연의 장으로 내 자신이 휩쓸리기 때문이다. 안 되는 걸 알면서도 무모하게 해나갔던 사람들, 그들 덕에 우린 오늘을 살 수 있으니 말이다.

이로써 상반기엔 정리하고 싶었던 책들도 맘껏 정리하고, 미완성으로 남아 있던 이 책도 마무리지었다. 어느 시간보다도 알차게 보낸 2021년 상반기였다고 감히 자평하겠다. 이 흐름을 이어 올해 남은 시간도 맘껏 누벼보길 기대해본다.

 

 

▲ 8월 중순까지도 내리지 않는 비가 하순엔 계속 내리며 가을을 재촉하고 있다. 

 

 

 

인용

목차

21년 글

임용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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