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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스터디와 생맥파티 - 3. 한문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뜨거운 밤 본문

건빵/일상의 삶

스터디와 생맥파티 - 3. 한문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뜨거운 밤

건방진방랑자 2019. 12. 8.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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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한문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뜨거운 밤

 

한문에 대한 교수님의 생각을 많은 부분에서 참고할 수 있었다. 첫째 한문은 진입장벽이 무척이나 높다는 얘기다. 이 말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문자는 모두 암기해야 할 것 투성이고 그것을 다 외운다고 문장을 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경서를 봤다고 모든 문장이 술술 해석되는 것도 아니다. 각 문장마다 다시 새로운 해석 방법이 필요하고 여러 문체까지 겹치고 나면 난공불락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오늘의 안주 술맛이 더욱 조옷타 

 

 

 

한문의 현재, 그리고 미래

 

하지만 그럼에도 교수님은 한문을 공부하면 분명히 어딘 가엔 쓸 수 있다는 확신이 느껴졌다. 자신이 요즘 꽂혀 있는 건 인성학당이라는 것도 표명했다. 세월호 여파이든 교과교육의 폐단 때문이든 언제나 만능키처럼 인성교육이란 말이 튀어나오곤 했다. 그건 치열한 경쟁 사회에 인간성까지 부여하는 움직내지, 교육 만능주의에 다름 아니지만, 한문은 더욱 더 그걸 자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예 학교 어딘가에 좌식으로 앉아 예절수업이든, 인성에 대한 여러 텍스트든 만들어서 교육할 수 있는 학당을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그리고 한문의 미래는 아마도 그런 식의 단순히 학문 연구가 아닌 사람들에게 더 와 닿는 인성교육이 되어야 하지 않나 하는 게 저변에 깔려 있었다.

그리고 왜 한시를 전공으로 했는지 묻자, 그 당시엔 한문하면 한시라는 생각이 있었다고 한다. 아무래도 문화의 정수는 시에 있긴 하다. 그러니 한문을 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한시를 짓는 것으로 그 실력을 평가받기도 했으니 말이다. 그 덕에 한시 전문 교수가 됐지만, 시대를 반영하듯 한시란 카테고리로 교수를 뽑은 것은 10년 만에 처음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은 박완식 교수님 후임으로 들어온 것이며, 김하라 교수님은 8월에 은퇴하는 류재윤 교수님의 후임이라는 걸 얘기해줬다. 그리고 우리 학교 분위기엔 전주대 출신만 밀어주지 않고 교수진을 점차 넓혀서 받으려는 풍조가 있다는 걸 알려준다. 아무래도 지방대고 사립대학이다 보니 조선대처럼 널리 이름난 대학이 아니면 인재풀을 대폭 넓히는 게 의미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으니 말이다. 특히 서울대란 배경은 어쨌든 든든한 동아줄이 될 수밖에 없음을 알 수 있다.

 

 

 

2학년임에도 한문의 열기에 불타는 아이들

 

같이 참여한 2학년 아이들도 각자의 색깔이 뚜렷했다. 그 중 재밌었던 사실은 2명은 대학원을 목표로 공부하고 있고, 한 명만 임용을 보려 한다는 사실이다. 예전과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 게 느껴진다. 그땐 으레 임용은 한 번은 꼭 봐야 하는 것이란 인식이 있었다면, 이젠 그러지 않으니 말이다.

07년도에 광주에서 봤을 때 옛 여자친군와 같은 반에서 시험을 봤던 게 떠오른다. 그 아인 영어로 복수전공도 했지만, 한문으로 임용까지 준비했었나 보다. 그러니 그때 같은 반에서 시험을 봤고 교육학 문제를 잘못 풀었는지 시간에 거의 쫓기며 풀다가 마지막에서야 답안지를 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그 중 임용을 보겠다고 하는 성재(키도 크고 아주 잘 생긴 친구)MT 때 술기운이든 뭐든 교수님에게 바짝 와서 무릎을 꿇더니(영화에 주로 등장하는 장면이지 않은가^^), “교수님 한시를 더 공부하고 싶습니다라고 말했고, 그 말을 계기로 이번엔 사제동행 프로그램이 아닌 순수한 스터디 형식의 한시 스터디가 구성되었다고 말해줬다. 어찌 되었든 당돌한 성재가 돌멩이를 던져줬기 때문에 이런 자리가 만들어졌고 나도 알음알음 어울리게 된 것이다.

그래서 이 스터디의 미래가 궁금하기도 했는데, 지금 당장의 교수님의 계획을 들어볼 수 있었다. 그건 소화시평이 끝나도 이 스터디는 계속 진행하고 싶다는 소회다. 자신이 첫 부임하여 만든 스터디이니 거기에 대한 자부심이 넘쳐 보였고, 그건 나에겐 분명히 좋은 기회이긴 했다.

 

 

 이런 자리의 안주는 부실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좋은 자리다.  

 

 

 

한문은 폐쇄가 아닌 개방, 그렇게 연계되어야 한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서긴 하지만, 자신이 가르쳐본 서울대생이나 전주대생이나 그다지 차이가 없다고 얘기해줬다. 물론 이건 지금 전주대에 있기에 다분히 전주대생의 측면에서 배려로 말해준 거란 걸 안다. 하지만 그럼에도 실력 차이가 나는 부분은 문장에 접근하고 배워나가는 방식에 있다고 말해줬다. 우린 하나의 문장을 볼 때 그냥 해석되느냐 정도로만 끝내버리지만, 그 친구들은 부분을 인용한 경우 전문을 찾아 공부하고 거기서 또 모르는 게 나오면 관련된 걸 찾아들어가는 등 과제집착력, 몰입도가 상당히 좋다는 것이다.

거기다 하나 더 더하자면, 공부의 방식에 대한 것이다. 한시를 배우고 나서 자신만의 이해방식에 따라 글을 써보는 게 좋다는 말이 확 들어왔다. 직접 써봐야만 자신이 어느 부분을 이해했고 하지 못했는지 분명해지며, 그럴 때 문장을 보는 실력도 갖춰지니 말이다.

이런 말을 들으니 더욱 지금 블로그에 공부하는 것도 올리고, 한시에 대한 감상평을 적는 이 방식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공부하다보니 당연히 자꾸 관련 있는 것들을 찾아 함께 공부하게 된다. 자연스럽게 종적으로 체계를 갖춰야 하는 공부만이 아닌, 횡적으로 가지를 쳐가며 이어지고 묶어지며 공부를 해나가게 되는 것이다. 지금은 컴퓨터를 적극 활용하고 블로그를 적극 활용하여 알게 된 내용들을 묶어내고 그걸 의미 있게 재구성하고 다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려고 하고 있다.

 

 

 

한문이 좋았어라

 

마지막으로 주자에 대한 의식을 읽을 수 있었다. 실학에 의해 매도당하며 주자는 만고의 죄인이 되었지만, 교수님이 생각할 때 실학자들은 주자를 비판했을지라도 주자라는 大洋에 몸을 담그고 있었던 게 분명하다는 것이다. 즉 한문을 하면서 주자는 당연히 배워야만 하고 알아야만 한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실학의 논조도 근대화론으로 인해 급조되어 만들어진 것일 뿐이라는 얘기도 들을 수 있었다.

실학의 왜곡, 즉 근대화의 논리로 묶여 실학 이전의 학문이 매도당하고 그 당시의 글들은 고리타분하다고 보는 인상을 갖게 된 것에 대한 분개함이 느껴졌다. 이런 이야기는 도올 선생님에게도 이미 들었던 적이 있기에 충분히 공감하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학문의 방향을 제대로 잡고 있고 그런 고민들이 잘 버무려져 있는 것 같아 보기 좋았다.

모처럼 참여한 교수님과의 술자리는 나에게도 한문이란 것에 대해 불을 지폈다. 한문은 지금 생각해봐도 충분히 공부할 만한 가치가 있고, 앞으로도 꾸준히 해나가며 갈고 닦아야 할 거라 생각한다. 여기에 나의 미래도 달려 있지만, 굳이 그런 걸 빼더라도 알고 싶고 하고 싶은 학문 중 하나이니 말이다. 더욱이 그 자리처럼 한문을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있고 보니 나의 한문에 대한 애정도 더 뜨겁게 달아올랐다. 한문 미치도록 하고 싶고 재미있다.

 

 

 우리들의 흔적.

 

 

인용

목차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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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년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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