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가 생각나는 정자라 이름 지은 이유
사정기(思亭記)
진사도(陳師道)
迂齋曰: “節奏相生, 血脈相續, 無窮之意, 見於言外.”
○ 此篇, 可爲不肖子孫之戒, 有補世敎之文也
어버이가 절로 생각나는 정자
甄故徐富家, 至甄君, 始以明經敎授, 鄕稱善人而家益貧, 更數十歲, 不克葬, 乞貸邑里, 葬其父母兄弟凡幾喪, 邑人憐之, 多助之者. 旣葬益樹以木, 作室其旁而問名於余,
余以謂: “目之所視而思從之. 視干戈則思鬪, 視刀鋸則思懼, 視廟社則思敬, 視第家則思安, 夫人存好惡喜懼之心, 物至而思, 固其理也. 今夫升高而望松梓, 下丘壟而行墟墓之間, 荊棘莽然, 狐兎之迹交道, 其有不思其親者乎. 請名之曰: ‘思亭.’
정자를 지어 어버이를 잊지 않도록 하다
親者人之所不忘也, 而君子愼之. 故爲墓於郊而封溝之, 爲廟於家而嘗禘之, 爲衰爲忌而悲哀之, 所以存其思也, 其可忘乎.
雖然自親而下, 至于服盡, 服盡則情盡, 情盡則忘之矣. 夫自吾之親而至于忘之者, 遠故也, 此亭之所以作也. 凡君之子孫登斯亭者, 其有忘乎. 因其親, 以廣其思, 其有不興乎.”
불초한 자식들이 무덤을 파헤치는 일이 없도록
君曰: “博哉, 子之言也! 吾其庶乎.”
曰: “未也. 賢不肖異思, 後豈不有望其木, 思以爲材, 視其榛棘, 思以爲薪, 登其丘墓, 思發其所藏者乎.” 於是遽然流涕以泣.
曰: “未也. 吾爲君記之, 使君之子孫誦斯文者, 視其美以爲勸, 視其惡以爲戒, 其可免乎.”
君攬涕而謝曰: “免矣.” 遂爲之記.
해석
迂齋曰: “節奏相生, 血脈相續,
우재가 말했다. “리듬이 서로 살아나 문맥이 서로 이어지니
無窮之意, 見於言外.”
무궁한 뜻을 말 바깥에서 볼 수 있다.”
○ 此篇, 可爲不肖子孫之戒,
이 글은 못난 자손을 경계할 만하여
有補世敎之文也
세교에 보탬이 되는 문장이다.
어버이가 절로 생각나는 정자
甄故徐富家, 至甄君,
진씨는 옛날의 서주(徐州)의 부잣집으로 진군에 이르러
始以明經敎授, 鄕稱善人而家益貧,
비로서 경학에 밝아 교수가 되었고 지방에선 선한 사람이라 칭송되었지만 집이 더욱 가난해져
更數十歲, 不克葬,
다시 몇 십 년동안 장사지낼 수 없었는데
乞貸邑里, 葬其父母兄弟凡幾喪,
마을에서 빌려 부모와 형제 초상 치르길 몇 번에 장례하니
邑人憐之, 多助之者.
읍의 사람들이 그를 가련히 여겨 그를 도와주는 사람이 많았다.
旣葬益樹以木, 作室其旁而問名於余,
이윽고 장례지내고선 더욱 나무를 심었고 그 곁에 집을 짓고 나에게 이름을 물었으니
余以謂: “目之所視而思從之.
나는 말했다. “눈으로 보는 것으로 생각이 그것을 따르네.
視干戈則思鬪, 視刀鋸則思懼,
방패와 창을 보면 싸움을 생각하게 되고 칼과 톱을 보면 두려움을 생각하게 되며
視廟社則思敬, 視第家則思安,
종묘와 사직을 보면 경건함을 생각하게 되고 집을 보면 편안함을 생각하게 되지.
夫人存好惡喜懼之心,
대체로 사람은 좋아함과 싫어함과 기쁨과 두려움의 마음이 있어
物至而思, 固其理也.
사물이 이르면 생각하게 됨이 진실된 이치라네.
今夫升高而望松梓,
이제 높이 올라 소나무와 가래나무를 바라보고
下丘壟而行墟墓之間,
언덕에 내려와 터와 묘지 사이를 다닐 적에
荊棘莽然, 狐兎之迹交道,
가시나무가 무성한데 여우와 토끼의 자취가 길에 교차하면
其有不思其親者乎.
어버이를 생각하지 않을 사람이 있겠는가.
請名之曰: ‘思亭.’
그 이름을 ‘어버이를 생각하는 정자인 사정(思亭)이라 하시게’라고 청하였다.
정자를 지어 어버이를 잊지 않도록 하다
親者人之所不忘也, 而君子愼之.
어버이란 사람이 잊지 못하는 것이기에 군자는 그걸 삼간다.
故爲墓於郊而封溝之,
그러므로 들판에 묘지를 만들어 봉분하고 도랑을 내며
爲廟於家而嘗禘之,
집에 사당을 만들어 일찍이 가을 제사와 봄 제사【상체(嘗禘): 봄 제례를 ‘祠’, 여름 제례를 ‘禴’, 가을 제례를 ‘嘗’, 겨울 제례를 ‘烝’이라 함. 여기선 봄제사와 가을제사를 대표적으로 얘기한 것임.】를 드리며
爲衰爲忌而悲哀之,
최마(衰麻)복을 만들어 기제(忌祭)사를 지내 슬퍼하고 애통해 함은
所以存其思也, 其可忘乎.
생각을 보존하기 위해서이니 잊을 수 있겠는가?
雖然自親而下, 至于服盡,
비록 그러나 어버이로부터 이하로는 상복이 다함에 이르러
服盡則情盡, 情盡則忘之矣.
상복이 다하면 정이 다하고 정이 다하면 어버이를 잊게 된다.
夫自吾之親而至于忘之者,
대체로 나의 어버이로부터 잊음에 이르는 것은
遠故也, 此亭之所以作也.
시대가 멀기 때문이니 이 정자가 만들어진 까닭이다.
凡君之子孫登斯亭者, 其有忘乎.
대저 그대의 자손이 이 정자에 오른다면 잊을 쏘냐?
因其親, 以廣其思, 其有不興乎.”
어버이로 인해 생각을 넓힌다면 중흥되지 않을쏘냐?”
불초한 자식들이 무덤을 파헤치는 일이 없도록
君曰: “博哉, 子之言也! 吾其庶乎.”
진군이 “넓구나 그대의 말이여! 나는 그걸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曰: “未也.
내가 말했다. “그게 아니네.
賢不肖異思,
어진 자손과 불초한 자손은 생각이 다르네.
後豈不有望其木, 思以爲材,
훗날 어찌 그 나무를 바라보고 재목으로 삼을 걸 생각하고
視其榛棘, 思以爲薪,
개암나무와 가시나무를 보고 땔감 삼기를 생각하고
登其丘墓, 思發其所藏者乎.”
언덕과 묘지에 올라 부장(附葬)한 것을 꺼낼 것을 생각할 사람이 없겠는가.”
於是遽然流涕以泣.
이에 진군은 갑자기 눈물을 흘리며 울었다.
曰: “未也.
내가 말했다. “아니라네.
吾爲君記之,
내가 그댈 위해 기록하여
使君之子孫誦斯文者,
그대의 사존 중 이 글을 외우는 사람에게
視其美以爲勸, 視其惡以爲戒,
아름다운 행실을 보고 권면하겠고 나쁜 행실을 보고 경계하리니,
其可免乎.”
나쁜 행실은 피할 만할 걸세.”
君攬涕而謝曰: “免矣.”
진군이 눈물을 닦으며 “피할 걸세.”라고 사례했다.
遂爲之記.
마침내 그를 위해 기록해둔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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