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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부안 격포여행기 - 4. 우의를 입고 칼국수 먹으러 왔어요 본문

연재/여행 속에 답이 있다

부안 격포여행기 - 4. 우의를 입고 칼국수 먹으러 왔어요

건방진방랑자 2019. 10. 21.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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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우의를 입고 칼국수 먹으러 왔어요

 

 

우의를 모두에게 주며 나간다고 하니, 모두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나를 쳐다본다. 더욱이 국민안전처에서 서해안 폭풍해일주의보 발표, 해안가 접근자제라는 문자가 각자의 폰으로 온 후라 웅성거리는 소리는 더 커졌다. 아이들의 웅성거림을 들어보자.

 

 

  세월호 사건 이후로 국민안전처가 신설되었다. 그곳에서 보내온 문자는 단재 아이들을 두려움에 떨게 했다. 물론 나도~

 

 

 

자신이 뜻이 어긋난 곳에 싹트는 여행의 묘미

 

이런 날에 나갔다가 문제 생기는 거 아니 예요?” / “이런 날엔 그냥 안에 있어요.” / “비도 오고 바람도 장난 아닌데 뭐 하러 나가요?” / “전 비 오는 날엔 절대 나가지 않아요.” / “(여행 와서 비까지 맞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돈 내고 와서 이게 뭐하자는 건지 모르겠어요.”

 

아무래도 아이들에게 이런 날에 우의까지 입고 밖에 나가는 것은 도전일 것이다. 그러니 이런 식의 볼멘소리가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반항하며 전 이런 일은 절대로 못합니다라고 하는 아이는 없었다. 아이들 입장에선 충분히 그러고 싶었을 테지만, 순순히 따라주기에 마음이 놓였다.

이런 상황에서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건, 이런 경험은 하고 싶어도 쉽게 할 수 있는 경험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런 자신의 뜻과는 동떨어졌던 경험들이 자신의 삶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언젠가 라디오에서 들은 얘기인데, 여행을 떠난 몇 명의 아이들이 돈이 다 떨어져 집에 돌아오는 버스를 탈 수가 없었다. 그래서 꾀를 내어 기사 아저씨에게 버스에 태워주시면 가는 동안 승객들을 재밌게 하겠습니다라고 제안을 했고 아저씨가 받아주어 타게 되었단다. 그 버스가 가는 동안 노래도 하고 개그도 하며 어떻게든 젊은 혈기를 불사르며 사람들과 어울리려 노력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여행 중 무임승차하여 고군분투했던 그 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사연을 보낸 이야기였다. 이처럼 여행의 묘미는 어찌 보면 전혀 예상하지 못한 무엇, 경험해보지 못한 무엇 속에 있다. 그런 순간들을 경험해 나갈 때 내가 몰랐던 나의 모습을 알게 되며 자신의 가능성과 한계를 명확하게 알게 되기 때문이다.

 

 

바람이 장난 아니다. 하지만 기분도 장난 아니다. 완전 신나는 일~

 

 

 

우의를 통해 본 옷의 원래 의미

 

모두 함께 우의를 입고 걷는 모습이 앙증맞다. 예전 개그콘서트에 우비소녀라는 프로가 있었는데, 그 모습처럼 아이들의 모습도 마찬가지였다.

교복, 군복, 의사복과 같은 옷은 단순히 옷감으로 만들어져 인체를 감추고 꾸미는 용도만 있는 것이 아니라 권위와 함께, 욕망이 숨어 있다. 옷은 단순한 옷이 아니라, 자신의 내적 욕망이 외적으로 표출된 사회적 약속인 것이다(옷의 사회적 의미에 대해 재밌게 다룬 영화가 최근 개봉한 피케이: 별에서 온 얼간이). 하지만 우리의 우의엔 그와 같은 사회적 인식이 전혀 개입될 여지가 없다. 비가 오기 때문에 입었기에 권위주의적이지도, 어떤 의미가 내포된 것도 아니며, 욕망의 표출은 더더욱 아니다. 그러니 오히려 몸을 보호하고 어떤 공동체의 일체감을 부여하는 옷의 가장 근본적인 의미에 가장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우의를 입으니 더욱 자유분방하게, 평소에 하지 못했던 포즈로.

 

 

 

비바람 속에서 음식점 찾아

 

바람은 세차게 불지만 비는 조금만 내린다. 시간은 1시가 넘어 서서히 배가 고파온다. 우선은 점심을 먹기 위해 격포항으로 나간다. 바람이 심하게 불어 걷는데 힘이 많이 든다. 격포항 사거리에 도착하니 음식점이 많이 보인다. 거기서 무엇을 먹을까 고민했는데, 아이들은 조금이라도 덜 움직이기 위해서 바로 눈앞에 보이는 음식점을 지목하며 저기서 점심을 먹자고 성화다. 하지만 여학생 중엔 여기에 온 이상 해산물이 잔뜩 들어간 칼국수를 먹자는 의견도 있고 해서 근처에 있는 칼국수집으로 들어갔다.

이미 점심시간이 지난 다음이라 그런지 음식점엔 다른 사람은 없었다. 비린 음식을 먹지 못하는 지훈이와 태기는 칼국수를 시켰고 나머지는 회덮밥을 시켜서 먹었다. 역시 바닷가에 와서는 회를 먹는 게 제격이다. 바닷가에 나왔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정작 양식 회라 할지라도 바다의 맛이 나기 때문이다. 회덮밥을 먹으며 해산물이 잔뜩 들어간 칼국수까지 함께 먹으니 바다의 향이 입 안 가득 퍼졌다.

 

  바다향 가득한 음식을 먹으니 절로 행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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