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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삶을 만나다, 에필로그 - 2. 시궁창 같은 물에서 피어난 연꽃의 향기만이 그윽하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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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삶을 만나다, 에필로그 - 2. 시궁창 같은 물에서 피어난 연꽃의 향기만이 그윽하다

건방진방랑자 2021. 6. 29.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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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시궁창 같은 물에서 피어난 연꽃의 향기만이 그윽하다

 

 

여러분이 지금까지 읽어보았던 이 책은 제가 소개한 가훈과 같은 역할을 하려는 의도 하에 쓰여진 것입니다. 저는 이 책이 어느 정도는 여러분의 삶에 신선한 자극이 되었으리라고 믿습니다. 아니, 어쩌면 많은 분들에게는 낯설고 불편한 느낌, 심지어는 불쾌한 느낌까지 들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만약 그랬다면, 그것은 아마도 여러분이 편안하게 여기고 있던 삶을 제가 낯설게 만들었기 때문일 테지요. 그러나 여러분의 낯선 느낌은 사실 여러분 자신으로부터 연유한 것이기도 합니다. 그것은 지금까지 여러분이 가족, 국가, 자본주의로 요약되는 삶의 환경에 길들여져 있었다는 증거이기도 하니까요. 물에 사는 것에 편안해지면 물고기는 자신이 물에 산다는 사실을 낯설게 여길 수 없는 법입니다. 우리 역시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우리는 항상 친숙한 삶의 조건들을 낯설게 만들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하나뿐인 우리의 삶을 소중하게 여길 의무가 있기 때문입니다.

 

불행히도 우리의 삶이 처한 환경은 심한 악취가 풍기는 곳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문제는 악취에 너무 노출되어 있어서 우리의 후각이 이미 상당히 마비되어버렸다는 점입니다. 보조국사 지눌(知訥, 1158~1210)의 말이 떠오르는군요. “우리는 넘어진 곳에서 일어나야만 한다[因地倒者因地起]”고 그 스님은 늘상 강조했거든요. 결국 우리에게는 코를 막고 달아날 곳이 달리 없다는 이야기이지요. 지금 바로 여기, 악취가 풍기는 곳이 우리가 살아가야 할 유일한 터전이니까 말입니다. 그렇다면 여러분에게는 악취가 풍기는 이곳에서 살아갈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할 겁니다. 그것은 악취를 숙명처럼 받아들이라는 것이 아닙니다. 또한 영원히 좋은 향내만 풍기는 다른 곳을 꿈꾸기만 하라는 것도 아닙니다. 스님들은 불교를 깨달음의 종교라고들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그네들은 불교의 가르침을 연꽃에 비유하길 좋아하지요. 그런데 연꽃은 깨끗하고 맑은 물에서는 향내를 풍기지 않는다고 합니다. 오직 썩어가는 시궁창 같은 물에서 피어날 때에만 그윽한 향기를 낸다고 합니다.

 

바로 이것이 보조국사 지눌이 말하려고 했던 것이지요. 우리가 넘어진 곳에서 일어나야만 하듯이, 악취가 풍기는 곳에서만 그윽한 향기가 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자신의 삶을 낯설게 보아야만 하는 이유는, 자신이 지금 넘어져 있는지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것입니다. 먼저 우리는 자신이 넘어져 있다는 것을 분명히 인정해야만 합니다. 그래야만 우리는 다시 일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철학에는 분명 우리의 삶을 낯설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철학은 우리가 넘어져 있다는 사실을 알려줄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철학을 불편하고 불쾌한 학문이라고 느끼기도 합니다. 대다수 사람들이 넘어져 있는 자신을 서 있다고, 그리고 서 있는 사람을 넘어져 있다고 생각하는 착각 속에 빠져 있기 때문이지요. 자신이 넘어져 있다는 것을 끝내 인정하지 않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그 누구도 그 사람을 도와줄 수 없을 겁니다. 물론 그를 부축해서 일으켜 세워줄 수는 있겠지요. 그러나 우리가 그에게서 팔을 떼는 순간, 그는 현기증을 느끼며 다시 드러눕게 될 겁니다. 그렇다면 결국 우리의 삶과 마찬가지로 철학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의지의 문제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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