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쇼카의 석주
인도는 역사를 쓰기가 매우 어렵다. 소위 연대, 크로놀로지(chronology)라는 것이 확실한 것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인도인들의 가치관은 세속에 있질 않았다. 항상 이 세간을 벗어나는 해탈(解脫, mokṣa)에 있었으며 그것은 시간의 초월이었다. 따라서 세속적인 시간에 대한 관심이 없다. 그리고 자기의 생애를 무한한 억겁년의 윤회의 한 고리로 파악하기 때문에 지금 현 생애의 정확한 시점이라는 것은 별 의미가 없었다. 그래서 연대나 저자(author)의 개념이 박약했다. 진리는 보편적으로 공유되는 것이다. 한 인간이 특정적으로 독점하여 기술하는 것이 아니라고 그들은 생각했던 것이다. 나는 인도여행을 하면서 거지들이 계속 따라붙으면 “다음에 보자!” “다음에 주겠다!”라고 했다. 그런데 “다음이라니, 언제 또 다시?”하고 묻는 거지에겐 이와 같이 대답했다.
“기나긴 윤회의 시간이 기다리고 있는데 뭘 다시 만날 것을 걱정하오?”
억겁년 안에 다시 만날 기회가 반드시 있으리라는 뜻이다.
아쇼카대왕은 고맙게도 중요한 성지들에 모두 명문이 새겨진 석주를 세웠다. 아쇼카석주(Ashoka Pillar)라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아쇼카석주는 반드시 불교의 성지와 관련있는 것에 한정된 것은 아니다. 어느 것은 명문이 없는 것도 있다. 그것은 아쇼카의 칙령(Edicts)의 상징이다. 기록에 의하면 이러한 비문은 181개가 있었다고 하는데 사람들의 왕래가 많은 길가에 세워졌으며 당시의 사람들이 읽기 쉽도록 각 지방의 토속어로 쓰여졌다. 사실 토속어의 유실로 판독이 어려운 것도 많다. 현재 45개가 발견되었다고 한다. 데칸고원, 간지스강 유역,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등지에까지 넓게 분포되어 있다. 이 비문은 바위형태(the Rock Edicts)와 돌기둥형태(the Pillar Edicts)의 두 형태가 있는데, 현재 중요한 것은 바위 형태 14기와 석주형태 7기가 남아있다. 나머지는 사소하고 별 중요한 내용이 없는 것들이다. 석주형태는 주로 간지스강 유역에 분포되어 있다.】. 통돌을 동그랗고 밋밋하게 깎아 세운 것인데 어느 것은 20미터 높이나 된다. 참으로 늠름한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꼭대기에는 보통 사자 등, 동물이 안치되어 있다. 사르나트에 있는 네 마리 사자석두의 석주는 1950년 마하트마 간디에 의하여 새로 탄생된 인도공화국의 상징(state emblem)으로 채택되었다.
▲ 바이샬리 아쇼카 석주가 있는 꼴후아 라뜨(Kolhua Lat) 전경, 이곳은 부처님이 오셨을 때 원숭이가 꿀을 봉양했다는 원후봉밀터이다. 부처님께서 걸식을 위하여 자신의 발우를 제자들 것과 같이 섞어 늘어놓았는데 원숭이가 부처님 것만 골라내어 꿀을 가득채웠다는 것이다. 그리고 수천마리의 원숭이들이 흙을 파서 부처님께서 목욕하실 수 있는 연못을 만들었다. 이 연못을 람쿤드(Ram-Kund)라 부른다. 아쇼카왕은 이를 기념하여 스투파(stūpa)와 석주를 세웠다.
나는 사실 역사적 유적지를 땀을 뻘뻘 흘리면서 돌아다니는 것을 별로 탐탁치않게 생각한다. 다리가 아파서가 아니라, 유적지라고 가보면 모든 것이 관광상품화 되어 있을 뿐 아니라, 후대의 조작 때문에 본래의 모습이 완전히 상실되어 아무런 감흥을 느낄 수 없는 것이다. 마하보디 사원 안에 있는 보리수를 보느니 차라리 어느 이름없는 인도 농촌의 어귀, 시원한 냇물이 내려다 보이는 탁 트인 공간에서 홀로 숨쉬고 있는 보리수를 보고, 그곳에 앉아 담배 한 대 말아 피우고 있는 농부의 모습에서 싯달타의 가부좌 튼 보좌를 연상하는 것이 훨씬 더 리얼할 것이기 때문이다. 보리수나무는 인도사람의 ‘느티나무’일 뿐이다. 동네어귀에서 그늘을 제공하는, 긴 담뱃대를 툭툭치는 할아버지들이 바람 솔솔 부는 평상에 태평스럽게 앉아 장기를 두고 있는, 느티나무의 인도판에 불과한 것이다.
▲ 사르나트 아쇼카 석주. 높은 석주위의 주두(柱頭)부분. 4마리의 사자 밑에 4개의 법륜이 있고 그 사이사이에 황소ㆍ말ㆍ사자ㆍ코끼리가 새겨져 있다. 사르나트 박물관 소장.
인용
'고전 > 불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달라이라마와 도올의 만남, 만나기까지 - 아쇼카와 마하보디 스투파 (0) | 2022.03.17 |
---|---|
달라이라마와 도올의 만남, 만나기까지 - 싯달타의 체취를 간직한 아쇼카 (0) | 2022.03.17 |
달라이라마와 도올의 만남, 만나기까지 - 스투파와 차이띠야 (0) | 2022.03.17 |
달라이라마와 도올의 만남, 만나기까지 - 아이콘과 비아이콘 (0) | 2022.03.17 |
달라이라마와 도올의 만남, 만나기까지 - 탑중심구조와 불상중심구조 (0) | 2022.03.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