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봉우리의 산 서재에서
고봉산재(高峯山齋)
최경창(崔慶昌)
古郡無城郭 山齋有樹林
고군무성곽 산재유수림
蕭條人吏散 隔水搗寒砧
소조인리산 격수도한침 『孤竹遺稿』
해석
古郡無城郭 山齋有樹林 | 옛 고을이라 성곽은 없고 산 속 서재라 숲에 있네. |
蕭條人吏散 隔水搗寒砧 | 고요하고 쓸쓸한[蕭條] 사람이 관리와 산회(散會)하고 물 건너편에선 겨울에 다듬잇돌에 다듬이질 하네. 『孤竹遺稿』 |
해설
이 시는 고봉의 산속 집에서 지은 것으로 최경창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이다.
늦가을 오래된 마을이라 성곽은 보이지 않고, 다만 산속에 있는 집이기에 나무숲만 주변에 펼쳐져 있다. 이 집에서 밖으로 시선을 돌리니, 거리는 사람들이 흩어진 뒤에 쓸쓸한데 물 건너에는 어느 여인이 겨울옷을 다듬이질하는 다듬잇돌 소리가 들려온다.
이 외에도 허균(許筠)의 『성소부부고(惺所覆瓿藁)』에는 최경창의 시에 대해 다음과 같은 내용이 실려 있다.
“고죽(孤竹)의 시는 편편이 다 아름다우니, 반드시 갈고닦아 마음에 걸림이 없은 다음에야 내놓기 때문이다. 최경창과 백광훈의 시를 나는 골라서 『국조시강(國朝詩剛)』에 넣은 것이 각기 수십 편인데 그 시들은 음절이 정음(正音)에 들어맞을 만하나, 그 밖의 것은 뇌동(雷同)함을 면치 못하고 있다[孤竹詩, 篇篇皆佳, 必鍊琢之, 無歉於意然後, 乃出故耳. 二家詩, 余選入於『詩刪』者, 各數十篇, 音節可入正音, 而其外不耐雷同也].”
그리고 허균(許筠)의 『성소부부고(惺所覆瓿藁)』에는 최경창과 백광훈의 시에 대해 다음과 같은 내용이 실려 있다.
“최고죽(崔孤竹)의 시는 한경(悍勁)하며 백광훈(白光勳)의 시는 고담(枯淡)하다. 모두 당시(唐詩)의 노선을 잃지 않았으니 참으로 천 년의 드문 가락이다. 이익지(李益之)는 이들보다 조금 크다. 그러므로 최ㆍ백을 함께 뭉쳐 스스로 대가를 이루었다[崔詩悍勁 白詩枯淡 俱不失李唐跬逕 誠亦千年希調也 李益之較大 故苞崔孕白而自成大家也].”
원주용, 『조선시대 한시 읽기』 하, 이담, 2010년, 44~45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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