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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스무살 반야심경에 미치다, 2장 한국불교의 흐름과 그 본질적 성격 - 천장사와 개울을 건넌 이야기 본문

고전/불경

스무살 반야심경에 미치다, 2장 한국불교의 흐름과 그 본질적 성격 - 천장사와 개울을 건넌 이야기

건방진방랑자 2021. 7. 12.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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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장사와 개울을 건넌 이야기

 

 

백제시대에 창건된 천장사(天藏寺)라는 곳은 경허보다 먼저 출가한 친형 태하(여러 문헌에 太虛로도 泰虛로도 기술되고 있다) 스님이 주지로 있었고 친어머니가 바로 그곳에서 공양주보살로서 살고 있었습니다. 여기서부터 벌어지는 이야기는 정말 무궁무진하지만 이제 경허 스님 이야길랑 끊어야 할 것 같네요. 사실 경허의 삶의 모든 굽이굽이가 더할 나위없는 위대한 공안이며 우리에게는 벽암록(碧巖錄)보다 더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던져줍니다. 나의 도반 명진이 진짜 중이라는 말 한 마디를 하고파서 얘기가 여기까지 만연케 되었는데, 경허의 삶의 이야기를 마감 짓기 전에 몇 가지 일화만 소개할까 합니다.

 

경허가 천장사에 머물고 있을 때였습니다. 어느 해 무덥던 여름, 하루는 어린 사미승을 데리고 탁발을 나갔습니다. 어느 산고을에서 개울을 건너야겠는데 간밤에 내린 비로 물이 불어 그냥 옷 입고 건너기에는 난감한 정황이었습니다. 머뭇거리고 있는데 등 뒤에서 웬 젊은 여인이 급히 경허를 부르는 것이었습니다.

 

스님 스님, 저 좀 보세요.”

 

사미승이 못마땅한 듯 퉁명스레 여인에게 물었습니다.

웬일이슈.”

 

그러잖아두 개울물이 불어 건너기 어려울 거라기에 걱정을 하고 있었는데 마침 잘 만났지 뭐예요.”

 

아니 우릴 잘 만났다니 그게 뭔 소립니까?”

 

이 여인은 사미승에게 대꾸도 아니 하고 경허에게 은근히 말을 건넸

습니다.

 

스님 저를 등에 업어 건네주시지 않겠습니까?”

 

날더러 말씀인가?”

 

설마 하니 이 어린 애기중에게 업어달라고 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어린 사미승이 화가 나서 여인을 나무랐습니다.

 

이보시오. 젊은 여인! 당치도 않은 얘기는 하지도 마십시오.”

 

여인은 사미의 말을 무시하고 경허에게 들이밀었지요.

 

아니 스님, 내가 뭐 못 드릴 부탁을 드렸습니까? 길 가던 아녀자가 물이 깊어 그냥 건널 방도가 없으니, 등 좀 빌리자는 데 그것도 잘못입니까?”

 

여인은 한층 더 높아진 목소리로 외칩니다.

 

~ 그리구 내가 등 좀 빌리자구 한다구 설마 거저야 빌리겠습니까? 품삯을 드리면 될 것 아니겠습니까?”

 

경허는 너털웃음을 웃으며 말합니다.

 

허허 그래, 품삯을 주겠다니 얼마를 주시겠소?”

 

한 푼을 드리지요.”

 

한 푼은 안되겠고 두 푼을 주신다면 ~”

 

좋아요. 두 푼 드리지요.”

 

경하는 그 여인을 등에 업고 개울을 건넜습니다. 그리고 여인을 내려

놓았습니다.

 

자아~ 무사히 개울을 건넜소이다.”

 

수고하셨네요. 약조한 대로 품상 두 푼을 받으세요.”

 

두 푼이건 한 푼이건 품삯은 필요없으니 도루 넣으시오.”

 

기왕에 탁발을 다니면서 왜 품상은 안 받겠다는 겁니까?”

 

품삯 대신에 다른 걸로 하지요.”

 

이때 경허는 번개처럼 그 거대한 손바닥으로 느닷없이 그 여인의 궁뎅이를 철썩 때렸습니다.

아이구머니나! 아니 세상에, 저런저런 ……

 

경허는 소리 지르는 여인을 뒤로 하고 유유히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사미는 놀라 묻습니다.

 

스님, 아니 그게 무슨 짓이오니까?”

 

재물이면 뭐든지 된다고 믿는 것들은 그렇게 버릇을 고쳐줘야 하느니라. 허허 거 요망한 것, 궁뎅이 하나는 제법이던 걸.”

 

탁발을 마치고 천장사로 돌아온 그날 밤, 사미승은 몇 번이나 뒤척인 끝에 다시 일어나 앉았습니다. 잠이 오지 않았던 것이죠.

 

허허 이 녀석 왜 벌떡 일어나 앉느냐?”

 

오늘 꼭 여쭤봐야 할 게 있습니다.”

 

무슨 말인고?”

 

스님께서는 늘 저에게 이르시기를 출가사문은 여자를 가까이해서는 안 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오늘 스님께서는 젊은 여자를 ……

 

젊은 여자를?”

 

, 젊은 여자를 덥석 등에 업어다가 개울을 건네주셨을 뿐 아니라 그 젊은 여자의 엉덩이까지 철썩 치셨습니다.”

 

허허 이 고얀 놈 봤나?”

 

스님이 오늘 낮에 하신 일은 출가사문으로서는 해서는 안 될 일입니다. 계율을 어기신 것이 아니겠습니까?”

 

듣거라! 나는 분명 그 여자를 등에 업고 개울을 건네주었고, 네 말대로 엉덩이까지 쳤느니라.”

 

스님, 그러니 분명 계율에 어긋난 일이 아니겠습니까?”

 

나는 그 여인을 개울가에 내려놓았다. 어찌하여 너는 아직까지 그 여인을 등에 업고 있단 말이냐?”

 

예에?”

 

내가 만약 환갑 넘은 할머니를 등에 업어 건넸다면 네가 아직도 그 할머니를 가슴에 품고 잠을 못 이루겠느냐?”

 

~.”

 

겉모양, 겉소리에 눈이 흐리거나 귀가 어두워지면 아니 된다. 집착치 말라! 애오(愛惡)를 떠나라! 이제 내려놓아라! 그 젊은 여자를 마음속에 그만 품고, 낮에 건넜던 그 개울가에 버려야 할 것이니라.”

 

스님,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사미승은 크게 깨닫고 훗날 고승이 되었습니다.

 

 

 

인용

목차

반야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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