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나교(Jainism)
자이나교도 힌두교나 불교처럼 인도에서 발생한 종교답게 윤회와 업을 받아들인다. 그러나 자이나교의 교리는 힌두교보다 불교와 유사한 측면이 많았다. 우선 『베다』 성전의 권위를 부인한 데다 종교 의식을 거부하고 카스트 제도를 배척했으므로, 자이나교 역시 불교처럼 힌두교 질서에 반발하는 혁명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었다. 또한 불교에서처럼 금욕을 강조하고 불살생의 계율을 중시했다. 그러나 자이나교는 그 점에서 불교보다 한층 극단적인 성격을 지녔다.
자이나교의 5대 계율은 살생, 거짓말, 도둑질, 음행, 소유의 다섯 가지를 금하는 것이었다.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살생을 하지 말라는 계율이었는데, 그 대상으로 인간과 동식물은 물론 바람이나 물, 흙, 불까지도 포함시켰다. 자연의 모든 것은 영혼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고통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해충을 잡고 잡초를 뽑고 익은 작물을 베어내 수확하는 농민들도 큰 죄를 짓는 셈이 되었다. 그래서 자이나교의 신도들은 주로 농업보다 상업을 택했다. 자이나교도는 주로 상업과 대금업, 무역업에 종사하면서 막대한 부를 쌓았다(그리스도교와 이슬람교를 비롯해 대다수 종교들이 대금업을 죄악시하는 데 비하면 자이나교는 특이하다). 그 덕분에 19세기 이전까지 자이나교도는 인구로 보면 인도 전체의 1퍼센트도 안 되었으나 총 자본량의 절반 이상을 소유했다.
다섯 가지 계율 가운데 거짓말과 도둑질을 하지 말라는 것 정도는 보편적인 도덕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아무것도 죽이거나 고통을 주지 말아야 하고, 철저한 금욕과 무소유로 생활하라는 것은 곧 괴롭게 살라는 말이나 다를 바 없다. 실제로 자이나교에서는 고행을 거쳐야만 해탈에 이를 수 있다고 가르쳤다.
그럼 해탈은 무엇에서 벗어나는 걸까? 그것은 윤회다. 영혼은 자신이 지닌 업 때문에 결박되어 있고 부단히 고통 속에서 윤회할 수밖에 없다. 이 비참한 상태를 벗어나 영원한 고요의 상태에 도달하는 게 바로 해탈이다. 가장 순수한 해탈은 육신이 죽어야만 가능하다. 고행과 육신의 죽음을 통해 해탈에 이를 수 있다는 자이나교의 극단적인 교리는 원래 종교적 심성이 강한 고대 인도인들에게 깊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와 같이 고대 인도에서는 전통 종교인 힌두교와 불교, 그리고 자이나교가 성행했다. 불교와 자이나교는 평등사상을 주창하며 무신론이라는 점에서 대략 색깔이 비슷한 종교였다. 그에 비해 힌두교는 다신론 종교였으며, 카스트 질서를 만들고 고착시켰다.
주지하다시피 오늘날 인도는 대표적인 힌두교 국가다. 불교는 한동안 크게 융성하다 4세기 무렵 굽타 왕조 시대부터 힌두교에 밀려 인도에서 물러났다. 역사는 발전하게 마련인데, 왜 불교와 자이나교는 진보적이었음에도 힌두교에 패배했을까? 누가 보기에도 문제가 많은 카스트 제도의 신분 질서를 부정하는 혁명적인 종교가 왜 민중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지 못했을까?
그 이유는 바로 윤회 사상 때문이었다. 윤회는 인도의 모든 종교에 내재한 전통적인 관념이다. 윤회를 믿는 인도인들은 지금 비록 노예의 처지라 해도 꾹 참고 성실하게 살아가면 다음 세상에서는 더 좋은 신분으로 태어날 수 있다고 여겼다. 이렇게 생각하는데, 굳이 현재 삶에서 평등을 추구할 필요가 없다. 다른 민족의 관점에서 보면 힌두교가 문제 많은 종교인 듯하지만, 인도인들에게는 그렇게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불교는 이후 윤회의 관념이 없는 동남아시아 지역과 동북아시아의 중국, 한반도, 일본 등지에서 더 찬란하게 꽃피우게 된다. 특히 동북아시아에서는 불교의 알맹이라 할 윤회를 떼어버리고 껍데기만 받아들였기에, 윤회의 자리를 ‘국가’로 채워 호국 불교의 양상으로 발전하게 된다.
▲ 돌 도장. 힌두교와 불교, 자이나교에서는 모두 살생을 금지했다. 특히 힌두교에서 소를 숭배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 돌 도장은 기원전 2000년 무렵의 것인데, 이미 이때에도 인도인들에게 소가 숭배의 대상이었던 것을 보면 힌두교의 역사는 인도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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