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장 6. 유교는 복고주의가 아니다
그런데 ‘여차자 재급기신자야(如此者 灾及其身者也)’ 중에 ‘여차자(如此者)’가 앞의 구 전체를 받는다고 할 때, ‘우이호자용(愚而好自用)’, ‘천이호자전(賤而好自專)’, ‘생호금지세 반고지도(生乎今之世 反古之道)’ 이 세 프레이즈(phrase) 전부에 걸쳐져 있다고 보아야 합니다. 그러므로 공자(孔子)는 지금 ‘우(愚)하면서 제 생각을 쓰기를 좋아하는 자나, 천(賤)하면서 제 멋대로 하기를 좋아하는 자나, 지금에 태어나서 옛 도로 돌아가려고 하는 자나 전부 재앙이 그 몸에 미친다’라고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볼 때 ‘생호금지세 반고지도(生乎今之世 反古之道)’ 이 구문은 굉장히 부정적인 맥락에서 사용되고 있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아까 공자(孔子)가 이 말을 긍정적으로 사용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신 분은 당장에 이의를 제기할 것입니다. ‘아니, 유교(儒敎)는 원래 복고적이지 않은가. 그 시조인 공자(孔子)만 해도 항상 이미 망해가는 주(周)의 문화를 그리워하고, 꿈속에서도 주공(周公)을 만나는 등 매우 복고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는데 그럴 리 없다!’하고 말입니다. 그러나 고전을 읽을 때는 항상 정확하게 읽어야 합니다. 그 말하고자 하는 의미를 미리 재단하고서 접근하질 말고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는 거예요. 사실 나도 이 문제를 두고 옛날에 상당 기간 고민한 적이 있습니다만, 그러나 이제는 확연합니다. 고전이라는 것이 이렇게 어려워요.
뒤에서 다시 설명하겠지만, ‘생호금지세 반고지도(生乎今之世 反古之道)’이 구문은 이 장의 마지막에 나오는 ‘자왈 오설하례 기부족징야 오학은례 유송존언 오학주례 금용지 오종주(子曰 吾說夏禮 杞不足徵也 吾學殷禮 有宋存焉 吾學周禮 今用之 吾從周)’와 구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입니다. 이 문장과 연결 지어 해석할 때 그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그리고 29장에 가면 그 의미가 더욱더 명확해져요. 앞으로 다음 29장을 읽을 때 꼭 28장의 이 구문을 연결해서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우선 여기 이 구문을 봅시다. ‘지금 세상에 태어나 살면서 옛 도(道)로 돌아간다는 것’은 우리가 대체로 알고 있는 유교(儒敎)의 입장에서 본다면 매우 좋을 것 같은데 공자(孔子)는 이를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금 세상에 태어나 살면서, 어떻게 옛날 도(道)로 돌아가냐, 이 미친놈아’하고 공자(孔子)가 엄청나게 까고 있는 거예요.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것일까요? 어렵게 생각할 것 없습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결국 지금까지 공자(孔子)나 유교(儒敎)를 잘못 인식 해왔다는 것입니다. 바로 이곳에서 공자(孔子)의 진면목이 드러나고 있어요. 명쾌하게 유교(儒敎)에 대한 복고주의적 해석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중용(中庸)이 굉장히 중요한 책이라는 것을 여기서도 알 수 있지요.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이라는 말도, 앞장에서 이야기했듯이, 고(故)를 온(溫)해서 신(新)을지(知)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온고(溫故)는 ‘존덕성(尊德性)’의 문제요 지신(知新)은 ‘도문학(道問學)’의 문제인 것입니다. 이 장과 다음 장(29장)에서 유교(儒敎)에 대한 복고주의적 해석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가를 보다 확연하게 알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이 문장에 대한 주자(朱子)의 주(註)를 보면 ‘이상의 말은 공자(孔子)의 말을 자사(子思)가 인용한 것이다[以上 孔子之言 子思引之].’라고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음에 이어지는 ‘비천자(非天子)~ ‘에는, ‘이것 이하는 자사(子思)의 말씀이다[此以下 子思之言].’라고 하고 있는데 구조적으로 공자(孔子)의 말의 인용은 여기서 끝나고 ‘비천자(非天子)~’ 이하가 공자(孔子)의 말에 대한 자사(子思)의 해석이라고 보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다음에 이어지는 문장들은 ‘공자(孔子)의 말을 두고 자사(子思)가 해설을코멘터리(commentary, 논평)한 것’이라고 보면 될 거예요. 28장에는 이런 구조가 있기 때문에, 다음에 이어지는 문장들을 계속 이 첫 번째 문장과 연결 지어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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