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지국에서 쿠샨제국으로
이런 얘기를 하기 전에, 딱 한 가지, 지루가참의 ‘지(支)’에 관한 얘기를 잠깐 해야겠습니다. 월지(월씨)는 본시 흉노족이 크게 세력을 떨치기 이전에 돈황과 기련산(祁連山) 사이의 영역, 그러니까 감숙성의 서쪽에 살던 상당히 강인하고 영리한 민족이었습니다. 그들이 살던 영역을 ‘하서주랑(河西走廊, Hexi Corridor)’이라고 부르는데 중국 내지(內地)의 서역통로로서 가장 중요한 요도(要道)였습니다. 아마도 우리나라 고조선 제국의 일부 종족이 서진하여 정착하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월지는 흉노족의 중흥조인 라오상츠안위(老上單于, Lao Shang, BC 174~161 재위)의 공격에 대패하고 그들의 왕이 살해당하자, 월지의 주간세력이 서진하여 소그디아나(Sogdiana)와 박트리아(Bactria) 지역을 점령하고, 이 지역의 희랍지배를 종료시킵니다.
박트리아는 중국역사에서 ‘대하(大夏)’로 불리는데 알렉산더대왕이 페르시아제국의 다리우스3세를 정복하면서 셀류코스의 치하로 편입되어 풍부한 희랍문명이 축적된 곳이죠. 현재로 말하면 아프가니스탄,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의 일부를 포함하는 영역입니다. 월씨는 이곳을 점령하면서 이 지역의 고문명을 흡수하고, 또 규수(嬀水, 아모하阿姆河, Amu Darya, 옛 이름은 옥수스강Oxus River) 양안에 대월씨왕국(大月氏王國)을 세웁니다.
그런데 이 대월씨왕국은 5개의 봉분 군주로 나뉘는데, 그 중 하나가 인도 북부지역을 차지한, 중국역사에서 ‘귀상(貴霜)’이라고 불리는 쿠샨왕조(Kushan Dynasty)인데, 제1대 대왕인 쿠줄라 카드피세스(Kujula Kadphises, AD 30~80 재위, 중국말 구취각丘就却) 때에 박트리아를 계승한 대월씨왕국 전체를 지배영역에 집어넣습니다. 중앙아시아와 인도를 통합하는 대제국이 탄생된 것이죠. 제2대 비마탁투Vima Taktu or Sadashkana, AD 80~95 재위, 중국말로는 염고진閻膏珍), 제3대 비마카드피세스(Vima Kadphises, AD 95~127 재위, 중국말표기 염진閻珍)를 거쳐 제4대 카니슈카대제(Kanishka, AD 127∼140경 재위, 중국말표기 가니색가迦膩色伽) 때 이르러 쿠샨제국은 절정의 길로 치닫습니다. 이 시기에 쿠샨제국(Kushan dynasty)은 중국, 로마, 파르티아와 함께 유라시아 4대강국으로 꼽혔습니다. 중국의 사가들은 어찌하여 쿠샨제국이 중국을 멸망시키지 않았을까 하는 논의를 할 정도로 쿠샨제국은 강대했습니다. 그리고 특기할 것은 쿠샨제국 내에 간다라와 마투라가 들어 있었고, 이 두 지역(간다라는 뉴델리에서 한참 서북쪽, 마투라는 뉴델리 바로 밑에 있다)에서 최초의 불상제작이 이루어졌다는 사실이죠.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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