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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한글역주 - 탈고 본문

고전/논어

논어한글역주 - 탈고

건방진방랑자 2022. 12. 15.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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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탈고(脫苦)

 

 

수년간의 치열한 준비과정이 있었지만 8천매를 넘는 원고지를 긁어댄 것은 불과 5개월 동안이었다(5편까지는 도올논어라는 기초원고가 마련되어 있었다). 새벽 6시부터 밤 10시까지 꼬박 책상머리에 앉아 만권(萬卷)의 서향(書香) 속에서 씨름하며 푸른 하늘도 쳐다보지 못했다. 어두운 독방에 갇힌 죄수의 삶처럼. 다시 반복될 수 없는, 이토록 처절한 스케쥴은 나의 삶의 업보라 해야할 것이다.

 

나는 본시 자비(自卑)를 싫어하고 불필요한 겸사(謙辭)를 발하지 않는다. 그러나 진심으로 나의 학문의 부족함을 절감했다. 독자들에게 미안한 마음만이 앞선다. 보다 풍요로운 지식으로 내가 이 작업에 임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자랑할 것이라곤 아무 것도 없다. 나의 곤지(困知)의 역정이라고만 생각해주었으면 좋겠다. 그나마 이만큼이라도 출전을 밝혀가면서 독자들에게 논어의 진면을 보여줄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선학(先學)들의 노고(勞苦)에 힘입은 것이다.

 

하루에 평균 780매는 계속 쓴 것 같다. 정말 나의 정신세계는 질풍노도와 같이 전속력으로 달렸다. 그 질주의 회오리 속에 항상 공자는 조용히 나의 곁에 있었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공부하고 싶다. 정말 공부하고 싶다. 이 세상에 태어나서 겨우 공부한다는 게 무엇인지 안 것 같다. 건강이 주어지는 대로 나머지 생애를 온전히 학문에 바치고 싶다. 우리시대의 시경(詩經) 한 수라 할 수 있는 고 김광석군의 이등병의 편지라는 노래가 생각난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젊은 날의 꿈이여.’ 정말 다시 시작하고 싶다.

 

우리나라에는 중국고전의 우리말 번역전통이 거의 전무하다. 번역(translation)은 없고 전자(轉字, transliteration)만 있는 것이다. 나의 원칙은 단 하나! 오늘 21세기의 한국 젊은이들이 읽어서 이해할 수 있는 경전을 만드는 것이다. 나는 사장된 옛 고전을 번역하려고 한 것이 아니라 21세기의 새로운 바이블을 발견하려고 노력했다. 공자를 한국인들이 그들의 일상적 삶 속에서 언어의 장벽이 없이 느낄 수 있도록 만드려고 노력했다. 어차피 논어는 한문 텍스트로서 엄존하는 것이다.

 

갑자기 울컥한 심정이 들면서 시 한 수가 떠오른다. 여기 옮겨놓는 것으로 췌언을 대신한다.

 

一生盡力歎菲才 한 평생 있는 힘 다했으나
비재를 탄할 뿐이로다
血汗茶山靡空回 다산에 흘린 혈
공으로 돌아가지 않기를
群經萬丈只一滴 책상 앞에 쌓인 군경 만길
이 공력은 단지 땀 한 방울
洙泗悲老叩脛來 수사 냇가 슬픈 노인
내 정강이 두드리시는구려

 

 

이천팔년 시월 삼십일

밤 열시 삼십칠분

무정재(毋井齋)에서

 

 

 

 

인용

목차

공자 철학 / 제자들

맹자한글역주

효경한글역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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