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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철학 삶을 만나다, 제2부 친숙한 것들을 낯설게 만들기 - 3장 살아 있는 형이상학으로서의 자본주의, 화폐와 우리 본문

책/철학(哲學)

철학 삶을 만나다, 제2부 친숙한 것들을 낯설게 만들기 - 3장 살아 있는 형이상학으로서의 자본주의, 화폐와 우리

건방진방랑자 2021. 6. 29.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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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 살아 있는 형이상학으로서의 자본주의

 

 

화폐와 우리

 

 

여기 왼쪽에 200만 원의 현금이 있고, 오른쪽에 200만 원 상당의 노트북이 있다고 해봅시다. ! 여러분은 이 둘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한다면, 어느 것을 선택하겠습니까? 이런 경우라면 아마 우리 대부분은 별로 주저하지 않고 현금을 선택할 것입니다. 그럼, 왜 우리는 현금을 선택할까요? 이런 질문에 제대로 대답할 수만 있다면, 우리는 이미 자본주의의 비밀을 알고 있는 셈입니다. 왜 우리는 상품이 아닌 화폐를 선택했던 것일까요? 그것은 상품이 가지는 가능성은 유한한 것인 데 반해, 화폐는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방금 상품이 유한한 가능성만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것은 특정 상품이 그것이 충족시켜주는 목적에만 국한된 사용가치를 가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노트북은 문서 작업이나 인터넷 검색, 게임 등의 제한된 가능성만을 가진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너무 배가 고프더라도 노트북을 뜯어먹거나 혹은 노트북을 들고 음식점에 가서 밥을 달라고 우길 수는 없는 법이죠. 그렇다면 화폐가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요? 그것은 화폐를 갖는 순간 우리가 그 액수만큼 어떤 것이라도 구매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갖게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200만 원의 현금을 가지고 있다면, 우리는 노트북도 살 수 있고, 여행도 할 수 있고, 맛있는 레스토랑에도 갈 수 있겠지요.

 

바로 여기에 자본주의의 가장 중요한 첫 번째 비밀이 놓여 있습니다. 다른 어떤 상품보다 화폐가 가장 우월하다는 것이죠. 그래서 상품이 아닌 화폐를 가지고 있을 때, 우리는 우월한 위치를 점유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만약 상품만을 가지고 있다면, 반대로 여러분은 열등한 지위를 점유하게 되겠지요. 백화점에서 값비싼 옷을 산다고 해봅시다. 이 경우 우리는 당당한 주인으로 행세할 수 있습니다.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사지 않으면 그만이니까요. 반면 매장 직원은 비굴한 자리를 점하게 되죠. 옷을 팔아야 돈이 들어오니까요. 그래야 월급도 받을 수 있겠지요. 그래서 옷을 팔려는 매장 직원의 노력은 눈물겹습니다. 마음도 없는 소리도 늘어놓아야 합니다. 또 손님에게 커피를 타다주기도 합니다. 이 모든 메커니즘은 여러분은 돈을 가지고 있는 반면, 매장 직원은 옷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발생합니다. 반면 구입한 옷을 환불하려는 경우를 생각해봅시다. 이제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여러분은 옷이라는 상품을 가지고 있고, 매장 직원은 화폐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 경우 우월한 지위를 차지하는 쪽은 오히려 매장 직원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런저런 사정을 늘어놓으면서 이제 부탁하는 신세가 됩니다. 이렇게 해서 어렵사리 환불을 할 수는 있겠지만, 예전처럼 커피를 기대할 수는 없겠지요.

 

워낙 순식간에 교환 행위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그리고 너무나 흔하게 이런 교환이 반복되기 때문에, 우리는 자명한 진리를 눈앞에서 보고 있으면서도 그것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지금도 여전히 화폐가 단순한 교환의 수단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단지 표면적인 현상일 뿐입니다. 분명 화폐는 우리에게 교환의 수단인 것처럼 보이지만, 또한 교환의 목적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돈을 가지고 무엇인가를 사려는 사람에게 화폐는 교환의 수단인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상품을 가지고 돈을 벌려는 사람에게는 분명 화폐가 교환의 목적이라고 할 수 있지요. 화폐는 단순한 교환 수단 그 이상의 무엇이기 때문입니다. 화폐가 나의 손을 떠나는 순간 나는 무한한 가능성을 상실하고 이제 상품이라는 유한한 가능성만을 소유한 사람으로 전락하게 됩니다. 이제 화폐를 가진 사람이 주인 행세를 하게 되고, 상품을 가지게 된 사람은 상대적으로 노예의 자리에 위치하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인간이 아니라 자본이 주인 노릇을 하는 자본주의 사회의 실제 모습입니다.

 

 

 

 

 자본론이란 유명한 책에서 맑스가 깊이 숙고했던 것이 바로 이것입니다. 그가 발견했던 것은 화폐가 가진 이런 무자비하기까지 한 힘이었던 것입니다.

 

 

화폐는 무엇이 자신으로 바뀌었는지를 노출하지 않기 때문에, 상품이든 상품이 아니든 간에 모든 것이 다 화폐로 전환 가능하게 된다. 이제 모든 것이 매매의 대상이 된다. 유통은 모든 것이 그곳에 뛰어 들어갔다가 화폐라는 결정으로 변화되어 다시 나오는 하나의 거대한 사회적 용광로가 된다. 연금술에는 성자의 뼈조차도 대항할 수 없는데, 하물며 그보다 연약한, 인간의 상거래에서 제외되고 있는 성스러운 물건들이야 말할 것도 없다. 화폐에서는 상품의 온갖 질적 차이가 없어져버리듯이 화폐 자체도 철저한 평등주의자로서 일체의 차이를 제거해버린다. 그런데 화폐는 그 자신이 하나의 상품이며, 누구나 사적으로 가질 수 있는 외적인 물건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제 사회적 힘이 개인적 힘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자본론

 

 

화폐는 어떤 상품이든지 살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상품이 아니라 화폐를 가진 자리에 서려고 하는 것입니다. 물론 우리가 화폐보다 오히려 상품을 가지려고 할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그 상품을 자신이 구매한 가격보다 더 비싼 가격에 팔 수 있다는 확신을 가졌을 경우뿐입니다. 그래야 우리는 결국 자신이 원래 가졌던 것보다 더 많은 양의 화폐를 수중에 넣을 수 있을 테니까요. 보통 우리는 상품을 구매하느라 가진 돈을 다 소비하기보다는 은행에 저축하는 것을 더 바람직하게 생각합니다. 이것은 아마도 화폐를 가지고 있음으로써 계속 우월한 자리를 점유하려는 무의식적인 욕구를 반영하는 것이겠지요. 적금 통장을 보며 불어나는 화폐의 양에 흡족해하시는 어머니를 본 적이 있습니까? 어머니는 저금된 돈의 액수만큼 지금 꿈을 꾸고 계시는 겁니다. “몇 년 후에 집을 늘릴까? 아니 자식들 결혼 자금으로 쓸까? 그것도 아니면 우리 부부 노후 자금으로 사용할까?” 이런 황홀한 꿈을 꾸는 것이 가능한 이유는 어머니가 바로 화폐를 가지고 계시기 때문이지요.

 

화폐가 신성한 왕좌에 오르게 되자, 역으로 화폐가 아닌 모든 것은 이제 상품의 자리로 전락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맑스는 인간의 상거래에서 제외되고 있는 성스러운 물건들마저도 이제 화폐에 의해 상품으로 전락한다고 이야기합니다. 물론 이 성스러운 물건들에는 인간 자신도 예외 없이 포함됩니다. 인간이 아무리 스스로를 고귀하다고 여긴다 하더라도 결국 화폐가 아닌 이상, 상품의 자리를 차지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왜 학교를 다니고 있나요? 혹은 이미 학교를 졸업했나요? 그렇다면 왜 여러분은 취업을 하려고 애를 쓰나요? 혹은 직장에서 출세를 하려고 노력합니까? 어떤 사람들은 이런 질문을 받으면 인간의 사회성이나 자아 성취 등 장밋빛 환상에 대해 이야기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여러분은 스스로 이미 알고 있지 않습니까? 여러분의 사회생활이 얼마나 고단하고 괴로운지를 말입니다. 그것은 자본주의하에서 여러분 자신이 반드시 하나의 상품으로 팔려야만 생계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본주의 경제학 책을 본분은 알겠지만, 여러분은 질적으로 차이 나는 독립적인 인격체, 즉 고유한 삶의 가치를 갖는 자유로운 주체로 다루어지지 않습니다. 여러분은 구매자가 요구하는 상품으로 팔려야만 하는 노동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애석하게도 여러분은 자본주의가 요구하는 대로 규격화되고 만들어져야만 살아남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만일 여러분이 여러분에게 월급을 줄 수 있는 돈을 가진 사람, 즉 자본가에게 팔리지 않는다면 이 사회에서 살아갈 수 없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맑스도 화폐에서는 상품의 온갖 질적 차이가 없어져버리듯이 화폐 자체도 철저한 평등주의자로서 일체의 차이를 제거해버린다고 경고했던 것입니다. 자본주의하에서 여러분은 자신이 잘 팔릴 수 있도록 가꿔야만 합니다. 그래야 여러분에게 화폐가 들어올 테니까요.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우리 자신을 잘 팔리게 할 수 있을까요? 그것은 여러분을 소비하는 자본가의 구미에 맞도록 여러분의 상품 가치를 높이는 방법밖에는 없습니다. 자본가가 영어 능력을 원합니까? 그렇다면 여러분은 TOEIC이나 TOEFL 학원에 다녀야만 합니다. 자본가가 상위권 대학 출신자를 요구합니까? 그렇다면 여러분은 재수 삼수를 해서라도 그런 상위권 대학에 들어가야만 합니다. 혹시 자본가가 아름다운 외모의 여성을 요구합니까? 그렇다면 여러분은 성형수술도 마다하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맑스는 자본주의 시대를 보편적 매춘의 시대라고 정의했던 것입니다. 그의 말을 단순한 은유로 받아들이지 말기를 바랍니다. 이것은 은유가 아니라, 우리를 둘러싼 사실에 대한 직시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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