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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문공부와 한어대사전 - 1. 한문 홀릭 본문

건빵/일상의 삶

한문공부와 한어대사전 - 1. 한문 홀릭

건방진방랑자 2019. 12. 8.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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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까지 임용시험을 준비했다. 그 당시의 공부라는 건 거의 책을 보고 공부하고 잘 모르는 게 나올 땐 도서관에 가서 그와 관련된 자료가 있나 찾아보고, 인터넷으론 고전번역원에 들어가 보는 정도였다. 각 학교마다 특성이 있겠지만, 더욱이 전주대 한문교육과의 경우는 서당식의 공부법이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어 다양한 방법을 고안하여 공부하기보다 경서와 같은 책들을 진득하게 읽으며 문리가 나서 한문이 쉽게 이해되길 바라는 공부를 했다.

 

 

사범대 학생회가 아주 귀여운 게시판을 만들었다. 올라가면서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글쓰기가 한문공부에 도움이 된다고?

 

물론 여기엔 내 과거의 경험이 기인하는 측면도 있었다. 초등학생 때부터 집 바로 밑에 있는 서당을 다니며 사자소학부터 차근차근 공부해서 소학까지 6년 정도를 공부했으니, 나에게 한문이란 뭔지는 모르지만 진득하게 하다 보면, 언젠가는 알게 되는 그런 것이었다. 그렇게 공부를 했으니, 한문교육과에 와서도 그 방식 그대로 막고 품는 식으로 공부했고, 임용시험을 준비한다면서도 그런 방식을 고수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임용엔 1차도 합격하지 못한 채 5번의 시험은 모두 끝났다. 5수생의 비운을 끝으로 임용을 접었고 운 좋게도 단재학교에 취직하게 되며 전혀 새로운 삶의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이런 경우를 일러 인생 참 재밌다고 하는 것이다. 예측한 대로, 계획한 대로 되진 않았지만, 그런 변화무쌍한 현실 속에 수많은 인연들이 엮이고 수많은 사건들이 닥치며 어제의 나와는 다른 삶을 살 수 있게 되니 말이다.

학교에서의 생활은 모든 게 만족스러웠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좋았던 것은 그토록 쓰고 싶고 그토록 하고 싶었던 글쓰기를 맘껏 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는 사실이다. 그동안은 일기장에만 간간히 써오던 것이었는데 이때부터는 본격적으로 블로그에 글도 올리고, 여러 사회적인 관심이나 교육에 대한 관심을 한 편 한 편 정리하듯 써나가기 시작했다. 특히 박동섭 교수와의 만남과 배움, 그리고 그걸 풀어냈던 과정들은 공부와 글쓰기를 통한 정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깨닫게 했다. 그래도 그 당시엔 그게 얼마나 큰 의미인지 그렇게 깊이 깨닫지 못했지만, 다시 임용을 시작하기로 한 지금에 이르러 생각해보면 공개적인 글쓰기는 나에게 자료를 어떻게 정리하여 내 것으로 만들 것인지, 그리고 그걸 어떻게 엮어갈 것인지에 대한 총체적인 감각을 키워준 시기였던 게 확실하다.

 

 

2016년 4월 18일 에듀니티에서 동섭쌤의 특강을 들었다. 이런 공부의 기회와 그걸 정리할 수 있는 기회는 행복한 순간이었다.    

 

 

 

공부에도 관성이 작용한다

 

왜 이렇게 처음부터 너저분하게 과거의 얘기를 하냐면, 이번에 임용공부를 다시 시작하게 되면서 공부 방법이 완전히 바뀌었기 때문이다. 그저 막연히 문리가 나길 바라며 무작정 읽어대던 공부 방법에서 탈피해, 하나하나 정리하며 의미를 찾고 무작정 막고 품는 게 아닌 이해되지 않은 것은 다양한 것들을 활용해가며 의미를 이해해가는 공부방법으로 말이다.

물론 이렇게 오기까지 우여곡절이 있었다. 3월 중순에 임고반에 들어왔을 때만 해도 엄청 헤맸다. 그도 그럴 듯이 6년 동안 공부를 놓고 있었으니, 다시 공부한다는 게 뭔지 감도 제대로 오지 않았고 몸도 적응되지 않았다. 그런 상태에서 무작정 책상에 앉아 있다고 공부가 되는 건 아니었다. 예전부터 공부는 단순히 인내라고만 생각했기에 당연히 책상에서 무얼 하는지도 모른 채 앉아 시간만 보냈다. 그런데 그럴수록 공부라는 게, 한문이라는 게 버겁게만 느껴지더라. 그러니 얼마 책은 보지 못하고,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릴 수밖에 없었다.

 

 

4월 8일에 찍은 내 자리 사진.  이토록 헤맬 줄 몰랐는데 한 달 동안 둥 뜬채 방황을 했다.   

 

 

 

좌충우돌이 바꾼 한문공부의 풍경

 

결정적인 변화의 계기는 그냥 예전처럼 주구장창 읽어댈 게 아니라, 공부한 내용을 블로그에 정리해서 올려보자라는 생각이 들면서부터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이 미칠 수 있었던 데엔 단재학교에서 다양한 글을 썼던 경험이 한몫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때부터 어떤 식으로 자료화할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이걸 엮어낼 것인가를 고민하게 됐다.

그런 우여곡절을 통해 지금은 사서중국역사를 꾸준히 올리고 있고, 그때그때 스터디에서 했던 내용을 갈무리하여 올리고 있다. ‘초반에만 해도 완벽하게 정리해서 올려야 해라는 부담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아무래도 공개적으로 올리는 것이니, 남의 이목을 신경 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부담도 버리려고 한다. 그저 지금의 내 실력은 이만큼이니, 오역이 있어도, 뭣 모르고 얼버무린 것이어도 괜찮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게 공부한 것들은 의미가 통하는 것끼리 링크를 걸어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보완하고 있다.

이렇게 정리하고 나니 확실히 무작정 읽어대며 문리 운운하던 때에 비하면 속도야 좀 느리긴 해도 한문 공부하는 재미도 있고, 내 스스로 이것저것 찾아가며 엮어가는 재미도 있다. 이렇게 공부방법을 완전히 바꿀 수 있도록 힘을 준 것은 처음에 밝혔다시피 단재학교에서의 글쓰기 경험이다. 아마 이런 이유 때문에 세상의 모든 공부와 연구는 통한다고 하는 거겠지. 스티브 잡스는 대학교를 중퇴하고 밑도 끝도 없는 서체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의 전공과는 매우 무관하기에, 누군가는 씨잘데기 없이 시간만 축 낸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런 씨잘데기 없는 시간을 보낸 덕에 우린 지금 컴퓨터에서 다양한 글자체를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한 달의 방황 끝에 그래도 공부의 방향도 잡을 수 있었고, 공부하는 것에 적응할 수도 있었다.   

 

 

 

스마트폰을 통해 한문과 더 편하게 데이트할 수 있게 되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했지만 2010년에 한문공부를 그만둘 때에 비하면 지금은 너무도 많은 것들이 바뀌어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당연히 한문공부를 하는데 엄청난 변화를 주었다.

다시 공부를 하며 놀랐던 점은 정보 수집이 엄청 용이해졌다는 사실이다. 늘 손에 들려 있던 스마트폰이 그런 변화를 주도했다. 언제든 모르는 게 있으면 자료를 금방 금방 찾아볼 수 있다. 열심히 뒤적이던 字典도 이젠 더 이상 뒤적일 필요가 없을 정도로 인터넷 사전의 발전도 눈부셨다. 그러니 맘만 먹으면 한문공부는 기초부터 착실히 닦아가며 이해의 폭을 넓혀가며 할 수 있게 바뀐 것이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문장을 볼 때에도 변화가 생겼다. 예전엔 그냥 하나의 글을 보면 무작정 그것만을 파고들었지, 그와 관련된 다른 글을 볼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렇게 옆 가지로 뻗어나가는 것은 시간낭비라는 생각이 들었고, 지금 봐야 하는 글만이라도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어떤 글이든 갑툭튀한 것은 없다. 어디서든 영향을 받았고, 이미 있던 사실을 근거로 하여 쓰여 진다. 그러니 그 글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그런 배경지식은 확인하고 가는 게 중요하다.

이와 같이 생각의 변화를 촉발시킨 문장이 바로 소화시평의 이제현과 이숭인의 빨래터 아낙의 무덤을 지나며 쓴 시였다다. 이 시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한신의 이야기를 알아야 하고, 한신을 제대로 알려면 유방과 항우가 치열하게 맞붙었던 초한지의 배경지식이 있어야 한다. 그러니 당연히 빨래터 아낙을 느꺼워하며 지은 시 → 『十八史略을 통해 한신의 이야기 알아보기 유방과 한신이 어떻게 맞붙었으며, 그의 책사들은 어떻게 활동했는지 알아보기 이 시에 나온 爪牙之臣을 알기 위해 范增論보기로 쉼 없이 역사여행을 떠나게 되었던 것이다. 이렇게 손쉽게 할 수 있는 이유는 하나다. 손 안에 들려 있는 스마트폰에서 언제든 그런 자료들을 찾아볼 수 있고, 언제든 취합이 가능해졌다는 사실 말이다. 그래서 그 당시엔 호기롭게도 아침에 일어나 임고반에 가면서 오늘은 한유와 유방과 찐하게 데이뚜하러 가야지~”라고 외치기도 했을 정도였다.

 

 

스마트폰은 공부의 방법을 아예 바꿔놨다. 정보도 쉽게 찾을 수 있고, 문서작업까지도 할 수 있으니 신세계가 따로 없다.  

 

 

인용

목차

지도

임용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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