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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따라 한강까지 자전거 여행기 - 3. 시작부터 삐걱거리다 본문

연재/여행 속에 답이 있다

낙동강따라 한강까지 자전거 여행기 - 3. 시작부터 삐걱거리다

건방진방랑자 2019. 10. 21.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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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시작부터 삐걱거리다

 

 

 

10월 4일(일) 현풍터미널 → 대구 달성군 하빈면 / 36.05KM

 

 

단재학교에서 동서울터미널까지 자전거로 17분이면 주파할 수 있는 거리다. 버스 출발 시간은 9시이기 때문에 지금 간다 해도 늦진 않는다. 하지만 제 시간(동서울터미널에 820분까지 모이기로 함)에 와서 기다리는 민석이와 준영이에게 미안했기에 최대한 빨리 달렸다.

재욱이와 현세는 동서울터미널로 가는 길을 모른다고 하기에 내가 앞장서서 달렸다. 중간 중간 뒤를 돌아보니 재욱이는 잘 따라오지만, 현세는 벌써부터 뒤처지고 있더라. 그나마 지금은 장거리를 달리는 게 아니니 그나마 다행이었다. 잠실철교를 건너 강변역에 도착하여 뒤를 돌아보니, 재욱이만 보이고 현세는 보이지 않는다. 이때까지만 해도 우리가 앞에서 달리는 것을 보면서 달렸을 테니, 설마 다른 길로 빠지겠어?’라고 생각하며 가만히 기다렸다.

 

 

늦었기에 부리나케 페달을 밟아서 잠실철교를 건넜다. 이 날은 그래도 여행하기 정말 좋은 날씨다. 

 

 

 

현세가 감쪽같이 사라지다

 

그런데 몇 분이 지나도록 현세는 코빼기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쯤 되니 설마가 사람 잡는다의 상황임을 알 수 있었다.

잠실철교에서 자전거는 두 갈래 길로 나누어진다. 직진하면 강변역으로 진입하게 되고, 왼쪽으로 꺾으면 한강자전거길로 진입하게 된다. 현세는 한강자전거길로 간 것이 분명했기에 최대한 페달을 밟아 잠실철교에 다시 올라가봤지만, 어디에도 보이지 않더라. 이미 한강자전거길로 내려가 한참이나 달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전화를 해봤지만, 신호만 갈 뿐 받지 않더라. 아마도 현세는 많이 뒤처졌다고만 생각하여 우리를 따라잡기 위해 열나게 페달을 밟고 있을 터였다.

상황이 급박하기에 최대한 빨리 대책을 마련해야 했다. 버스 시간이 가까워져 오고 있었기에 내가 현세를 따라가서 데려올 순 없었다. 그래서 민석이에게 전화를 하여 현세 좀 데려오라고 부탁을 하고, 난 터미널에 들어가 버스표를 끊었다. 표를 끊고 나왔는데 민석이는 전화만 해봤을 뿐, 쫓아갈 생각은 없었나 보더라. 갑작스런 상황이 발생하면 학생들은 어떻게든 되겠지?’라고 생각하고, 교사만 발을 동동굴러야 하는 상황이 많다. 어쩌겠는가? 애초에 설마라고 생각하며 현세를 잘 데려오지 못한 나를 탓할 수밖에.

아직 22분가량 시간이 남았기에 포기하지 않고 다시 잠실철교에 올라가 무작정 전화를 했다. 역시나 아무리 전화를 해도 받질 않더라. 현세 입장에선 이런 씹던 껌, 팔보채, 십장생 같으니라고. 뒤처진 사람을 배려해야지. 지들끼리만 막 달리고 지X이야. 얼마나 빨리 달리면, 아무리 페달을 밟아도 뒷모습조차 보이지 않냐고?’라 원망하며 미친 듯이 페달을 밟지 않았을까.

 

 

갈림길에서 우린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현세는 그 때 늘 가던 한강자전거길로 접어 들었다.

 

 

 

앞만 보고 달리는 경주마가 제일 무섭다

 

흔히 앞만 보고 달리는 경주마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맹목적인 질주의 위험성 내지는 한계를 지적한 말이다. 거기엔 왜 달려야 해?’라든지, ‘이 방향이 맞는 거야?’라든지 하는 물음은 빠져 있다. 열심히 하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지만, 이유와 방향성을 묻지 않았기에 그게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게 문제라는 것이다.

극단적인 예를 들어 보자. 일제시대에 교사에게 위안부에 갈 수 있도록 학생들을 유도하라라는 지시사항이 내려왔다. 그때 이유와 방향성을 묻지 않는 교사라면 열심히 지시된 사항 그대로 학생들에게 좋은 일자리가 있다며 유도할 것이고, 많은 학생들을 위안부에 보냈다고 자신의 업적인 양 떠벌릴 것이다. 자신은 자신의 일을 충실히, 그것도 최선을 다해 한 것이기에 그것에 대해 뭐라고 할 순 없다. 하지만 그게 결과적으로 그 학생에겐 가혹한 노동의 현장에서 착취당하게 했거나, 성노예가 되게 했다면, 그에 대한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고 할 수 있다.

현세의 행동이 이와 같은 엄청난 결과를 가져오는 행동은 물론 아니지만, 어떤 행동의 맹목성이 위험한 요소일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기에 위의 예를 든 것이다. 현세가 어느 시점에서 이거 뭔가 이상한데라는 것을 느낄 수 있어야만 그런 행동의 맹목성에서 빠져 나올 수 있다. 그럴 때 현세는 자신의 스마트폰을 꺼내 나에게 전화하든,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 방법을 찾든 할 것이다. 서서히 시간은 844분을 지나가고 있었다.

 

 

[설국열차]의 교사야말로 앞만 보고 달리는 경주마의 위험성을 보여준다. 열심히 가르친다. 그게 옳다고 생각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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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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