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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스무살 반야심경에 미치다, 2장 한국불교의 흐름과 그 본질적 성격 - 방하착의 의미와 조주의 방하저 본문

고전/불경

스무살 반야심경에 미치다, 2장 한국불교의 흐름과 그 본질적 성격 - 방하착의 의미와 조주의 방하저

건방진방랑자 2021. 7. 12.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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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하착의 의미와 조주의 방하저

 

 

이 고사는 제가 고려대학교 철학과 3학년 때 중국철학사를 듣다가 방하착(放下着)’이라는 주제와 관련하여 우리나라 고승의 실례로서 인상 깊게 들었습니다. 나의 평생을 지배하게 된 위대한 일화였죠.

 

여기 이 설화의 핵심은 내려놓았다라는 한마디입니다. 경허는 여인을 등에 업었다. 그리고 개울을 건넜다. 그리고 여인을 내려놓았다[放下].’ 경허에게 이 사건은 이것으로 끝났습니다. 그러나 사미는 이 여인을 내려놓지 못했습니다. 계속 낑낑대면서 등에 업고 가는 것이죠.

 

선종에서 잘 쓰는 말로서 이 방하착(放下着)’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 말은 실상 방하저로 읽어야 합니다. 마지막의 ()’은 본동사가 아니고 조사이며, 진행을 나타내거나 명령, 권고를 나타내는 조사(助詞)이지요. 그리고 경성(輕聲)으로 발음합니다. ‘황시아저(fang-xia-zhe)’라고 발음하지요. ‘()’은 풀 방이요, 놓을 방입니다. ‘()’는 내려놓을 하입니다. ‘내려놓은 상태로 있어라라는 명령이지요. 방하(放下)’의 고사는 벽암록과 쌍벽을 이루는 조동종의 공안집, 종용록(從容錄)에 나오는 것이 제일 대표적인 것입니다. 그 제57칙에 엄양존자(嚴陽尊者, 보신普信, 조주의 제자)가 조주(趙州, 종심從論, 778~897?) 스님에게 묻습니다.

 

한 물건도 가져오지 않았는데 어찌하면 좋습니까[一物不將來時如何]?”

 

조주가 말합니다. “내려놓아라[放下着].”

 

아니 스님, 한 물건도 가져오지 않았다는데 뭘 내려놓으라는 겁니까[一物不將來, 放下箇甚麽]?”

 

그럼 도로 가지고 가거라[恁麽則擔取去].”

 

아주 짤막한, 밑도 끝도 없는 이 투박한 공안은 조주의 선풍이 잘 드러나는 천하의 일품이지요. 엄양은 조주가 말하는 내려놓으라는 의미를 깨닫지 못했습니다. 그러니, 조주는 다시 가져가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우리 천장사의 사미는 깨달았습니다. ‘방하저(放下着, 내려놓음)’의 대상이 물건이 아니었던 것이죠. 이 경허의 고사는 아주 한국적인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건방진 젊은 여인의 인간성, 스님을 노비처럼 취급하는 멸시의 눈초리, 그러한 상황에 여유롭게 대처하는 경허, 그리고 여인의 궁둥이에 한방 멕이는 호쾌한 가르침, 그의 제자 만공은 이러한 경허의 행태를 가풍(家風)을 드러낸다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그날 밤 사미와의 대화였지요. 사미를 괴롭혔던 것은 여인이라는 물체가 아니라, 여인에 대한 사미의 의식이었고, 그 의식의 집중을 일으킨 집념이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내려놓아도 될, 아무런 문제도 일으키지 않을 짐이었습니다. 짐을 내려놓고 가볍게 걸어가면 될 텐데 계속 짐을 지고 가는 것이지요.

 

예수는 말합니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

Come to me, all who labor and are heavyladen, and I will give you rest.

 

 

그러나 경허는 말합니다. ‘내려놓으라!’ 짐을 내려놓는데 전혀 예수의 힘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냥 내려놓으면 됩니다. 부인과 남편과 사소한 일로 싸우고 그것이 짐이 됩니다. 그냥 내려놓으면 될 일을 계속 가지고 다니면서 이를 갈지요. 점점 그 짐은 커지고, 가정의 불행이 되고, 자손에게까지 그 짐이 유전되고 증폭됩니다. ‘방하저(放下着)!’이 한마디만 제대로 이해해도 한평생 정신과 의사를 찾아갈 일은 없을 것입니다.

 

 

 

인용

목차

반야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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