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②강: 장량과 신발, 그리고 배움
숨 가쁘게 2강의 다섯 번째 후기까지 달려왔다. 이번 후기에선 2강의 제목인 ‘신발 떨어뜨리는 사람과 줍는 사람’에 대한 얘기를 하게 되며, 이 얘기를 통해 어떨 때 사람은 배우게 되는지 알아보도록 하자.
▲ 보통은 PPT 자료를 보며 진행되는데, 이날은 인쇄물을 보면서 진행되었다.
오해야말로 배움의 기본이다
배우기 위해서는 당연히 무언가를 가르쳐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무엇을 가르쳐 줄까? 그건 바로 ‘아는 것을 가르쳐주는 것’이다. 그러니 교사가 되기 위해서 4년간 사범대, 교대에서 자신의 전공을 열심히 공부하여, 임용시험을 통해 ‘교사가 될 수 있는 자질’을 국가로부터 승인받는 것이다. 그런 과정을 거친 후에야 비로소 아이들과 만나 가르칠 수 있고 아이들은 배우게 된다.
이 과정엔 당연히 ‘아는 것만 가르칠 수 있다’고 할 수 있으며, 그건 반대로 말해 ‘알지 못하면 가르칠 수 없다’는 말이 된다. 이미 그와 같이 정해져 있으니 이런 상황에서 ‘아는 자=교사’, ‘모르는 자=학생’의 관계가 성립되어, 가르침과 배움은 일방적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
▲ 임용시험을 보러 가는 길. 우리 사회에서 교사가 된다는 건, 과정을 이수해야 하고 그걸 시험을 통해 증명해야 한다.
나 또한 이런 환경 속에서 자라며 배워왔기 때문에, 한 번도 이런 구조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고, 배움에 대해 고민해본 적이 없다.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배워야 할 것들은 당연히 존재해 왔었으며, 그에 따라 의무적으로 배워야만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동섭쌤은 ‘트위스트 교육학’ 강의를 통해 당연하게 굳어져버린, 그래서 생각이 전혀 개입할 여지가 없는 것들에 대해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하며, 사정없이 뒤흔들었다. 지금껏 ‘모르는 것을 아는 사람에게 배우는 게 배움의 기본’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그런 관념을 사정없이 뒤집어엎어 ‘오해야말로 배움의 기본’이라 외치기 때문이다. 얼핏 들어서는 ‘어디서 약을 팔아?’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황당한 말이지만, 그럼에도 귀가 기울여지는 건 어쩔 수가 없다.
▲ 망치로 철학하는 초인도 있지만, 망치로 교육학을 하는 교육학자도 있다.
장량, 신발을 줍다가 배움을 터득하다
이걸 이해하기 위해서는 장량의 일화를 알아야 한다.
장량張良은 중국 한韓나라 재상의 아들로 그 당시로 보면 지금의 재벌에 비견될 만한 권력과 부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진秦나라가 한나라를 멸망시키고 통일하므로 집안이 풍비박산이 나자, 장량은 진시황을 죽일 계획을 세운다. 진시황이 행차를 할 때 철퇴를 던져 진시황의 수레를 파괴하고 암살하려 했지만, 그가 던진 철퇴는 진시황의 수레가 아닌 다른 수레에 맞아 암살은 실패하고 만다. 그는 미친 듯이 도망가 신분을 숨기고 구석으로 숨어든다.
장량은 그곳에서 수련을 하고 있었는데, 이때 황석공이라는 노인이 그 모습을 기특하게 여겨 ‘태공망비전’이란 병법을 알려주겠다고 제안한다. 이에 장량은 그 제안을 받아들인다.
하지만 노인은 아무 것도 가르쳐 주지 않는다. 시간은 흘러가는데도 노인은 그 어떤 것도 가르쳐 주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 초조해질 때, 노인은 멀리서부터 말을 타고 오더니 장량 앞에서 오른쪽 발의 신발을 떨어뜨린다. 그러면서 “신겨~”라고 명령하는 것이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에 화는 치밀어 오르지만, 장량은 화를 내지 않고 신발을 신겼다.
그로부터 며칠이 지나고 노인은 저번처럼 말을 타고 오더니, 장량 앞에서 양쪽발의 신발을 모두 떨어뜨리며 “신겨!”라고 명령한다. 황당하고 어이없지만 장량은 허리를 숙여 신발을 주워 정성껏 신겼다.
그런데 바로 이때 의외의 상황이 펼쳐진다. 그 순간 장량은 무언가 깊게 깨우쳤고, 그로 인해 황석공이 가르쳐주는 태공망비전을 온전히 전수받을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 신발을 신기다가 터득했다는 말. 장량의 신발 신기기엔 어떤 내용이 숨겨 있는 걸까?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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