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함께 해서 행복한 사람들
펜션에 돌아와서 저녁엔 통닭을 시켜서 먹고 아이들은 일찍부터 놀 채비를 했다. 오늘은 노는 시간에 제한을 두지 않았기에 아이들은 밤새도록 놀 수 있다. 그러니 나는 다른 방으로 와서 여행기도 정리하며 개인 시간을 보냈다. 그때 승빈이도 조금 놀다가 감기 기운 때문에 일찍 자야겠다며 방에 들어와 눕더라. 그래서 자연히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 음식은 사람을 모은다. 그래서 식구라는 말도 있다. 단재 식구들. 하지만 좋은 하는 부분이 같으니 먹을 때 싸우기도 한다.
나를 빗대어 너에게 말하다
그때 나눈 이야기는 ‘직면하기’에 대한 이야기였다. 자신에 대해 잘 알기 위해서는 자신을 좀 더 냉정하게 볼 필요가 있는데, 그걸 막는 게 ‘유리멘탈’이라 이야기 했다. 어떤 말에 쉽게 휘둘리며, 상처 받는 것을 신조어로 ‘유리멘탈(유리처럼 쉽게 깨질 정도로 정신이 약한 것)’이라 하는데, 어찌 보면 남을 그만큼 신경 쓴다는 것이고, 그러다 보면 자신에 대해 직면하려 하기보다 회피하게 된다는 것이다. 나에 대한 생각을 스스로 정리하든, 거울을 통해 내 자신을 받아들이든 내가 느끼는 그대로의 내가 있을 텐데, 그런 인식에 혼선이 생긴다는 뜻이다. 바로 사회적인 나, 어른들에 의해 정의된 내가 있기 때문에 그런 것들이 ‘이상적인 나’로 자리 잡혀 ‘현실 속의 나’를 거부하게 만든다. ‘이상적인 나’는 있어본 적도 없는 나의 모습일 뿐인데도, 그걸 자신의 모습으로 착각하고 있으니 현실의 나는 무척 한심해보이고 비루해 보이는 거다. 그러니 거울을 볼 때에도 자신의 옷매무새, 얼굴 어느 것 하나 맘에 안 들기에 거울을 피하게 되며, 사람과의 만남도 기피하게 된다. 언젠가 현세는 ‘자신의 예전 모습이 한심했다’고 표현한 적이 있었는데, 그런 인식이 바로 ‘이상의 나’와 ‘현실의 나’의 괴리 때문에 나온 말이다.
승빈이와 이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어찌 보면 쉽게 흔들리고 자꾸 도망만 치려 하는 내 자신에 대해 말하고 싶었기에 자기 고백하듯 말한 것인지도 모른다. 여행 둘째 날 밤에 여러 감상이 어린다.
▲ 부안에서의 밤이 깊어간다. 우리들의 관계도 깊어간다 .
그대들은 내게 행복을 주는 사람
지금 시간은 8시 16분이다. 밖에서 아이들은 다시 게임이 한창이다. 어제처럼 369로 시작해서 게임의 열기가 무르익고 있다.
9명의 아이들이 모여 어울려 노는 모습이 보기 좋다. 단재학교는 무학년제로 학년의 구분이 없이 함께 수업 받고 생활하는 곳이기에 나이에 따른 대우라는 게 없다. 일반적인 생각을 지닌 사람이라면 이런 무학년제의 독특한 분위기가 개념 없어 보이거나, 버릇없어 보일 것이다. 하지만 사람 사는 곳에서 나이란 어찌 보면 숫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님을 어른들은 잘 알고 있지 않은가. 나이에 상관없이 자기가 어떤 행동을 하느냐, 어떻게 관계를 맺느냐 하는 것들이 종합적으로 자신을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한다. 어설프게 보이면 그게 누군가에겐 빌미가 되어 제대로 대우 받지 못하게 하거나, 또 너무 완벽해 보이면 그것대로 남남처럼 느껴져 홀로 떨어져 나가게 하기도 한다.
단재학교에서 4년을 생활하며 승빈이와 민석이 같은 경우는 4년이란 시간을 오롯이 함께 보낸 친구들이다. 그러다 보니 이 아이들이 단재학교라는 사회에서 어떻게 자리매김하여 가는지를 세세히 볼 수 있었다. 둥 떠서 아무 존재감이 없던 시간에서부터 이젠 무언가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시간까지 가감 없이 볼 수 있었으니 말이다.
이런 모습을 언제까지 볼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함께 지지고 볶고 할 수 있다는 사실이 기분 좋다. 단재학교에서 첫 여행은 보길도로의 여행이었는데 그때 둘째 날 저녁에는 비가 내렸다. 그때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행복하다고 생각했는데, 이 날 저녁에도 그런 행복은 여전했다.
▲ 2011년의 보길도와, 2015년의 변산. 가슴 뭉클하던 순간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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