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다이빙벨: 언론 속 다이빙벨과 이종인
우여곡절 끝에 다이빙벨이 투입되었다. “기존작업에 방해되고 기 설치된 바지선과 안전사고의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투입할 수 없다고 하던 말이 무색할 정도로 아무런 문제없이 5분 만에 투입은 완료되었다.
언론의 반응을 통해 본 다이빙벨
그런데 이상하게도 다이빙벨을 내렸을 때, 벨 안에 에어포켓이 형성되지 않고 계속 물이 차오르는 것이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투입한지 20분 만에 다시 꺼내야만 했다. 문제를 확인해 보니, 공기케이블이 훼손되어 있었다. 고의적으로 누가 훼손한 것인지, 투입 도중에 훼손된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투입된 지 20분 만에 문제가 발생하자 언론은 기다렸다는 듯이 실패했다는 기사(다이빙벨, 실효성 논란? “투입 20분 만에 고장” ‘절망’ -조선일보, 4월 30일)를 쏟아내기 시작한다. 이런 식의 즉각적인 반응을 보고 있으니, 오히려 언론이 어떤 의도로 ‘다이빙벨’에 접근하고 있는지 쉽게 알겠더라.
▲ 공기케이블이 끊어져 우여곡절 끝에 투입된 다이빙벨을 20분 만에 다시 올려야만 했다.
언딘과 해경의 비협조와 위협
케이블 교체 후에 다시 다이빙벨을 내렸다. 이때는 에어포켓도 잘 형성되었고 벨 안에서 잠수부들이 감압을 하며 빵을 먹거나, 물까지 마시는 게 가능할 정도였다.
하지만 문제는 구조할 인원이 많은 선미 후면 쪽이 아닌, 이미 배의 붕괴가 시작되고 있던 선미 중간부분에 다이빙벨을 내리도록 했다는 점이다. 언딘에서 알려준 곳이 후면인 줄만 알고 거기에 바지선을 대고 다이빙벨을 내렸는데, 그곳은 후면이 아니었다. 이에 이종인씨는 “해경 경비국장과 언딘 간부가 선미 중간을 선미 후면이라 속였다. (가이드라인을 설치 때) 밤새 선미 후면 진입로 찾느라 물때를 3번 낭비했다. 시간에 쫓기며 다이빙벨을 투입하는 도중 너울에 벨이 흔들려 케이블이 꼬였다”고 분통을 터뜨렸으나, 이미 세팅이 완료된 뒤라 그곳에서 계속 작업을 할 수밖에 없었다.
▲ 2차 투입은 성공적이었다. 잠수부들은 작업을 하고 감압을 하며 간식을 먹기도 했다.
한참 작업 중일 때 이상한 사건이 발생한다. 경비정이 작업 중인 바지선 쪽으로 다가오더니 전혀 속도를 줄이지도 않은 채로 다이빙벨이 설치된 쪽으로 바짝 붙이는 것이다. 경비정이 운항하는 속도가 있었던 지라, 바지선과 부딪히니 큰 소리가 날 정도였다. 해경은 바지선에 탑승해 작업 과정을 지켜보고 있던 국장 때문에 왔다며, 국장을 데리고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여기엔 두 가지 문제가 있다. 하나는 원래 경비정은 바지선에서 다이빙벨이 설치된 반대편에 접안했는데, 이날은 다이빙벨이 설치된 곳에 접안했다는 사실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다이빙하는 곳에서 모든 배들은 서행을 하게 돼있다. 꼭 접안을 시도해야 한다면 다이빙 장소에서 떨어진 곳에서 접안을 하는 것이 국제적인 룰”이라고 말한다. 국제적인 룰을 어겨야 할 만큼의 어떤 거대한 힘이 있었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배를 접안할 때 경비정의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던 속도 그대로 바지선에 접안을 하니 부딪치는 소리가 크게 나며 배가 흔들렸던 것이다. 이건 누가 뭐라 해도 작업 방해를 넘어서 생명을 위협하려 했다고 볼만한 행위다.
▲ 2경비정은 들이박다시피 다이빙벨 작업용 바지선에 접안했다. 명백한 위협행위다.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해군 장성이 오더니 바지선에 내려 아무런 이야기 없이 얼굴에 인상을 쓰고서는 그냥 가기도 했으며, 언딘 쪽에서는 폭언이 들려오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사람이 ‘구조라는 대의를 위해서 난 죽어도 좋아’라고 외치며 구조에 전념할 수 있을까. ‘다이빙벨’은 이종인씨의 말처럼 수중 작업에 탁월한 성과가 있음을 증명했지만, 이러저러한 외압과 비협조로 이렇다 할 결과 없이 끝나고 말았다. 이에 언론은 그와 같은 일련의 과정들은 빼놓고 결과만을 물고 늘어지며 그를 매도하기에 바빴다.
▲ 영상으로 보면 어느 정도의 위협이었는지 명확히 드러난다.
언론의 ‘사기꾼 이종인 만들기’
별다른 소득 없이 철수하여 돌아오자 기자들이 질문을 던지는 장면이, 이 영화의 가장 압권인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건 단순한 질문이라기보다 죄진 사람을 추궁하는 형사의 말투에 가까웠다. 한 사람도 구하지 못했단 이유로 구조작업을 진행한 사람이 죄인마냥 인터뷰를 한 적은 없는데, 이때의 인터뷰는 묘하게도 그런 느낌이었다.
“이번 수색에 어떤 목적으로 가셨어요?”, “다이빙벨 들고 가서 실종자 구해올 자신이 있으셨어요?”, “맹골수로라는 게 굉장히 조류가 빠른 곳이기 때문에 해군 쪽에서도 고급장비를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그거 알고 계셨죠? 그런데도 무리해서 다이빙벨을 들고 오셨던 이유는 어떤 것이었나요?”, “조금 더 일찍 철수하지 않은 이유가 있으십니까?”라고 질문공세를 퍼붓는다.
이와 같은 질문엔 ‘다이빙벨’에 대한 불신과 함께 무슨 다른 의도가 있을 것이라는 뉘앙스, 억지로 시간을 끌며 언론플레이를 했다는 불쾌한 심기가 깔려 있다. 영화에서는 기자들의 날이 잔뜩 선 질문공세를 아주 적절하게 보여줌으로 어떻게 언론이 원하는 그림을 만들어 가는지 보여주고 있다.
▲ 철수를 하며 인터뷰를 하고 있다. 추궁하고 꿍꿍이가 있다고 몰아대는 미묘한 분위기의 인터뷰.
예를 들면 “신이 없다고 하셨는데 왜 없다는 것입니까?”라는 질문이 있다고 생각해보자. 이 질문은 아무 편견 없이 상대방의 생각을 묻는 질문이 아니다. 이런 질문은 ‘신은 있다’라는 전제를 깔고 있어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신은 없다’라는 것을 아무리 증명하여 말한다고 해도, 그 한계는 명확한 것이다. 왜냐 하면 ‘신은 있다’를 전제로 놓고 ‘신은 없다’라는 것을 말해야 하기 때문에, 말하면 말할수록 ‘신’이라는 게 더 도드라져 보이게 되니 말이다. 즉, 질문자의 의도에 갇히게 되면 아무리 다른 생각을 말할지라도 그 의도에 놀아나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언론이 만들고 싶었던 이종인씨의 이미지가 있었을 것이고, 그건 기자들의 질문을 통해 드러났다. 기자들이 형사처럼 추궁할 수 있었던 이유도 그 때문이다. 바로 아래에 첨부해놓은 영상은 ‘다이빙벨의 철수 관련 인터뷰 영상’인데, 이 영상을 보면 기자들은 죄인에게 취조하듯 공격적으로 질문을 하고 이종인씨는 죄 지은 사람처럼 대답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처럼 이종인씨를 희생양으로 만들어 정부에 대한 불신, 구조기관에 대한 불만이 수그러들도록 물타기하려 한 것이다.
▲ 다이빙벨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은 이미 투입되기 전부터 생산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떠오르는 사람은 요세프 괴벨스Paul Joseph Goebbels(1897~1945)다. 그는 독일 나치 정권의 ‘국민 계몽 선전부 장관’의 자리에 앉아 나치를 미화하여 국민들의 광신적인 믿음을 얻는데 한몫을 했다. 그의 어록들은 ‘언론의 책임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우회적으로 알려주고 있다. 그 중 “거짓말은 처음에는 부정되고, 그 다음에는 의심받지만, 되풀이 하면 결국 모든 사람이 믿게 된다.”는 말은 이종인씨의 예에 아주 적합한 말이라 할 수 있다. 지금 사람들에게 세월호 사건과 관련하여 이종인씨에 대해 물어보면 부정적인 대답을 쉽게 들을 수 있으니 말이다. 언론에서 그의 이미지를 사기꾼 정도의 이미지로 만들어 놓다 보니, 처음에는 손사래를 치던 사람도 어느 순간엔 의심하면서도 서서히 믿게 된 것이다. 이 영화를 보고 있으니, 언론이 만드는 이미지가 얼마나 위협적이며 무서운 것인지 새삼 알게 되었다.
▲ 독일의 괴벨스, '국풍81'의 기획자 허문도. 그리고 2014년의 주요언론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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