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장 3. 옛 이상적 지도자를 따르지 않는 이유
上焉者雖善無徵, 無徵不信, 不信民弗從; 下焉者雖善不尊, 不尊不信, 不信民弗從. 하언자(上焉者)는 비록 선(善)하나 징(徵)하지 않고, 징(徵)하지 않으므로 신(信)이 없고, 신(信)이 없으므로 민(民)이 따르지 않는다. 하언자(下焉者)는 비록 선(善)하나 존(尊)하지 않고, 존(尊)하지 않으므로 신(信)이 없고, 신(信)이 없으므로 민(民)이 따르지 않는다 上焉者, 謂時王以前, 如夏ㆍ商之禮雖善, 而皆不可考. 下焉者, 謂聖人在下, 如孔子雖善於禮, 而不在尊位也. 상언자(上焉者)는 당대의 왕조 이전을 말하니 마치 하나라와 상나라의 예(禮) 가 비록 좋으나 모두 고찰할 수 없는 것과 같다. 하언자(下焉者)는 성인이 아랫 지위에 있다는 말이니 마치 공자가 비록 예에 박학하지만 높은 지위에 있지 않은 것과 같다. |
이 문장에는 상언자(上焉者)ㆍ하언자(下焉者)라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주자의 주(註)를 보면 여기의 ‘상언자(上焉者)’라고 하는 것을 하(夏)나라나 상(商)나라의 왕과 같은, 시대적으로 윗대의 왕들[上焉者謂時王以前如夏商之禮]로 해석하고 있고, ‘하언자(下焉者)’는 공자와 같이 성인의 덕성을 갖추고 있으나 위를 갖지 못하여 아래에 있는 사람[下焉者謂聖人在下如孔子]을 가리키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상언자(上焉者)를 그렇게 보는 데에는 나도 이의가 없으나 하언자(下焉者)에 대한 주자의 해석에는 좀 문제가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차근 차근 문장의 의미를 살펴보면서, 왜 그런가를 알아보도록 합시다.
‘상언자 수선무징(上焉者 雖善無徵)’
상언자(上焉者), 즉 현세를 지배하고 있는 왕들이 아닌 아주 시대적으로 오래된 옛날의 왕들이나 사람들은, 비록 선하나[雖善] 증거가 없다[無徵]. 상언자 수선무징(上焉者 雖善無徵)은 말이 됩니다. 이것은 무슨 말일까요? 우리는 아주 옛날 사람들을 이야기할 때, 다시 말해 요ㆍ순 이야기를 할 때, 대개 그 사람들은 정치를 잘했고 도덕적으로 완벽한 사람들이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어떻습니까? 과연 그들이 실제 그랬다는 증거가 있습니까? 그들에 대한 이야기들은 한마디로 무징(無徵), 즉 증거가 없는 뜬 구름 잡는 이야기라는 말입니다. 우리가 단군 할아버지 이야기할 때도 마찬가지이죠. 우리나라에서도 단군 할아버지가 훌륭한 홍익인간 이념을 가지고 나라를 아주 오랫동안 잘 다스렸느니 어쩌고 하면서 나쁜 말은 하나도 없습니다. 그러나 거기에 무슨 증거가 있습니까? 다시 말해 그런 아주 오래전에 있었던 왕의 행적들은 혹시 그것이 좋은 것이었을지도 모르지만, 오늘날 확인할 수 있거나 지금 여기에 다시 쓸 수 있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그 무엇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그래서 다음에는 무슨 말이 연결되고 있습니까? ‘무징불신 불신민부종(無徵不信 不信民弗從)’는 말이 연결되고 있죠? 그런데 여기 불신(不信)에서의 ‘신(信)’의 해석에도 주의해야 합니다. 이 ‘신(信)’을 단순한 의미의 ‘믿는다’, 즉 기독교적 의미의 신앙에 해당하는 빌리브(believe)를 뜻하는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 되요. 대개 고대에서 말하는 ‘신(信)’이라는 것은 ‘신험이 있다’라는 말로서 영어로 한다면 구체적인 프로프(Proof)가 있다는 뜻입니다. 그러므로 다시 풀이한다면 ‘구체적인 증거가 없어서 신험할 수 있는 건덕지가 없으므로 백성들, 즉 사람들이 따르지 않는다’라는 의미가 되는 것입니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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