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인 싯달타
둘째, 붓다(Buddha)란 인도사상사에서 매우 넓은 함의를 지니는 일반명사로 쓰여진 말이었으며, 고타마 싯달타라는 역사적 개인이 독점한 칭호는 아니었다. 붓다란 표현은 예를 들면 쟈이나교의 창시자인 마하비라(Mahāvīra)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사실 붓다의 사후 초기교단에 있어서는 싯달타를 부르는 칭호로서 ‘붓다’라는 말이 사용되지 않았다. 제1차ㆍ제2차 결집 때까지만 해도 가장 넓게 쓰인 말은 ‘복스러운 성자’라는 의미의 바가바트(bhagavat, bhagavan)나 평범한 ‘선생님’이라는 의미의 샤스뜨리(śāstṛ)였다【Frank E. Reynolds and Charles Hallisey, ‘Buddha,’ The Encyclopedia of Religion (New York : Macmillan, 1987), Vol.2, p.320.】. 바가바트는 이 세상에서 존경을 받을 만한 분이라는 의미맥락에서 세존(世尊)으로 한역되었는데, 이것은 특별한 칭호가 아니고 당시 인도사회에서 옛부터 ‘선생님’을 부를 때 가장 많이 쓰던 칭호였다.
우리나라 동학의 예만 들더라도, 최수운을 생전에 따르는 사람들이 부르던 말은 그냥 ‘선생님,’ ‘큰 선생님’일 뿐이었다. 후대에 천도교가 조직되면서, 대신사(大神師)니 하는 등등의 말들이 만들어지고 조장되었던 것이다. 붓다 또한 팔순 노인 싯달타의 사후 한참 후에서부터 채용된 말이었지만, 그 말이 일단 사용되고부터는 역사적 싯달타를 가리키는 가장 유력한 칭호가 되었을 뿐 아니라, 그것은 불교의 근본사상의 심층구조를 형성하는 핵심적 개념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그러나 붓다는 싯달타 일인에게만 국한된 말이 아니었다. 붓다 이전에도 수없는 붓다가 있었으며 붓다의 사후에도 수없는 붓다가 있을 것이다. 싯달타 개인의 기나긴 과거 윤회의 과정에서 현현되었던 캐릭터들은 본생담(本生譚, the Jātaka literature)을 형성하는 보살(bodhisattva)들이다. 보살이라는 개념이 대승불교에서 처음으로 조어된 것은 아니다. 소승불교에서도 ‘보살’이라는 말은 쓰였다. 그러나 대승의 보살이 모든 중생들의 성불의 가능성을 의미하는 개방적 개념임에 반하여, 소승의 보살은 ‘앞으로 부처가 될 사람’(a Buddha-to-be)이라는 의미로만 쓰인 말이었으며, 그것은 싯달타 전생의 인물들(Śākyamuni's previous existences)에게 국한된 개념이었다. 그리고 이 보살 중의 한 사람인 능인(能仁)보살이 싯달타로 태어나 성도하리라는 것을 인증하는 부처로서의 디팜카라(Dīpaṃkara, 燃燈佛, 錠光佛)와 같은 캐릭터도 같이 등장하고 있다【디팜카라는 싯달타가 전생에서 섬긴 부처님이다. 그 이야기는 『수행본기경』에 나오고 있다. 고익진 편역, 『한글아함경』(서울 : 동국대학교 출판부, 2000), pp.11~19. 『大正』 3-461~3.】.
싯달타가 붓다가 되어 반열반에 들어 해탈하였다는 뜻은, 그가 또 다시 윤회의 굴레 속에 끼어 들어 다시 태어날 수 있는 논리적 가능성이 배제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는 해탈했기 때문에 또 다시 인간세에 우리와 같은 형상으로 태어날 가능성이 없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붓다는 환생할 수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미래불은 싯달타의 화신일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에 또 다시 싯달타와 같은 인물이 생겨날 수 없다는 것은 매우 무미건조하고 섭섭한 일이다. 따라서 미래불에 대한 논리적 가능성은 싯달타가 생전에 성취한 것과 같은 동류의 대각이나 열반을 성취할 수 있는 캐릭터가 미래세에도 또 나타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한 믿음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러한 가능성은 싯달타의 화신일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싯달타와는 다른 윤회계보의 어떤 과거의 보살을 설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과거의 보살이 미래에 붓다로서 다시 인간세에 출현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믿음을 우리는 미래불(Future Buddhas) 신앙이라고 부른다. 이 미래불의 신화적 형태로서 가장 대표적인 것이 미륵불(Maitreya)이요, 아미타불(Amitābha)이다. 미륵불은 미륵신앙을, 아미타불은 정토신앙을 형성했으며 동아시아역사에 크나큰 영향을 주었다. 미륵신앙은 민중반란이나 천년왕국사상에 깊은 영향을 주었고 조선반도에서 크게 융성했다. 아미타불의 정토신앙은 일본에서 크게 융성하였던 것이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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