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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이섬과 춘천 여행 - 11. 남이섬에서의 담력훈련 본문

연재/여행 속에 답이 있다

남이섬과 춘천 여행 - 11. 남이섬에서의 담력훈련

건방진방랑자 2019. 10. 21.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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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체여행의 컨셉을 공포여행으로 잡았다. 그것도 한 번만 하자는 게 아니라, 오늘과 내일 두 번 모두 하자는 것이다. 아이들은 지금 공포라는 것에 꽂혀 있어서 영화를 보더라도 공포영화’, 게임을 하더라도 공포게임’, 놀이를 하더라도 공포체험을 하려 한다.

 

 

  이게 진정한 공포여행

 

 

 

단재학교 학생들, ‘공포에 빠져들다

 

언제부터 이렇게 공포에 빠지게 됐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그 시작은 작년 1학기 여행인 전주-임실 여행이었던 것만은 분명하다. 그땐 교사들끼리 담력훈련을 하자며 계획을 짰었다. 전주엔 한옥마을 바로 옆에 치명자산(목숨을 바친 사람들이 묻힌 산)’이란 으스스한 이름의 산이 있다. 이곳 곳곳엔 순교자들을 기리는 조형물들이 설치되어 있어서, 자연스레 공동묘지에서 느껴지는 스산한 분위기가 감돈다. 그러니 별도의 장치를 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무섭다. 더욱이 가로등조차 설치되어 있지 않으니, 산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온갖 공포가 밀려오는 체험을 해볼 수 있다.

승태쌤과 내가 먼저 올라가 각각 나무 뒤에 숨어 차례대로 올라올 아이들을 놀래킬 준비를 했다. 처음엔 승빈이, 민석이, 규빈이가 함께 올라오며 스릴을 맛봤고, 두 번째엔 현세 혼자 혈혈단신으로 올라와 밀려오는 공포를 맞서 나가는 짜릿함을 맛봤다. 그렇게 먼저 온 아이들도 곳곳에 숨어 다음에 올라올 아이들을 놀래킬 준비를 했는데, 이후론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아무도 올라오지 않았고 그렇게 싱겁게 막을 내렸다.

 

 

밤이 내린 한옥마을을 따라 치명자산으로 간다. 사진은 남지 않았지만, 그때의 긴장과 두려움은 여전하다.

 

 

그날의 경험을 모두 다 한 것은 아니지만, 했던 아이들은 짜릿한 쾌감을 맛봤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 여파로 어디든 놀러 가면 마녀의 집이나 프레디의 피자가게와 같은 공포게임을 함께 한다던지, 베이트에나벨과 같은 공포영화를 본다던지 하기 시작했다. 아니 어쩌다 한 번씩 보는 정도가 아니라, 기회만 있으면 그런 류의 영화만 보게 되었다고 하는 편이 맞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이번엔 아예 공포를 테마로 한 여행까지 하게 되었다.

 

 

  [베이트]를 함께 보고 있는 아이들.

 

 

 

남이섬에서 담력훈련 하기

 

고기를 맛있게 먹고 정리를 하느라 조금 쉰 다음에 담력훈련을 하러 모였다. 태기와 성현이와 성민이가 한 팀, 민석이와 현세와 규빈이가 한 팀, 지훈이와 준영이와 지민이가 한 팀으로 세 팀이 꾸려졌다. 원랜 정해진 구역 내에 핸드폰을 숨겨 놓고 찾아오도록 하자, 몇 명이서 몰래 숨어 있다가 오는 사람들을 놀라게 해주자와 같은 다양한 의견이 나왔지만 남이섬의 특징을 고려하여 초이쌤이 즉석에서 내용을 만들었다.

 

 

어둠이 내린 10시의 남이섬에 담력훈련을 하러 모인 아이들.

 

 

각 팀 당 한 명씩 술래의 역할을 맡고 나머지 두 명은 잡이의 역할을 맡는다. 술래는 나머지 두 아이가 찾지 못하도록 100미터 안쪽의 어두운 곳에 완벽하게 은신해 있거나 가까이 왔다고 생각되면 눈치 채지 못하도록 이동하며 걸리지 않아야 한다. 초이쌤은 각 팀 당 5분 간격으로 술래들이 들키지 않고 숨도록 했으며, 술래가 숨는 동안에는 나머지 아이들은 콘도에 들어가 전혀 눈치 치지 못하도록 했다. 그래야만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기에, 여기저기 돌아다니느라 한참동안 시간이 걸리게 되며, 그만큼 공포도 커지기 때문이다.

밤의 남이섬은 어떨까 궁금했었는데, 담력훈련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야간 산책까지 하게 되었다. 아무래도 유명 관광지다 보니 가로등이 너무 환하게 켜져 있어 전혀 무서운 생각이 안 들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전혀 그러지 않았다. 밤이 되니 모든 불빛이 점등 되었고 그저 몇 군데 가로등이 있었기에 충분히 어두워졌고 충분히 무서워졌다.

 

 

이런 길을 걷는다는 건 그 자체로 무섭다. 

 

 

 

준영이와 성민이가 살린 남이섬 담력 훈련

 

민석이는 거의 정해진 100미터 안에 숨어 있었기 때문에 현세와 규빈이에게 곧바로 걸렸다. 너무 일찍 걸려서 한 번 더 숨을 기회를 줬지만, 민석이 입장에선 어두운 곳으로 가는 게 무서웠던지 깊이 들어가지 않아 숨은 지 몇 분 만에 다시 걸리고 말았다.

하지만 문제는 준영이와 성민이였다. 아이들은 준영이와 성민이를 찾아 30분가량 돌아다녔음에도 두 사람을 발견하지 못한 것이다. 시간은 지나고 있는데 두 사람은 전혀 보이지 않았기에 대략난감이었다. 그래서 못 찾겠다를 외치며 이름을 부르고 다녔지만, 어디에서도 두 아이는 나오지 않더라. 두 사람 때문에 우린 어둠이 짙게 깔린 남이섬 전체를 샅샅이 뒤지며 뜻하지 않게 산책을 하게 됐다. 솔직히 나의 경우엔 그 두 명의 아이들에게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대로 숨어준 덕에, 쉽게 노출되지 않은 덕에 우린 찾고야 말겠어라는 마음가짐으로 이렇게 남이섬 곳곳을 걸어 다닐 수 있었으니 말이다.

 

 

아이들이 나오지 않아 찾고 있는 아이들. 빛이 거의 없다 보니, 죄다 흔들린 사진 뿐이다.

 

 

담력훈련을 하러 나가기 전에 핸드폰을 내게 한 것은 신의 한 수였다. 아이들에게 플래시를 켜서 공포심을 낮출 수 있으니, 핸드폰을 모두 내야 해라고 말했을 때, “혹 너무 깊은 곳에 숨어서, 또는 너무 어두운 곳으로 들어가 길을 잃어버릴 경우 연락을 해야 하잖아요라고 말하며 불만스러워했었다. 하지만 결국 받아들여 핸드폰을 모두 냈고, 그 때문에 우리들은 편하게 연락해서 두 사람을 나오게 하거나 플래시를 켜서 편하게 찾기보다 어둠을 벗 삼아 서로에게 의지하며 찾아 헤매게 됐다. 그러니 이 순간만큼은 그대들이 있어 든든하고 행복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게 됐다.

그 후로 30분 정도 찾으며 돌아다니다 보니, 준영이와 성민이가 나타났다. 준영이는 조형물 안에 숨어 있었다고 하며 아까 너희들이 오는 것 봤었고 들킨 줄 알았는데, 막상 오진 않더라라고 말을 했으며, 성민이는 처음엔 남이장대 기둥에 붙어서 숨어 있다가 사람들이 오자 움직였노라고 말했다. 이 두 아이 덕에 이번 담력훈련은 흥미진진했고 재밌었다.

아이들은 밤늦도록 놀지 않고 오늘은 조금 얘기하다가 자는 분위기였다. 아무래도 담력훈련을 하며 많이 걸은 터라, 피곤했을 것이다.

 

 

현재 시간 10시 57분이다. 아직도 나오지 않아 찾고 있다. 11시가 넘어서야 나와서 온갖 비난을 받았지만, 그래도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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