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득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도자설(盜子說)
강희맹(姜希孟)
젊은 혈기만 믿고 까부는 도둑의 자식
民有業盜者, 敎其子盡其術, 盜子亦負其才, 自以爲勝父遠甚.
每行盜, 盜子必先入而後出, 舍輕而取重, 耳能聽遠, 目能察暗, 爲羣盜譽.
誇於父曰: “吾無爽於老子之術, 而強壯過之, 以此而往, 何憂不濟.”
盜曰: “未也. 智窮於學成而裕於自得, 汝猶未也.”
盜子曰: “盜之道, 以得財爲功, 吾於老子, 功常倍之. 且吾年尙少, 得及老子之年, 當有別樣手段矣.”
盜曰: “未也. 行吾術, 重城可入, 祕藏可探也. 然一有蹉跌, 禍敗隨之. 若夫無形跡之可尋, 應變機而不括, 則非有所自得者, 不能也, 汝猶未也.”
盜子猶未之念聞.
까부는 자식을 가르치는 방법
盜後夜與其子, 至一富家, 令子入寶藏中. 盜子耽取寶物, 盜闔戶下鑰, 攪使主聞. 主家逐盜返, 視鎖鑰猶故也, 主還內, 盜子在藏,. 無計得出. 以爪搔爬, 作老鼠噬嚙之聲.
主云: “鼠在藏中損物, 不可不去.” 張燈解鑰將視之, 盜子脫走, 主家共逐, 盜子窘, 度不能免, 繞池而走, 投石於水. 逐者云: “盜入水中矣,” 遮躝尋捕, 盜子由是得脫歸.
위기 속에서 진정을 배우다
怨其父曰: “禽獸猶知庇子息, 何所負, 相軋乃爾?”
盜曰: “而後乃今汝當獨步天下矣. 凡人之技, 學於人者, 其分有限; 得於心者, 其應無窮, 而况困窮咈鬱, 能堅人之志而熟人之仁者乎. 吾所以窘汝者, 乃所以安汝也; 吾所以陷汝者, 乃所以拯汝也, 不有入藏迫逐之患, 汝安能出鼠嚙投石之奇乎. 汝因困而成智. 臨變而出奇, 心源一開, 不復更迷, 汝當獨步天下矣, 後果爲天下難當賊.”
자득하기 위한 공부의 방법
夫盜賊, 惡之術也, 猶必自得, 然後乃能無敵於天下, 而况士君子之於道德功名者乎. 簪纓世祿之裔, 不知仁義之美, 學問之益, 身已顯榮, 妄謂能抗前烈而軼舊業, 此正盜子誇父之時也.
若能辭尊居卑, 謝豪縱, 愛淡泊, 折節志學, 潛心性理, 不爲習俗所搖奪, 則可以齊於人, 可以取功名, 用舍行藏, 無適不然, 此正盜子因困成智, 終能獨步天下者也.
汝亦近乎是也, 毋憚在藏迫逐之患, 思有以自得於心可也. 毋忽! 『私淑齋集』 卷之九
해석
젊은 혈기만 믿고 까부는 도둑의 자식
民有業盜者, 敎其子盡其術,
백성 중에 도적질을 일로 하는 사람이 있어 자식을 가르침에 기술을 다 전수하니,
盜子亦負其才, 自以爲勝父遠甚.
도둑의 아들은 또한 재주를 자부하고 스스로 아버지보다 훨씬 뛰어나다고 여겼다.
每行盜, 盜子必先入而後出,
매번 도적질을 할 때 도둑의 아들은 반드시 먼저 들어가 뒤에 나오고
舍輕而取重, 耳能聽遠,
가벼운 걸 버리고 무거운 걸 가져갔으며 귀로는 멀리 들을 수 있었고
目能察暗, 爲羣盜譽.
눈으론 어둠을 살필 수 있어 도적떼에게 칭찬을 받았다.
誇於父曰: “吾無爽於老子之術,
아버지에게 자랑질했다. “저는 아버지의 기술에 어긋나지 않고
而強壯過之, 以此而往,
튼튼함은 아버지를 넘어서니 이렇게만 한다면
何憂不濟.”
어찌 낫지 못할까 근심하겠습니까.”
盜曰: “未也.
아버지께서 말씀하셨다. “아니다.
智窮於學成而裕於自得, 汝猶未也.”
지혜는 배움이 이루어진 데서 다하고 자득한 데서 여유로운데 너는 아직 아니야.”
盜子曰: “盜之道, 以得財爲功,
도둑의 아들이 말했다. “도둑질의 방법은 재물을 얻는 것을 공으로 여기는데
吾於老子, 功常倍之.
저는 아버지에 비해 공은 항상 두 배입니다.
且吾年尙少, 得及老子之年,
또한 제 나이는 아직 어려 아버지의 나이에 이르면
當有別樣手段矣.”
마땅히 특별한 손재주가 있을 것입니다.”
盜曰: “未也.
아버지께서 말씀하셨다. “아니다.
行吾術, 重城可入,
나의 재주를 실행하면 겹겹이 막힌 성에도 들어갈 수 있고
祕藏可探也.
감춰진 장물도 찾을 수 있단다.
然一有蹉跌, 禍敗隨之.
그러나 한 번이라도 차질이 생긴다면 재앙과 어그러짐이 따른단다.
若夫無形跡之可尋, 應變機而不括,
찾을 만한 형태나 자취가 없고 변하는 기미에 응해 잡히지 않는 것과 같은 것은
則非有所自得者, 不能也, 汝猶未也.”
자득한 사람이 아니면 할 수가 없는데 너는 아직 아니란다.”
盜子猶未之念聞.
도둑의 아들은 아직도 염두하며 듣지 않았다.
까부는 자식을 가르치는 방법
盜後夜與其子, 至一富家,
도둑은 다음 날 밤에 자식과 한 부잣집에 이르러
令子入寶藏中.
아들에게 보석이 감춰진 곳에 들어가게 했다.
盜子耽取寶物, 盜闔戶下鑰,
도둑의 아들은 보물을 탐욕스럽게 취하자 아버지는 문을 닫고서 자물쇠를 잠궜고
攪使主聞.
요란스럽게 하여 주인에게 알려지도록 했다.
主家逐盜返, 視鎖鑰猶故也,
주인집에서 도둑을 쫓고 돌아와 자물쇠를 보니 예전과 같아
主還內, 盜子在藏中.
주인은 방안으로 돌아갔고 도둑의 아들은 창고 속에 있었지만
無計得出.
나갈 수 있는 계책은 없었다.
以爪搔爬, 作老鼠噬嚙之聲.
손톱으로 긁으며 늙은 쥐가 깨무는 소리를 냈다.
主云: “鼠在藏中損物, 不可不去.”
주인이 “쥐가 창고에 있어 물건을 훼손시키니 제거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말했다.
張燈解鑰將視之, 盜子脫走,
등을 펼치고 자물쇠를 풀고서 장차 보니 도둑의 아들이 탈주했고
主家共逐, 盜子窘, 度不能免,
주인집에서 함께 쫓아 도둑의 아들이 막혀 헤아리더라도 피할 수가 없어,
繞池而走, 投石於水.
연못을 돌다가 달아나다가 돌을 물에 던졌다.
逐者云: “盜入水中矣,”
쫓던 사람들이 “도둑이 물에 빠졌다.”라고 말했다.
遮躝尋捕, 盜子由是得脫歸.
넘을 것을 차단하고 찾아 체포하려 했지만 도둑 아들은 이 때문에 탈출할 수 있었다.
위기 속에서 진정을 배우다
怨其父曰: “禽獸猶知庇子息,
아버지를 원망하며 말했다. “짐승도 오히려 자식을 덮어줄 줄 아는데
何所負, 相軋乃爾?”
어째서 저버려 서로 불신하게 하는 것입니까?”
盜曰: “而後乃今汝當獨步天下矣.
도둑이 말했다. “이후에 곧 이제 너는 마땅히 천하를 독보하리라.
凡人之技, 學於人者, 其分有限;
대체로 사람의 기술은 남에게 배운 것은 분수가 유한하지만,
得於心者, 其應無窮,
마음에 얻은 것은 무궁한 것에 응하니,
而况困窮咈鬱, 能堅人之志而熟人之仁者乎.
하물며 곤궁하여 불평으로 답답해 사람의 뜻을 견고히 하고 사람의 인함을 익숙히 하는 것에 있어서랴.
吾所以窘汝者, 乃所以安汝也;
내가 너를 궁지에 몬 까닭은 너를 편안하게 하려 해서고
吾所以陷汝者, 乃所以拯汝也,
내가 너를 함정에 빠뜨린 까닭은 너를 구하려 해서이니,
不有入藏迫逐之患,
창고에 들어가 급박한 환란이 없었다면
汝安能出鼠嚙投石之奇乎.
너는 어찌 핥고 돌을 던지는 기치를 발휘할 수 있었겠느냐.
汝因困而成智. 臨變而出奇,
너는 곤궁했기 때문에 지혜를 이루었고 변통에 임해서 기이함을 내어
心源一開, 不復更迷,
마음의 근원이 한 번에 열려 다시는 고쳐 미혹되지 않아
汝當獨步天下矣,
너는 마땅히 천하에 독보하리니,
後果爲天下難當賊.”
훗날에 과연 천하에 감당키 어려운 적이 되리라.”
자득하기 위한 공부의 방법
夫盜賊, 惡之術也, 猶必自得, 然後乃能無敵於天下,
무릇 도적질은 나쁜 기술이지만 오히려 반드시 자득한 후에 곧 천하에 적이 없을 수 있는데,
而况士君子之於道德功名者乎.
하물며 사군자가 도덕과 공명에 있어서랴.
簪纓世祿之裔, 不知仁義之美,
대대로 기득권의 후예는 인의의 아름다움과
學問之益, 身已顯榮,
학문의 더함을 알지 못하지만 몸은 이미 영화로움이 드러난다.
妄謂能抗前烈而軼舊業,
망령되어 ‘선배들에 대항할 수 있고 선배들의 일을 갈아치울 수 있다’고 여기니,
此正盜子誇父之時也.
이것이 바로 도둑 아들이 아버지에게 자랑할 때이다.
若能辭尊居卑, 謝豪縱, 愛淡泊,
만약 높은 걸 사양하고 낮음에 거해 방종한 걸 사양하고 담박한 걸 사랑해
折節志學, 潛心性理,
자신의 절개를 꺾고 배움에 뜻을 두며 성리에 그윽하게 마음을 두고
不爲習俗所搖奪, 則可以齊於人, 可以取功名,
습속이 빼앗는 것을 하지 않으면 사람을 구제할 수 있고 공명을 취해
用舍行藏, 無適不然,
등용되면 행하고 버려지면 은둔하여 가는 곳마다 그렇지 않음이 없으니,
此正盜子因困成智,
이것이 바로 도둑의 아들이 곤궁함을 인하는 것이고 지혜를 이루어
終能獨步天下者也.
마침내 천하에 독보할 수 있는 것이다.
汝亦近乎是也, 毋憚在藏迫逐之患,
너는 또한 이에 가까우니 창고에 있는 급박한 환란을 꺼리지 말고,
思有以自得於心可也. 毋忽! 『私淑齋集』 卷之九
마음에 자득함이 있는 것을 생각하면 괜찮을 것이다. 소홀히 말라!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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