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레판타의 석굴
“저는 인도에서의 첫날밤을 뭄바이의 하버 베이(Harbour Bay)에서 지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호텔 창문을 열어보니 아라비아해면으로 반사되는 찬란한 햇살 저편에 그 유명한 게이트웨이 어브 인디아(Gateway of India)가 보이더군요. 첫날 특별한 계획이 없었기 때문에 게이트웨이 뒷켠을 어슬렁거리다가 어느 섬 관광을 가는 배가 있다기에 별 생각 없이 올라탔습니다. 동북쪽으로 9km가량을 가니까 엘레판타라는 섬(Elephanta Island)에 도착하더군요. 저는 이곳 유적에 대한 아무런 사전정보가 없었습니다. 엘레판타는 학구적으로 소개된 책자가 거의 없이 방치된 유적이었으니까요.
열대의 날씨에 땀을 뻘뻘 흘리며 긴 계단을 올라가 섬의 중턱에 있는 석굴에 당도했을 때, 무방비상태로 갑자기 바라보게 된 석굴의 웅장한 모습에 저는 기절할 지경이었습니다. 이런 게 석굴이구나! 도무지 그 규모의 방대함과 돌조각의 섬세함, 그리고 인도인의 신화적 상상력의 스케일, 그리고 통돌을 깎아 들어간 석굴의 공간디자인적 감각의 탁월성에 저는 그만 아연해져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가슴 아프게도 그토록 위대한 예술품이 너무도 형편없이 방치되어 지금도 열심히 파손되어가고 있었습니다. 포르투갈사람들이 16세기 이곳을 점령하였을 때, 이 위대한 신상조각들을 사격의 조준으로 사용하기도 했다니 참으로 인간의 무지란 끔찍한 것이지요.
▲ 엘레판타 동편 성소 입구(윗사진), 20개의 석주가 있는 마하데바 사원 본당 내부(아랫사진), 조명조건과 필자의 사진장비가 부실해서 엘레판타에서는 좋은 사진을 얻을 수 없었다. 유감스럽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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